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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MBC '100분토론'을 보고 뿔난 이유

by 피앙새 2009.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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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교수가 진행하는 MBC <100분토론> 어제 '미디어법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방송했습니다.요즘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미디어법'과 관련한 토론이라 방송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킨 주제입니다. 패널은 4명이 나섰는데, '미디어법'과 관련하여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쪽이 각각 2명씩입니다. 민주당은 전병헌의원, 이창현교수(국민대), 한나라당은 나경원의원, 황근교수(선문대)입니다. 4명의 패널들이 토론하는 것을 보니 '미디어법'을 두고 입장 차이를 좁히가 보다 한치도 양보없이 마치 흑과 백을 두고 서로 맞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패널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역시 나경원의원입니다. 미디어법을 어떡하든 6월안에 처리해야 한다며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는지라 시종일관 '미디어법'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주장하기 바빴습니다. 그러나  나의원과 한나라당측 입장을 주장한 황근교수의 주장은 논리적이고 설득력을 갖추기 보다 '무조건 해야 한다'고 밀어붙이기 주장만 되풀이하는 듯 느껴졌습니다.

특히 황근교수는 방송 패널로서 예의없는 행동까지 보여 불쾌했습니다. 민주당 전병헌의원이 다소 길게 얘기를 하자, 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것은 물론, 국회위원에게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하며 마치 학생을 대하듯 했습니다. 물론 민주당 전병헌교수도 대안다운 대안을 제시하는 패널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유일하게 이창현교수가 미디어법이 왜 추진돼서는 안되는지 조목 조목 자료를 제시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등 패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이 왜 미디어법을 강하게 밀어붙이는지, 그리고 민주당이 왜 당력을 집중해 반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필자가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국민의 63%가 이 법을 우려한다는 이창현교수의 설문조사 결과로 대신합니다. 다만 나의원이 미디어법의 필요성을 제기한 부분중 필자와 견해가 다른 하나는 바로 미디어법의 '건강성'입니다.

이창현교수가 뉴스 채널의 건강성을 이야기한 부분이 있는데, 나의원은 이 말을 받아 우리 나라 방송사도 1개보다는 2개가, 2개보다는 3개가, 즉 많으면 많을수록 공정하고 건강한 방송을 하는데 더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따라서 '미디어법'은 방송진입 규제를 완화함으로써(즉 거대보수신문사와 재벌들이 방송을 소유해도) 우리 나라 방송의 건강성은 더욱 더 좋아진다는 논리입니다.

나의원의 주장대로라면 현재 KBS1과 2, MBC, SBS공중파 외에 삼성과 조선일보 등이 진출해 10개, 20개가 될 수 있으며 방송사의 난립이 우리나라 언론 풍토를 건강하게 한다? 는 논리인지요? 방송사의 난립은 과다 경쟁으로 선정방송 등 방송의 질적인 저하가 우려됩니다. 안그래도 요즘 방송사들은 재정이 악화되어 시청자들이 원하는 수준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물론 재벌들이 방송사를 소유하게 되면 막대한 재력으로 질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경원의원이 간과한 점은 대기업이 방송사를 소유함으로써 공정한 뉴스보도에 많은 문제가 따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서해 기름유출 사건때 삼성과 관련하여 중앙일보의 보도가 다른 언론사에 비해 현격하게 적었다는 보도는 이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만약 삼성이 방송사를 소유하게 되면 대기업의 편법 증여라든지, 탈세 등에 관한 보도를 공정하게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습니다.


한나라당측 입장을 주장하는 황근교수는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로 공정방송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제기했습니다. 대기업이 소유한 방송사가 불공정 보도를 하면 소비자가 집단으로 불매운동을 하기 때문에 재벌들이 방송사를 소유하면 그만큼 부담이 된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어제 '100분토론'을 보던중 나의원의 밀어붙이기식 주장에 짜증이 났지만 황교수가 미디어발전위에 소속된 위원으로서 중립적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하기 보다 한나라당에서 주장하는 논리를 전달하는 것같아 매우 불쾌했습니다. 또한 건전한 토론과 대안제시를 기대했지만 패널들이 일방적인 당의 입장 전달에 그쳐 새벽 2시까지 잠도 안자고 방송을 본 것이 억울해 조금 뿔도 났습니다.

황근교수는 지금의 '미디어법' 구조는 군사정권 시절인 198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라 근본틀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근본틀을 바꾸는데 동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과 국민들은 법의 내용을 문제 삼는 것입니다. 방송사 진입규제 장벽을 무너뜨려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저절로 언론이 돌아가도록 한다는데, 한국이 이렇게 이상적으로 돌아가는 사회인지요? 재벌의 막강한 재력으로 한나라당에서 얘기하는 방송사의 자유로운 질서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나의원은 민주당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여론조사가 먼저라고 합니다. 국민들이 '미디어법'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먼저라고 합니다. 이것은 '소통'을 강조한 말입니다. '여론조사' 실시 여부를 두고 여야는 첨예한 대립만 하다가 결국 '미디어위' 활동이 어제 종료되었습니다. 100일간의 '미디어위' 활동을 놓고 여야는 힘겨루기만 하다가 해법도 찾지 못한 채 종료되었습니다. 그리고 한나라랑은 이제 국회로 공을 돌리자고 하고, 민주당은 절대 국회 논의 불가라고 합니다.

'소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정부에서 '미디어법'을 두고 진정한 소통을 한 것인지요?
여기에 대해 민주당 전병헌의원이 어제 <100분 토론>에서 한마디 했습니다.

"대운하만 팔게 아니라 국민의 소리를 듣기 위해 먼저 귀를 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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