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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판검사도 이제 '스폰서'로 사는 세상인가

by 피앙새 2009.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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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故 장자연씨 사건은 연예인과 스폰서간의 추악한 단면을 드러내며 그간 소문으로 떠돌던 연예계의 비리가 밝혀졌습니다. 무명 연예인이 인기 스타가 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과정이 고 장자연씨에게는 너무 가혹했고, 그 가혹함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장자연씨는 자살했습니다. 그녀는 죽음으로써 연예계의 검은 커넥션을 밝히고 싶었지만 세상은 그녀의 뜻대로만 되지 않습니다.

연예계만 스폰서가 있는게 아닌가 봅니다. 어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가 전격 자진 사퇴를 했습니다. 그의 사퇴를 둘러싸고 이런 저런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그 뉴스 중심에 '스폰서'라는 말이 유독 눈에 거슬렸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집중 포화를 맞은 비리 의혹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사람이 어떻게 검찰의 총수 후보자리에 올랐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아니 솔직히 분통이 터집니다.


뉴스를 통해 밝혀진 사실만 놓고 보더라고 서민들 가슴에 대못질을 해댄 것입니다. 총재산이 14억 6천만원인데, 그 2배가 되는 28억 7천만원짜리 고급아파트를 샀습니다. 그런데 계약금 3억원을 포함해 15억 5천만원을 박모씨에게 빌렸다고 합니다. 천후보자의 박씨는 '가끔 만나는 사이'라고 했는데, 가끔 만나는 사람이 아무리 검사의 파워가 막강하다 해도 15억이 넘는 돈을 빌려줄 수 있는건가요? 이뿐만이 아니네요. 해외 골프여행을 함께 하면서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천후보자 부인이 박모씨와 같은 날 명품 핸드백을 산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정도면 가히 연예인들의 스폰서 수준입니다.

스포츠 선수들도 스폰서가 있습니다. 스타선수들은 스폰서 기업에게 훈련 비용도 받고 CF도 출연하면서 돈방석에 앉는 선수들도 많습니다. 피땀흘려 노력한 정당한 댓가이며,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스폰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선수와 스폰서기업이 윈윈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연예계 스폰서는 구린내가 잔뜩 납니다. 그래서 일반 국민들은 갑자기 뜬 스타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합니다. 잘못한 사람을 잡아다 단죄해야 하는 검사들이 스폰서가 있다면 어떨까요? 연예인 스폰서보다 더 구린내가 진동할 것입니다. 천후보의 월급으로는 부인의 명품 구입, 골프 외유 등 가족들의 호화생활, 과소비가 가능할까요? 공무원 월급으로는 불가능한 사치생활입니다.

언론에서 검사, 판사들의 스폰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공무원 봉급으로는 지나친 호화생활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사'자 붙은 자랑스런 이력을 가지고 돈 많은 집으로 장가를 갈 수도 있습니다. '사'자 명함을 가지고 장가 잘간 판검사를 사람들은 '황태자'라고 부릅니다. 황태자가 아닌 이상 판검사의 봉급으로 천후보처럼 생활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청문회에서 공안검사 이력으로 쟁점이 될 것 같았지만, 박모씨와의 스폰서 문제때문에 공안 이력은 청문회에서 이슈가 되지 못햇습니다.


연예인과 스폰서관계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판검사들이 스폰서가 있다면 이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가 아니라 검은 돈과의 '야합'입니다. 이런 야합을 통해 그들은 기득권과의 결탁하여 구린내 나는 권력을 지켜왔는지 모릅니다. 사법부의 독립을 외치지만 자기 주변관리도 못하면서 어떻게 사법부 독립을 외치는 건가요? '수신제가치국평천하'에서 '수신'조차 되지 않았는데...

콩나물 값 몇백원도 아끼는 주부로서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천후보자 문제를 보면 세상 살 맛 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박모씨와의 스폰서 의혹, 강남의 고가 아파트 구입, 고급승용차 리스, 해외 골프여행, 부인의 명품 쇼핑, 아들의 호화 결혼식 등을 보고 국민들이 사법부를 믿고 살 수 있을까요?

386세대들에게 판검사는 성공의 키워드였습니다. 그리고 판검사들은 힘 없고 소위 빽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나쁜 짓 하는 사람 잡아다가 단죄하고, 억울한 사람들의 누명을 벗겨주는 등 그야말로 사회정의를 위해 일하는 멋진 사람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 청문회와 그의 전격 사퇴를 보면서 판검사에 대한 환상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나쁜짓 하는 사람을 붙잡아다가 단죄해야 하는 검찰의 총수가 이럴진대 그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어떤가하는 회의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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