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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정보

'일밤'의 끝없는 추락에 날개가 없다

by 피앙새 2009.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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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프로그램이라는게 있습니다. 정규 프로로 확정되기 전에 만든 만든 시작품(試作品) 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몇 번 방송되다가 시청자 반응이 좋지 않으면 그냥 문닫는 프로그램입니다. 요즘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를 보면 파일럿 프로그램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너를 신설했다가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곧바로 폐지하고 또 다른 코너를 만들고를 계속 반복하고 있습니다. '일밤'이 무슨 프로그램 시험소도 아니고 전통적인 예능의 강호 프로그램이었는데, 지금 끝없는 추락에 날개가 없는 듯 합니다.

지난주 제시카의 선정적 자태로 비판을 받았단 '몸몸몸' 코너가 방송 한달 만에 또 폐지된다고 합니다. 이번주 일요일에 마지막 녹화분이 방송되면 또 '몸몸몸'은 그만 만든다고 하네요. 소녀시대와 함께 했던 '공포영화제작소'는 5주만에 폐지됐고, '힘내라 힘'은 2주, '몸몸몸'은 4주만에 문을 닫는 겁니다. 이러다 '오빠밴드'나 '우리 결혼했어요'도 또 시청률 안나오면 폐지된다는 소리 안나올지 모릅니다. '코너'가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따져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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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우리 결혼했어요'는 '일밤'에서 독립해 토요일 <무한도전> 방영전에 독립 방송을 하고 '스친소'는 폐지됩니다. 또한 '일밤'에서 빠진 '우결' 자리에는 '노다지'가 들어올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일밤'은 1부 '오빠밴드', 2부는 '노다지'로 방송됩니다. 전통적으로 3개의 코너가 약 2시간 30분 동안 방송되다가 이젠 2개 코너만 방송되는 대수술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결' 코너를 독립시킨 것 외에 '일밤'은 별로 달라진게 없습니다. 요즘 '오빠밴드'가 조금 인기가 있다고는 하나 신동엽, 탁재훈, 김구라 등 예능 하향길을 걷고 있는 올드보이들이 진행하는 코너라 인기를 장담하지 못합니다. 또한 '노다지' 코너는 김제동과 조혜련, 신정환, 최민용이 나오는데 문화유적지, 관광지 등 해당 지역의 랜드마크를 찾아 보물지도를 만들어가는 공익 버라이어티입니다. 공익예능은 잘 만들지 않으면 시청률을 보장할 수 없는데, 김제동을 제외하고 나머지 MC들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만큼 신선한 이미지는 아닙니다.

'일밤'은 지금 총체적 난국 상황입니다. 그런데 제작진은 '코너' 신설이란 응급 처방으로 '일밤'을 부활시키려고 하는데, 이는 곪아터진 상처에 고약(옛날에 쓰던 연고)만 계속 바르는 격입니다. 근본적으로 상처를 째고 고름을 빼내야 하는데, 고름을 빼내지 않는 것입니다. 즉, MC진과 프로그램 포맷 등 전반적으로 프로그램을 제로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일요일 황금시간대 예능 프로가 시청률 5%도 안되며 버티기에는 이제 한계점에 다다른 것입니다. 어쩌면 '일밤' 간판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머리 싸매고 고민해야 동시간대 <1박2일> 등과 겨룰 수 있습니다. 시청자 입장에서야 당연히 재미있는 예능 프로를 볼 텐데, '일밤'은 솔직히 요즘 재미가 없습니다. 지금 '일밤'은 타 방송사의 '1박2일', '패떴' 등 대표 코너도 없이 이것 저것 닥치는대로 해보다가 하나 걸리면 된다는 식입니다.

옛날에 시골 아이들이 동네에서 놀때 하던 '두꺼비집 짓기' 놀이라는게 있습니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께 새집 다오~" 이 노래를 부르면서 모래나 흙으로 두꺼비집을 짓습니다. 노래가 다 끝날때쯤 두꺼비집을 짓고 손을 빼는데, 두꺼비집이 무너지지 않은 친구가 이기는 게임입니다. 일단 게임이 끝나면 두꺼비집은 곧 바로 무너뜨립니다. 다시 게임을 시작하기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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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밤'을 보면 두꺼비집 짓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일단 시작한번 해보고 안되면 다시 부수는 두꺼비집 말이에요. 이럴 때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쌀집아저씨 김영희PD입니다. 일밤에서 공익 예능의 신화 이경규의 '양심냉장고', '몰래카메라' 등을 만들며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PD협회장직을 수행하느라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는데, 9월이면 임기가 끝나니 이제 '일밤'으로 복귀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90년대 하던 예능과 요즘 예능은 트렌드가 다릅니다. 그러나 김영희PD라면 충분히 '일밤'을 부활시킬 수 있다고 봐요. 그에게는 노장의 관록과 예능감각이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양심냉장고' 코너를 할 때 함께 일하던 스탭진 조차 콧방귀 뀌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뚝심으로 밀어붙여 당대 최고의 예능 프로로 만들었고, 몰래카메라는 한국 예능의 보통명사처럼 쓰일 정도로 '일밤'의 대표 코너였습니다. 화려했던 영광만 믿고 요즘의 '일밤'은 너무 안이하게 제작됐습니다. '몸몸몸'만 해도 너무 뻔한 상식을 가지고 코너를 만들었고, 이경규, 김용만, 조형기가 과거에 하던 코너의 재탕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시청률을 의식해서 무리하게 톱모델 제시카 고메즈를 출연시켜 선정적인 포즈만 내보다가 '일밤'의 전통과 명예에 먹칠만 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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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론 예능국과 제작진이 고심을 많이 하겠지만 MC진의 물갈이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요즘 예능은 몸개그도 필요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망가져야 하는데, '오빠밴드'의 메인MC 신동엽, '노다지'의 김제동은 입으로만 하는 MC지 잘 망가지려 하지 않습니다. 즉 전통적인 예능MC로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지만 최근 예능 트렌드에는 맞지 않는 MC들입니다. 물론 신동엽과 김제동은 예능MC로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젊고 순발력과 재치는 물론 몸개그 등 망가짐을 불사하는 뛰어난 MC들이 많기 때문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마음으로 과감한 교체도 필요합니다. 자꾸 기존의 틀안에서 변화를 주려하는데, 지금은 응급처방할 때가 아닙니다.

또한 MC뿐만 아니라 제작진도 교체해서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도록 해야 합니다. 나이가 들었다고는 하나 김영희PD는 우리 나라 예능의 신화입니다. 이런 분들이 '일밤' 현장에서 직접 뛰어준다면 '일밤'은 날개를 다시 달 것이고 추락을 멈추고 다시 비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무리 추락해도 '일밤'은 예능의 명가입니다. 그 명가 소리에 맞게 이번 가을부터 다시 부활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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