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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행복

생활고로 이혼 신청한 친구사연 들으니

by 피앙새 2009.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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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후 집에서 쉬고 있는데 어제 고등학교때 단짝 친구인 현정(가명)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지난해말 동창회 이후 7개월만에 온 전화에 반가움을 표시했지만 친구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습니다.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있나보다 생각했는데, 역시 좋지 않은 일이 친구를 힘들게 하고 있었습니다.

친구는 '남편이 집을 나가서 3개월째 들어오지 않아 힘들다’고 했습니다. 별탈없이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얘기를 듣고 보니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여고시절 시집가면 누구보다 살림잘하고 똑 소리나게 살줄 알았는데, 왠 날벼락인가 하고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친구는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곳이 없어 결국 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현정이는 저희 집에도 자주 왔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직장도 없이 놀다가 현정이가 직장을 나가 생활비를 보태다가 부부싸움이 잦아졌습니다. 결국 이혼을 요구하자  친구의 남편은 집을 나가 3개월째 연락 두절 상태입니다. 그녀의 딱한 사정은 이렇습니다.


친구는 10년전 이혼한 채 혼자 살고 있던 현재의 남편과 만났습니다. 전처의 자식과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 것이 안스러워 동 꽃시장에서 함께 일하다 만나 결혼을 했습니다. 전처 자식은 현재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친구와 남편 사이에 낳은 딸은 이제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닙니다. 꽃시장에서 일하며 한달에 받는 봉급이 100여만원인데, 이 돈으로 친구가 가정을 꾸려왔습니다.

같이 사는 10년동안 남편은 꽃시장을 그만두고 반백수로 살아와 생활비와 살림은 친구가 책임지며 살아왔습니다. 남편은 취직을 해도 한 두달 버티면 많이 버틸 정도로 사회생활도 잘 못했습니다. 직장도 나가지 않으면서도 카드를 많이 써서 항상 불화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큰 딸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막내딸의 생활도 말이 아니었습니다. 집에서 엄마가 보살펴주어야할 나이에 딸들이 밥을 제대로 해먹을리 없어서 라면과 자장면으로 떼우는 날이 다반사였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했지만 남편은 집을 나간후 카드와 사채까지 빌려쓰고 있었습니다. 얼마전에는 사채업자가 찾아왔는데 남편은 집을 나간 3개월동안 사채를 무려 500만원이나 썼습니다. 게다가 카드대금만도 500여만원에 이르러 당장 갚아야할 빚만 1천만원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지금 살고 있는 전셋집(5천만원)을 빼서 빚을 갚으려고 방을 내놓았지만 방이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살고 있는 전셋집이 반 지하라 냄새도 많이 나고 물도 잘 빠지지 않아 쉽게 나가지 않는 것입니다. 집주인은 방을 빼 나가라고 하면서, 전세값도 6천만원으로 올려 집을 내놓아 방이 나가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큰 딸은 사춘기라 반항기도 많아 엄마와 사이가 좋을 리 없습니다. 그래도 키운 정이 있어서 남편과 이혼을 해도 같이 산다고 합니다. 엄마가 일을 다니니 아이들은 가까운 슈퍼에 가서 외상으로 라면을 갖다 먹기도 하며 힘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월 수입 100여만원으로 두 딸과 함께 살기가 늘 팍팍했습니다. 하루 하루 버티다가 내린 어려운 결정이 바로 이혼이었습니다. 신랑이 사채와 카드를 쓰고 다니며 집안은 나몰라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함께 살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랑과 이혼을 하기 위해 아무리 연락을 해도 소식을 끊었다는 것입니다. 친구는 신랑이 집에 안들어오는 것도 문제지만 신랑이 카드와 사채를 자꾸 빌려써서 그게 가장 걱정입니다.

일도 힘들고 신경을 써서 그런지 요즘 친구는 목에도 혹같은 것이 보여 병원에 가봐야 하는데 병원비가 많이 나올까봐 겁이 나서 병원도 한번 못가봤습니다. 친구의 하루 하루는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남편과 빨리 정리를 해야 홀가분하게 아이들과 지낼 수 있을텐데, 지금 그 남편은 행방이 묘연합니다.


남자는 결혼해서 아내와 자식들을 먹여 살린다는 뜻으로 한문의 남(男)자는 입구(口)자가 여러개 있는 형상문자입니다. 가족들을 먹여살리기는 커녕 상처와 빚만 남긴 친구는 남편에게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몰라도 빨리 돌아와서 친구 현정이와 딸들이 예전처럼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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