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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원산지 표시제' 단속 현장을 따라가보니

by 피앙새 2009.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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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개방화 추세에 따라 값싼 외국산 농산물이 물밀듯이 수입되고 있습니다. 재래시장에 나가보면 원산지 표시도 없이 팔리고 있는 수입농산물을 간혹 볼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우리 농민과 소비자들입니다. 국산에 비해 수입 농산물이 저렴해 주부들은 값이 싼 수입산 농산물에 우선 눈이 가기 마련입니다. 외국산 농산물이 국산으로 둔갑 판매되는 등 부정 유통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농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농산물 '원산지 표시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수입농산물의 부정 유통을 막고 원산지 표시제도를 시행하는 기관은 어디일까요? 바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입니다. 이곳은 국민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농산물 안전성 조사업무와 수입농산물의 부정유통을 막기 위해 원산지 단속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고품질의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친환경농산물, 우수농산물 인증 제도를 책임지고 있는 등 농산물의 생산에서 유통 및 소비과정에 이르기까지의 종합적인 품질관리를 담당하는 농림부 산하기관입니다.

'농관원'은 1947년 설립된 농산물통계사무소와 1949년 설립된 농산물 검사소를 통합해 1999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개칭,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기관이지만 수입 농산물로부터 우리 식탁의 안전한 먹거리를 지키는 아주 중요한 '파수꾼' 역할을 하는 기관입니다.
'농관원'의 원산지 단속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언론에도 잘 알려지지 않아 어제 '농관원'을 방문해 깐깐한 주부 입장에서 단속반과 함께 인천 시내 ○동 단속 현장을 직접 동행취재 했습니다.

단속반원들이 들이닥치자 원산지 표시가 안된 메뉴판을 감추고, 위반 현장을 덮기에 바빴습니다.(위) 그러나 노련한 단속반원들은 메뉴판의 '원산지 표시'를 확인한 후 냉장고를 확인합니다.(아래)


메뉴판과 고기가 들어있는 냉장고를 비교해보니 원산지 허위표시 증거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우선 뉴질래드산을 쓴다고 한 전골수육 메뉴고기는 미국산 쇠고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단속반원이 냉장고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박스를 확인한 후  거래명세표를 달라고 하자, 주인이 미국산 거래명세표는 없다고 했습니다. 가지고 있는 명세표는 멕시코, 뉴질랜드, 호주산 명세표였습니다. 그러나 단속반원은 이 식당에 미국산 쇠고기를 공급한 수입원을 밝혀내 팩스로 받아보니 미국산 거래명세표가 많았습니다. 미국산 쇠고기를 쓰지 않는다는 식당 주인의 거짓말이 탄로난 것입니다.(아래)

아래 메모는 단속반원이 원산지 표시를 조사한 내용입니다. 식당 메뉴판에 전골수육은 뉴질랜드, 호주산으로 원산지 표시가 되어 있었지만, 조사결과 미국산 쇠고기여서 원산지 허위표시로 적발됐습니다.

우선 단속반에게 원산지 대상 품목이 몇 종류나 되냐고 물으니 상상외로 많아 깜짝 놀랐습니다. 수입농산물만 해도 대외무역법(제33조 1항)에 의해 공고된 품목이 160개입니다. 그런데 국립농산물도 똑같이 160개 품목으로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가 가정에서 먹는 모든 것이 다 포함돼 있다고 보면 됩니다. 곡류, 두류, 채소류, 과실류, 견과류, 육류 등이며, 여기에 과자류, 아이스크림제품류, 유가공품, 식육제품, 건강 기능식품 등 가공품이 211개 품목입니다. 도대체 이렇게 많은 품목이 전국에 걸쳐 있는데, 어떻게 일일이 다 검사하는지 궁금했는데, 비결은 바로 원산지 표시방법입니다.

시장에 가보면 농산물에 "국산 또는 서산시"라고 써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이 글귀가 바로 원산지 표시제로 수입농산물과 수입가공품으로부터 우리 농산물을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제도였습니다. 상인들은 국산이 아닌 수입농산물일 경우 '중국 또는 중국산, Made in china'라고 표시하도록 돼 있습니다. 만약 이 원산지 표시제도를 지키지 않으면 농산물품질관리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돼 있습니다. 따라서 판매 물품은 국산, 수입산을 막론하고 반드시 원산지 표시를 해야 합니다.

이렇게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거나 이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할 경우에는 법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할 수 있습니다. 소탐대실이라고 조금 이익을 더 남기려다 잘못하면 징역이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벌금을 물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잘 지키고 있지만 아직도 완전 정착되지는 않았습니다. 시장 곳곳에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은채 장사를 하는 상인들도 많습니다.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또는 표시사항과 표시방법을 위반한 자는 5만원이상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단속반이 위반사범을 수사한 실적(형사입건)을 보니 지난 2001~2004년까지는 3천여건에 이르렀으나 2005년은 1,600여건으로 다소 줄어들다가 지난해는 2,054여건으로 늘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전반기만 해도 1,408건으로 다시 원산지 표시 위반업체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단속에 적발된 식당 주인은 결국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진술서를 작성했는데, 법에 따라 처분을 받게 됩니다.)


'농관원' 단속반원은 <112기동대>에 편성된 112명입니다. 이렇게 적은 인원이 우리의 안전한 먹거리를 지키기위해 밤낮으로 일을 해도 방대한 단속 품목과 전국 각지에서 팔리고 있는 농산물을 모두 지키기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농관원'이 관리해야할 업체는 농산물업체 48만여곳, 음식점 60만여곳 등 108만개소에 이릅니다. 그러니까 단속반원 1인당 1만여곳을 담당해야 합니다.

원산지 표시위반 사범은 늘어나고 단속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소비자단체, 생산자단체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명예감시원(현재 2만5천여명)으로 위촉해서 민간 감시기능을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관련법을 개정해 부정유통을 신고 포상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농산물 원산지 표시 위반 사항을 주무관청이나 수사기관에 신고 또는 고발하거나 검거한자는 조사결과에 따라 10~200만원까지 보상을 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신고자는 일체의 비밀을 보호해주고 있습니다.

업태별로 원산지 표시이행율을 보면 대형유통업체가 99.8%, 생산자단체는 99.4%로 비교적 높았으나 시장 등 노점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들은 83.7%에 그쳤습니다. '07년 원산지 표시율은 97.2%로 아직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습니다. 즉 영세상인일수록 가격이 싼 수입농산물을 팔면서 원산지 표시를 잘 하지 않았습니다. 1991년부터 시행된 이후 20년이 다 되고 있는데, 아직 믿고 살 수 있는 원산지 표시는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식탁에 안전한 먹거리를 올리기 위해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이 '농관원'의 원산시 표시제도의 정착입니다. 원산지 표시제도만 제대로 정착돼도 수입농산물 개방에 겁을 낼 필요는 없습니다. 돈을 더 주고라도 안전한 국산 먹거리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농관원' 일일 단속반원이 되어 직접 단속 현장에 나가보니 '내가 농산물 안전한 먹거리 지킴이다'라는 마음으로 깐깐하게 살피고 위반업체는 신고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원산지 표시제도가 정착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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