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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행복

대형마트 계산대, 의자가 없는 이유

by 피앙새 2009.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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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가운데 H마트가 지난해 계산대에 의자를 비치해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배려한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그런데 국내 최고의 대형 할인마트는 아직도 의자가 없습니다. 필자는 직장맘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씩 장을 보는데, 갈때마다 '여기는 언제 계산대에 의자를 놓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하다 보면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합니다. 만약 의자를 놓아도 계산원들이 의자에 앉아 편히 계산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형할인마트 계산원들은 단순히 물건값만 받는 것이 아닙니다. 손님들이 쇼핑카트에서 구입한 물건을 계산대에 올려놓으면 일일이 들어서 바코드를 찍어야 합니다. 가벼운 물건도 있지만 덩치 큰 물건들도 많습니다. 어떤 손님들은 맥주와 소주를 박스로 사기도 합니다. 이런 물건들은 카트에서 내리지 않고 통상 바코드만 찍습니다. 그런데 우유, 과일 등도 많이 사게되면 꽤 무게가 나갑니다. 뒤에 기다리는 손님들을 생각해 계산원들은 가급적 빨리 빨리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얼굴에는 항상 미소를 지어야 합니다. 까탈스런 손님들이 짜증을 내도 다 받아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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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실적으로 계산원들이 앉아서 일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런 현실을 알고 일부 마트에서 아직도 계산원을 위한 의자를 놓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어제 퇴근길에 대형마트에 갔다가 계산원으로 근무하는 김경자(40세,가명)에게 왜 의자를 놓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바쁘게 바코드 찍으랴, 카드 긁고 잔돈 내주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빴습니다.

"의자를 놔도 앉아서 일할 수가 없어요. 계산대에 의자가 필요하지 않아 회사에서 놓지 않는 것 같습니다. 손님이 계속 끊이지 않아 의자를 놓는다 해도 무용지물일 거에요."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주 5일 40시간씩 근무하고 있습니다. 하루 8시간씩 근무하지만 실질적인 근무시간은 9시간입니다. 계산대에 투입하기 전에 환전을 위한 동전준비 등이 필요하고, 근무후에도 수표 입금 등 잔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근무 투입을 하면 통상 4시간 근무후 30분 정도 휴식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다보니 다리가 퉁퉁 붓기 일쑤입니다. 그래도 주부들은 직장 구하기가 힘든 세상이라 생활비, 학원비라도 벌려고 힘든 일을 마다않고 일하고 있습니다. 김경자씨 역시 하루 8시간 근무하면 다리가 퉁퉁 부어 퇴근후에는 뜨거운 물로 맛사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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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의자가 필요한 곳은 계산대가 아니라 물건을 직접 파는 판매장입니다. 옷과 가전제품, 신발 등을 파는 곳은 손님이 계속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앉아 있다가 손님이 오면 응대해도 됩니다. 대형마트의 특성상 시장처럼 호객행위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의자에 앉아 있으면 마치 노는 것 같은 인상이 들고 눈치가 보여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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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할인점에 근무하는 계산원들은 최저임금에 준하는 보수를 받는 정규직입니다. 예전에는 대형 할인마트측에서 직접 직원을 뽑아 관리했지만 일부 마트에서는 용역회사에서 직원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비정규직법에 따라 대형마트에서 계산원들조차 직접 고용을 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말에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서 정규직원 채용을 가급적 줄이고 있습니다.

내년도 최저 임금이 2.75% 오른 시간당 4,11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1시간 근무하는 동안 마트 계산원들은 조금만 불친절하게 보이면 손님들에게 면박당하기 일쑤입니다.  일부마트는 이렇게 힘들게 일하고 1시간동안 받은 임금이 최저 임금 수준입니다. 없는 사람들은 힘들게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이 별로 없습니다. 있는 사람들은 어디 그런가요? 쉴새없이 계속되는 손님들 가운데는 상품에 하자가 있다고 꼬뚜리를 잡거나, 빨리 계산을 하지 않는다고 불평하거나 실갱이 하는 고객들도 많습니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그들을 생각해서 마트 갈때는 조금씩 이해해주는 아량이 필요합니다.

대형마트 계산대에 의자를 놓는 것은 사실 불가능해보입니다. 의자를 놓아 근로조건을 개선해준다며 눈가리고 아웅하기 보다는 그들이 고생하는 만큼 대우를 해주고 정당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그들을 진정으로 생각해주는 일이 아닐까요? 일부 마트에서 시행하고 있는 대형마트 의자는 대기업 이미지 홍보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계산원들에게는 무용지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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