포미닛 ‘안줄래’ 방송불가는 시대착오적이다

방송불가는 음악이나 MV 등이 방송 심의를 통해 유해물로 판정되어 방송에 나올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일부에서는 방송사가 ‘섹시’, '선정성'에 대해서 기준이 너무 엄격한 것이 아니냐는 것과 방송사 오락프로그램에서 보여지는 '선정성', '섹시' 컨셉과 잣대가 너무 다르다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최근 기획사가 ‘방송불가’를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이와 같은 비판과 상관없이 ‘방송 불가’를 홍보용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도 있습니다. 이는 지상파 방송만 의존하던 것과는 달리 요즘은 케이블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방송 불가’ MV나 음원을 선보일 수 있는 상황에서 ‘방송불가’ 타이틀은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아주 유용한 홍보 아이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기획사는 소속연예인의 ‘방송불가’ 관련 보도자료도 과거 항의성 내용에서 현재는 ‘홍보성’ 내용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여가수의 과도한 섹시 컨셉이나 노출 이유로 ‘방송 불가’가 되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 확실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는 유난히 방송불가 판정이 많았습니다. 섹시 심벌 채연이 shake 대표곡 "흔들려" 의 뮤직비디오가 선정성 논란으로 방송 3사의 부적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샤워부스에서 남자를 유혹하는 장면과 침대에서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리는 장면이 논란이 되었던 것입니다. 백지영, 빅뱅, 태연, 태진아, 승리, 보아 등 우리 나라 유명가수들은 다 한번씩 방송불가 판정을 받아본 경험을 보면 방송불가와 인기는 불가분의 관계인가 봅니다.

신예 5인조 걸그룹 포미닛의 미니앨범 수록곡중 ‘안줄래’가 KBS로부터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포미닛은 첫 미니앨범 ‘포 뮤직(For Muzik)'의 발매를 앞두고 지상파 3사에 음반 심의를 요청했는데, KBS로부터만 ’안줄래‘곡에 대한 방송불가 통보를 받은 것입니다. 방송 불가 이유는 일부 가사가 선정적이라는 것입니다. 그 선정적 가사 내용은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오늘부터 너한테 나 안 줄래. 이제 다신 내 맘 전부 안 줄래. 이젠 다시 너한테는 안 줄래"

위 가사 내용중 KBS심의위원들은 ‘안줄래’ 목적물을 사람으로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즉, ‘내 몸을’ 안줄래로 해석한 것입니다. 그런데 가사를 보면 ‘안줄래’ 목적물이 바로 ‘내 맘’이라고 나옵니다. 그러니까 여자가 남자친구에게 서운한 나머지 이제 더 이상 마음을 다 주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가사까지 방송 불가 판정을 내린다면 심의위원들은 21세기를 살면서 20세기 사고를 갖고 있는 듯 합니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남여간의 사랑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도 아닌데, 방송 불가 판정을 내린 것은 누가 봐도 가요계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판정 오류로 보입니다.

‘안줄래’ 가사내용에 비해 이정현의 ‘줄래’는 ‘모든 것을 다 준다’고 하는 가사 내용이 나오는데, 포미닛 가사에 비해 오히려 더 노골적입니다. 물론 공영방송인 점을 감안해 타 방송사에 비해 엄격하게 심의해야 하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심의위원들의 심의 잣대가 그때 그때 다른 것인지, 아니면 유독 포미닛의 ‘안줄래’에만 엄격한 심의 잣대를 들이댄 것인지 모르지만 심의 결과는 재고되야 마땅합니다.

(윤도현의 MV '아직도 널' 방송불가 이유는 도로위 노란선을 밟아 교통법규 위반 이유에서다)

요즘 지드레곤 등 표절 논란이 많은데 아이돌그룹의 대한 인기가 워낙 높기 때문에 다른 가수들에게 비해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인지 모릅니다. 소속사측에서 적절한 방법을 찾아 재심의를 신청하겠다고 했는데, 가사 내용을 수정하게 되면 의미 전달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 고민입니다.

KBS는 지난 6월에 윤도현 뮤직비디오 ‘아직도 널’에 대한 방송 불가 판정을 내렸습니다.  MV 엔딩 부분에서 ‘맴버들이 도로의 노란선을 밟고 걷는 장면이 교통법규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참 궁색하다 못해 손 발이 오그라드는 불가 이유입니다. 그리고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심의위원들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기 보다는 대중문화의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심의위원들이 나이는 들었지만 젊은 세대들의 감각도 이해해야 합니다.

포미닛의 '안줄래'와 같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심의 잣대는 이제 적절한 기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방송불가 판정을 내리면 가수나 대중들이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심의잣대가 마련되지 않는한 심의로 인한 피해가수 양산은 물론, 이를 악용하는 가수, 기획사는 끊임없이 등장할 것입니다.

이제 방송 불가 판정을 심의하는 위원들의 잣대를 21세기에 맞추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