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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미실은 현대판 '알파걸'이었다

by 피앙새 2009.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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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사상 최초로 신라시대를 다루고 있는 <선덕여왕>이 대박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덕만(이요원)의 출생 비밀을 두고 한 사람  한 사람씩 알아가는 상황으로 극 전개가 지루하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이번주는 미실(고현정)이 덕만의 정체를 알아내고, 미실의 사생아 비담(김남길)과 국선 문노(정호빈)의 재등장으로 극의 긴장감을 한층 더해주며 시청자들을 <선덕여왕> 삼매경에 빠지게 하고있습니다.

특히 미실의 버려진 아들 비담(김남길)이 비밀병기로 등장해 또 한번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비담은 미실이 진지왕과 사통해 낳은 아이지만 무능한 진지왕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왕을 폐위시키며 그때 비담도 버려졌었습니다. 그런데 비담이 어머니의 적인 덕만(이요원)을 우연히 구해주니 이것이 역사에 나온 사실이라면 참 아이러니 합니다.

<선덕여왕>은 등장인물이 참 많습니다. 신라 왕실쪽 인물인 덕만과 천명공주, 미실궁주 일파, 김유신 일파, 화랑 10도 등으로 크게 갈릴 수 있습니다. 신라 진흥왕부터 진평왕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등장하는 인물중 극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여자는 덕만, 미실, 천명 세 여자입니다. 훗날 선덕여왕이 되는 덕만, 신라의 실권을 쥐고 있는 미실, 권력을 되찾으려는 천명공주 등 세 여자들이  벌이는 막전막후의 권력싸움이 사극 <선덕여왕>의 기본 뼈대인데, 등장인물을 다양화시켜 재미를 더할 뿐입니다.


덕만, 미실, 천명공주의 권력 싸움을 보고 있노라면 1,350여년전에 어떻게 여자들이 권력을 쥐게됐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요즘에야 '알파걸', '골드미스'라 해서 능력있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하지만 신라시대에 여성들이 나라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권력싸움을 한 것을 보면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선덕여왕>에 등장하는 미실, 덕만, 천명은 요즘으로 치면 모두 '알파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미실은 뛰어난 미모와 엄청난 색력으로 왕들을 휘어잡았던 진정한 '알파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극중 미실은 진흥왕(이순재)을 휘어잡으며 처음으로 권력의 단맛을 느낍니다. 진흥왕이 죽고난 뒤에도  한번 맛본 권력을 놓지 않기위해 막후 정치로 진지왕을 폐위시키고 어린 진평왕을 등극시키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릅니다. 권력의 전면에 나서진 않지만 그녀가 권력의 중심이었습니다.  진평왕이 버젓이 살아있지만 화랑들은 물론 대소 신료 대다수가 미실에게 줄을 서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왕보다 더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미실이가 왜 현대판 '알파걸'인지 알파걸의 의미와 조건을 따져봅니다.

'알파걸'이란 말은 알파벳의 첫 자모인 알파(A)를 따서 만든 말인데, 한마디로 남학생들을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의 여성을 의미합니다. 미국 아동심리학자 댄 킨들런 교수가 만든 말이며, 그가 쓴 '알파걸, 새로운 여성의 탄생' 저서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된 용어입니다. 킨들런 교수는 '알파걸'을 'Active Leadership-ship Patience Heart Ambitious(ALPHA)GIRL'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즉, 무엇이든 먼저 나서서 행동하고(Active), 주위의 주목을 받으며 리더십(Leadership-ship)을 발휘하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끈기(Patience)를 가졌으며 자신이 도전하는 일에 열정(Heart)을 갖고,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Ambitious) 여성을 말합니다. 그럼 미실은 이 조건에 해당될까요?


미실은 진흥왕때부터 자신의 미모를 무기삼아 먼저 나서서 행동
(Active)했습니다. 색공 정치의 희생자이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왕과 왕실의 남자들을 옴짝 달싹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미실의 첫 남편은 지소태후의 아들인 제 6세 풍월주 세종이었습니다. 제 5세 풍월주의 사다함과 사랑하는 사이였던 미실은 자신의 운명을 깨닫고 스스로 권력의 중심이 되고자 합니다. 신분이 낮은 세종의 아내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먼저 진흥대제에게 색공을 바친후 진지왕, 진평왕까지 이르며 권력의 중심이 되어 갑니다. 이렇게 미실은 권력을 향해 항상 먼저 앞서나가는 당찬 여자였습니다.

또한 미실은 화랑의 전신인 '원화'중 한 사람으로서 화랑을 통제하는 여걸 모습도 보였습니다. 진흥왕외에 자신을 지지해줄 세력을 키우기 위해 화랑도를 자기편으로 만드는데, 그 과정에서 스스로 원화가 되어 화랑을 지휘합니다. 그리고 설원랑을 자신의 정부로 만들어 무력기반을 확고히 다집니다.

진흥왕이 죽은후 금륭태자를 지목하여 왕후가 되기로 약속받은 후 그에게 색공을 바치지만 진지왕(임호)이 약속을 어기고 방탕한 생활을 하자, 사도왕후와 다시 결탁하여 낭장결의(일종의 정치 쿠데타)를 일으켜 진평왕을 왕으로 추대합니다. 이때 화랑도 앞에 당당히 서있던 미실의 모습을 보면 남자를 뛰어넘는 알파걸의  포스였습니다. 미실은 신라 무력의 상징인 화랑도를 통솔하며 리더십(Leadership-ship)을 발휘함은 물론 진지왕을 폐위시킬 정도로 권력의 원천으로 삼았습니다.


권력은 항상 도전받게 마련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미실에게는 수많은 어려움이 뒤따랐습니다. 진평왕에게 여자 쌍둥이가 태어나자 이를 이용하여 직접 왕권을 장악하려 하지만 국선 문노와 소화의 기지로 실패합니다. 그러나 미실은 잡초처럼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끈기(Patience)를 갖고 있었습니다. 또한 정부관계였던 설원의 도움과 남편 세종을 통해 반드시 왕후가 되겠다는 목표
(Ambitious)를 향해 돌진하는 열정(Heart)이 있었습니다.

도저히 왕후가 될 수 없는 신분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보통 여자라면 이것이 내 운명이려니 했지만, 미실은 운명을 스스로 거스르며 개척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신라시대 천하를 뒤흔들던 미실도 평생을 꿈꾸었던 왕후 자리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미실이 왜 왕후자리에 오르지 못했는지는 앞으로 <선덕여왕>에서 자세하게 보여줄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전통적인 유교적 관점에서 본다면 미실은 여러 남자와 사통한 것은 물론 권력을 위해 극악무도한 일도 서슴치 않았기 때문에 희대의 악녀로 몰아갈 수 있습니다. 미실은 신라시대 보편화된 '색공'에 의해 권력과 신분 상승을 위해 하나의 보편화된 수단으로 색을 이용한 것 뿐입니다. 따라서 유교적 관점으로만 미실을 '탕녀'로 재단하기는 무리입니다. 비록 궁주 신분이었지만 왕을 가까이서 보좌하고 탁월한 정치가로서의 수완을 발휘한 미실의 모습이 조명돼야 하지만 드라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남성 중심의 역사에서 정치, 사회,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여성 중심의 역사, 즉 진정한 역사속의 '알파걸'로 살아온 사람이 바로 미실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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