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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행복

외국인은 친절하고 한국인은 무뚝뚝할까?

by 피앙새 2009.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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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가 어렵고 살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 어둡습니다. 살면서 뭔가 희망이 있고 신바람이 나야하는데, 뉴스를 보면 인상이 저절로 찌뿌려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길을 묻거나 도움을 요청할 때 한국 사람들은 마지 못해 알려주는 듯 하고, 외국 사람을 만났을 때 도움을 요청하면 방긋 웃으며 반가운 얼굴로 도와주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외국사람들처럼 처음 보지만 상냥한 웃음과 미소로 친절하게 대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거야 말로 불경기에 돈 안들이고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일 아니겠어요? 필자가 최근 경험한 외국인의 친절함과 우리나라 사람의 무뚝뚝하고 불친절했던 경험이 비교가 됩니다. 물론 이 단편적인 예로 우리나라 사람은 모두 불친절하고, 외국인들은 무조건 다 친절하다는 논리는 절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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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남편과 함께 가끔 바람을 쐬러 다닙니다. 어디를 가든 요즘은 카메라를 가지고 다닙니다.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 생긴 버릇이기도 하지만 남편과 함께 사진도 찍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남편과 함께 부부 기념사진을 찍으려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해야 합니다. 삼각대는 무겁고 거추장스러워 잘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누군가에게 사진 한번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곤 합니다.

얼마전 남이섬을 갔을 때 겪은 일입니다.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기 때문에 한류열풍이 불어 우리 나라 사람들도 많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참 많았습니다. 남이섬 중앙로 잣나무길은 너무 아름다워서 외국인들도 사진 찍기 바빴습니다. 저희 부부도 기념사진 한장을 남기고 싶어 옆에서 사진을 찍는 여자들에게 부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 여자가 친구 사진을 찍으며 연신 "이얼싼, 이얼싼~~" 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중국인 관광객이었습니다.

'이얼싼~~!'이란 말에 한 여자가 마치 모델처럼 이리 저리 포즈를 취하며 사진찍기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중국말을 못해서 제가 한국말과 바디랭귀지를 섞어가며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닌 하오~~~(안녕하십니까?)"  사실 할줄 아는 중국말은 이게 유일합니다.

더 이상 중국말을 할 줄 몰라서 그냥 한국말로 "저 사진 한장만 부탁 드려도 될까요...?" 했습니다. 이 말에 그  여자는 웃으면서 잠시 머뭇거리더니, (한국말을 몰라서 조금 당황했겠죠) "닌 하오~~~" 라고만 하고 상냥한 미소로 어느새 제 카메라를 받아 듭니다. 그리고는 우리 부부가 포즈를 취하자, 그 중국여자는 정성을 다해 찍어줘 멋진 남이섬 방문기념 부부사진을 3장이나 얻을 수 있었습니다.

남이섬을 다녀온 후 지난 주말 우리 부부가 경기도 광주의 문형산을 갔습니다. 이곳은 자전거 동회회원들이 MT를 많이 오는 곳입니다. 통상 어느 산이고 정상에 갔을때는 기념인증샷을 찍습니다. 힘겹게 땀흘리며 우리 부부가 문형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산 정상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휴식을 하면서 얼마동안 기다리니 어떤 청년 한명이 운동복차림으로 뛰어올라 오더군요. 남편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 청년에게 다가가 사진 한장만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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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청년 사진을 찍어달라는 남편의 부탁을 받고 힘들게 올라온 사람보고 웬 사진부탁이냐는 듯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카메라를 받아듭니다. 그리고는 우리 부부가 정상표지석에서 포즈도 잡기 전에 숨 넘어 가듯이 서두르며 그 청년 하는 말,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어찌나 빠르던지 우리 부부는 어정쩡한 자세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한번만 더 찍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랬더니 그 청년은 더 찡그린 얼굴을 하며, "자! 찍어요!" 하면서 그냥 셔터를 눌러 버린 겁니다. 그 사람이 찍은 사진 2장은 포즈도 어정쩡하고, 서둘러 찍어서 그런지 기념사진으로 남기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정상주변의 나무 중간에 어렵게 카메라를 올려놓고 타이머 기능으로 부부가 함께 다시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 한장 찍어주는데 이렇게 불친절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얼마전 남이섬 갔을때 중국관광객의 친절이 생각이 나서 씁쓸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톨스토이는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모든 비난을 해결하고 얽힌 것을 풀어 헤치며 어려운 일을 수월하게 만들고 암담한 것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친절이다" 고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는다', '웃는 낯에 침 밷으랴'는 속담이 있습니다. 남에게 베푸는 친절함은 내게 부메랑이 되어 친절함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물론 불친절은 불친절로 돌아올 것입니다.

비록 귀찮고 힘들지만 내가 베푼 작은 친절 하나가 세상을 밝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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