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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행복

30년만에 맏며느리가 뿔난 이유 들어보니

by 피앙새 2009.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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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58살이 되는 친구 언니는 6남매 집안의 맏며느리입니다. 결혼한지 올해로 30년이 됩니다. 남편 사랑 하나만 믿고 넉넉하지 못한 집에 시집와서 시부모 모시면서 층층 시하 시동생, 시누이 보살펴가며 맏며느리 역할을 잘하며 살아왔습니다. 지난해 시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시고 난후 시어머니(87세)는 치매끼까지 보여 요즘 언니는 무척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시집 올 때는 내가 낳은 자식보다 막내 시동생을 먼저 업어서 키웠는데, 이제는 모두 결혼해서 독립했습니다. 남편은 퇴직 후 집에서 하는 일 없이 쉬고 있고 시어머니와 함께 세끼 꼬박 밥을 해주며 아직까지 시집올 때처럼 마음 편히 자기 몸 하나 추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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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끼가 있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일주일에 한번 병원에 모시고 가서 진찰 받고 약을 타오고, 식사며 목욕 등 병수발 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이제 자식들 다 출가시킨 후 노후를 좀 편하게 보내야 하는데,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명절이나 제사 때 시동생 가족 20여명이 좁은 집에 모두 모이면 명절 보내는 것이 지옥 같아 해마다 명절증후근을 앓고 있습니다.

그런데 30년간 아무 말 없이 시집살이를 계속해오던 이 언니가 뿔이 났습니다. 남편의 퇴직으로 수입도 없고, 먹고 살기도 힘든 마당에 시어머니 한분 모시는 것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데 시동생, 시누이 아무도 도와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두 장남, 맏며느리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할 일이며, 시동생과 시누이들은 자기네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뒤로 물러서기 때문입니다.

하다못해 명절이나 제사때 들어가는 비용도 함께 부담하면 좋은데, 큰 집이라고 와서 음식 하는 것 조금 도와주고 어머니께 용돈 드리고 가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언니는 남편에게 이번 가족모두 모였을때 시동생 3명과 함께 명절과 제사, 시어머니 생신 등을 돌아가면서 지내자고 말했습니다. 시부모님들로부터 물려받은 재산도 없이 남편의 박봉으로 근근히 살아왔는데, 남편이 퇴직 후 생활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남편도 형편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라고 했는데, 막상 동서들에게 전화를 하니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더랍니다. ‘맏며느리도 아닌데, 왜 우리가 하느냐’고 절대 안된다고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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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시집온 새벽이가 고된 시집살이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었던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의 한 장면)

남편이 퇴직하기 전에는 시부모님 모시고 살아도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는데, 막상 수입이 없다보니 경제적으로 너무 힘든가 봅니다. 또 한가지는 이제 그 언니도 나이가 들어서 치매끼가 있는 시부모 봉양하는 일이 힘에 부친다고 합니다. 이제는 시부모를 모실 나이가 아니라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인생의 러브에이지(Love age)를 보낼 때입니다. 지금까지 30년간 시부모, 시댁 식구들을 함께 살면서 한번도 힘든 내색이나 꾀 부리지 않고 살아왔지만 자식들 모두 출가시키고, 시부모 모두 돌아가시고 난후 홀가분하게 등산도 다니며 활기차게 살고 있는 친구들을 보니 '내 인생은 뭔가?' 라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요즘은 결혼전부터 '장남은 재고, 차남은 부족'이란 말이 있지만, 부모세대가 하나 또는 둘만 낳아 키워서 대부분 시부모를 봉양해야 할 상황입니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의 생각은 하나같이 시부모와 함께 살기를 꺼려해 나이들어 자식들에게 기대어 살 생각은 옛날 얘기가 되고 있습니다.

노후 준비가 돼있지 않을 경우는 초라한 황혼을 보내야 합니다. 전통적인 대가족 제도는 이미 무너진지 오래고, 이제 자식을 낳아 키워 출가시키면 부모의 임무는 끝이지만 그 댓가로 부양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쩌면 30년간 시부모와 시댁식구들을 봉양한 친구 언니세대가 희생만 하고 노후에 자식들에게 대접받지 못하는 불행한 세대인지 모릅니다.

30년간 시집살이를 해도 아직 끝나지 않은 친구 언니를 보며, '여자의 일생'을 보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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