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리뷰

'찬유', 악녀 백성희 파멸에 이르다

by 피앙새 2009. 7. 26.
반응형
주말드라마 <찬란한 유산>이 오늘밤(26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습니다. 시청률 40%를 넘나들며 많은 화제를 뿌렸는데, 그 화제중의 하나가 악녀 백성희(김미숙)였습니다. 지금까지 ‘찬유’ 시청자들은 악녀 백성희 때문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하면서 권선징악, 사필귀정으로 그녀의 악행만큼은 벌을 받기를 바랬습니다. 그런데 작가가 시청자의 이런 뜻을 반영이라도 한듯 어제 방송에는 백성희가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습니다. 시청자들은 악녀의 파멸 과정에 통쾌함을 느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찬유’ 드라마를 통해 나타난 백성희의 악행은 다시 돌아보기도 싫을만큼 교묘하고 치밀하게 전개되었습니다. 어제 27회에서는 주도면밀하게 전개되던 백성희의 악행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마저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악녀역할은 소리지르고 험한 인상을 쓰며 등장했지만 김미숙은 한차원 높은 악녀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악녀 본색을 숨기려고 얼굴에 야릇한 미소를 띄운 채 인륜을 저버린 악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온 백성희는 벌을 받아 마땅한 여자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혼후 7년만에 새로 만난 고은성의 아버지 고평중(전인택)과 재혼후 백성희의 악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남편 고평중은 어느날 퍽치기를 당한후 하루가 지나 눈을 떠보니 죽은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고평중은 자신이 죽은 자로 살아감으로서 그의 보험금으로 남은 가족들이 편안하게 살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보험금 때문에 백성희의 악녀 인생이 시작됩니다. 남편의 보험금을 송두리채 삼키기 위해서 은성에게 '죽은 남편 전처의 자식들을 감당해 낼 자신이 없다'고 야멸차게 말한후 은성남매에게 150만원을 쥐어주고 내쫓았습니다. 자신의 거짓말이 탄로날까봐 은우마저 고아원에 버리며 백성희는 드라마 사상 가장 나쁜 악녀로 태어납니다. 그런데 이것도 모자라 자신의 딸 승미를 환이와 결혼시키기 위해 은성이에게 외국으로 유학을 가라고 하는데 그 조건은 은우를 만나게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딸 승미(문채원)를 진성식품 장회장(반효정)의 손자 선우환(이승기)과 결혼시키려 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장회장의 집으로 굴러들어온 고은성이 장애가 된다고 생각해 승미에게 갖은 악행을 다 저지릅니다. 은성이와 아버지 고평중이 만나지 못하도록 딸 승미(문채원)를 사주해 고은성 명의로 고평중에게 거짓 메일을 보내고, 집으로 찾아온 은우를 피해 다시 이사까지 하는 등 은성남매를 향한 백성희의 악행은 지금까지 많은 시청자의 공분을 샀습니다. 백성희만 나오면 혈압 오르고 채널 돌리고 싶다는 시청자들이 많은 것을 보면 그만큼 악행이 도를 넘었고, 김미숙의 연기가 뛰어났다는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백성희의 사주로 은우를 납치해 공항으로 오던 일당들이 은우를 놓치는 바람에 백성희의 악녀 행각이 만천하에 드러납니다. 은우를 만나려면 필라델피아로 유학을 떠나라는 백성희의 말에 따라 공항에 나타난 은성은 박준세(배수빈)의 도움으로 공항에서 아버지와 만나게 됩니다. 장숙자회장은 은성이 부녀를 만난후 백성희를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해 은성과 고평중을 만나게 합니다. 남편 고평중을 보고 스스라치게 놀라는 백성희였지만, 장숙자회장, 고평중, 고은성 앞에서는 악녀의 포스를 잃지 않았습니다. 모든 악행이 다 드러난 상황인데도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자식을 위해서는 누구라도 그렇게 한다’고 뻔뻔스럽게 말하고 장회장의 집을 나왔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끝난 것을 예감한 듯 밖으로 나온 백성희는 지금까지 한번도 흔들리지 않았는데,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편 선우환은 친구 영석(정석원)이가 운영하는 바에서 은우를 찾습니다. 이로써 백성희가 고은성을 환이로부터 떨어지게 하기 위한 마지막 히든카드인 ‘은우’도 물 건너간 상황입니다. 그야말로 악녀 백성희의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완전하게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다보니 지금까지는 천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백성희가 어제는 조금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자신의 딸 승미를 위해 악행도 서슴치 않았던 모성애가 측은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즉, 수단은 정상적이지 못했지만 자식을 향한 백성희의 사랑은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드라마를 보면서 악녀가 나오면 보통 욕도 많이 하면서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하고, 그 벌을 받음으로써 전통적인 권선징악의 마침표를 찍게됩니다. 시청자들의 바람대로 어제 방송에서는 백성희가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그렸지만 한편으로 측은지심이 드는 것은 딸 승미를 위한 사랑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은 이혼도 하고 불행하게 살았지만 딸만큼은 부잣집 손자 선우환과 결혼시켜 잘사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에 악행을 저지르게 된 것입니다. 딸을 잘되게 하기 위한 그 악행은 결국 딸까지 불행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승미는 본성이 착했지만 악녀 백성희때문에 악의 구렁텅이 속으로 빠져든 것입니다.

어쨌든 마지막회를 앞두고 백성희는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을 하려는 예고 장면이 나왔습니다. 파멸에 이른 백성희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자살인 것 같은데, 자살보다 대화해의 용서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것이 무막장드라마에 방점을 찍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