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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5만원권 본격 유통, 경제에 활력될까?

by 피앙새 2009.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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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던 5만원권이 오늘부터 시중에 유통됩니다. 신사임당 인물 초상을 두고 화폐가 발행되기도 전에 한차례 홍역을 치룬 느낌입니다. 고액권(高額券)이 나오는 것은 지난 1973년 6월의 1만원권 이후 36년 만입니다. 당장 오늘부터 5만원권을 지갑에 넣고 다닐 생각을 하니 주부로서 조금은 부담이 됩니다. 서민 주부들에게 5만원이란 돈은 아직도 큰 돈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걱정되는 것은 물가입니다. 5만원권이 발행되기 전 가장 걱정되었던 게 물가 상승이었습니다.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물가만 오른다면 서민들은 더 살기 힘들어질 것입니다. 한국은행은 당초 5만원권 발행 당시 "고액권 발행으로 물가를 자극한다는 주장은 논리적 근거가 약하다"고 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당장 결혼식 갈 때 3만원 내던 것을 5만원씩 낼 확률이 높습니다. 기분 좋게 결혼식 가서 1만원짜리 3장을 내는 것보다 5만원짜리가 나왔으니 고액권 한 장으로 내는 것이 일반화되지 않을까요? 이렇게 실생활에서 1만원짜리가 최고액 화폐이던 때와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5만원권이 고액권이라는 생각이 점차 얕아질 것입니다. 특히 기분에 따라 소비 심리가 강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5만원권의 값어치를 생각치 않고 쓸 우려가 많습니다. '1만원=5만원'이란 착시현상마저 우려됩니다.

기업들은 5만원권 본격 유통에 따라 제품의 용량을 조금 늘인다거나 기능을 개선하여 기존 3~4만원짜리 제품을 5만원으로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월급은 늘지 않는데, 5만원권 유통으로 고액소비만 늘어나 근로자의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벌써부터 대형마트들은 9,900원, 29,900원 등 1만원짜리 화폐에 맞추던 상품 가격을 49,900원으로 기획상품을 내놓는 등 발빠른 5만원권 유통 이벤트를 내놓고 있습니다. 백화점업계에서는 1만원짜리 제품은 너무 저렴하고, 10만원은 다소 부담스럽던 가격인데, 5만원권이 나와 가장 적절한 가격으로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반색하고 있습니다. 5만원권 유통으로 백화점이 가장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백화점업계 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도 5만원 이벤트를 열고 있습니다. 대금결제가 주로 신용카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백화점보다야 못하지만 5만원권 발행에 맞춰 덩달아서 이벤트를 열고 있는 것입니다. 이밖에 외식업체도 기존 2~3만원대에서 5만원대 세트 메뉴를 내놓고 있으며, 하다 못해 동네 편의점에서도 5만원에 딱 맞춰 선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물가가 인상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현금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용카드를 사용한다고 해서 5만원 고액권에 대한 착시현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5만원권과 5천원권은 크기나 색깔이 비슷합니다. 밤늦게 택시를 타고 돈을 낼 경우 자칫하면 5천원권 대신에 5만원권을 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 고스란히 피해는 승객 몫입니다. 5만원권을 만들때 5천원권과 컬러 차이를 두어야 하는데, 이점에서 다소 아쉽습니다. 한 대형 유통업체는 계산대 직원들을 상대로 5만원권과 5천원권의 차이와 빠른 구별법에 대해 별도의 교육을 시킬 정도입니다. 자칫하면 거스름돈으로 5천원권 대신에 5만원권으로 주는 실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폐단위 '오', '5'가 비슷해서 5만원권에 익숙해질 때까지 이런 현상은 일정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택시기사들과 편의점에서는 5만원권 유통에 따라 1만원짜리, 1천원짜리 잔돈 준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5만원권을 내놓고 편의점에서 담배 한갑을 사면 거의 잔돈 바꾸는 수준과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잔돈을 준비해야 합니다. 현금자동인출기도 5만원권 유통에 따라 교체가 돼야 하고, 고액권 발행에 따라 위조지폐도 늘어날 것입니다. 한동안 5만원권 해프닝이 일어날 듯 합니다.

정부는 5만원권 발행이 10만원권 수표발행 비용을 줄이는 것만 홍보하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하면 앞서 언급한대로 물가인상 등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부작용은 시간이 흐르면 점차 안정이 되겠지만요. 한은의 설명대로 10만원권 자기앞 수표를 사용할 때 '이서'의 불편함, 즉 주민번호와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얘기하지만 10만권 수표를 사용하면서 이런 불편을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요즘 10만원권 수표 내면서 간단히 전화번호만 쓰기 때문입니다.

5만원 본격 유통은 안그래도 힘든 우리 경제에 활력이 될지, 물가인상 등 스테그플레이션 등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는 주범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5만원권 유통으로 우리이 경제생활에는 엄청난 변화가 올 것입니다. 그 변화에 빨리 적응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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