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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우리는 노무현대통령이 죽어서야 관대했다

by 피앙새 2009.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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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전대통령의 충격적인 자살이 주말 대한민국을 강타해서 하루종일 나라가 어수선합니다.
왜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에 대한 것은 홀연히 떠나신 노무현대통령만이 아실 것입니다. 퇴임후 자전거에 손녀를 태우고 티 없이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시던 서민할아버지의 모습, 구멍가게에서 담배 한개피 물고 모든 정치적 시름을 다 털어내고 자유인의 모습을 보여주시던 모습, 봉하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짧은 정치연설을 보여주시던 그분의 열정을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분이 가신 후 우리는 비로소 노무현 전대통령에게 관대한 것은 아닌지요? 살아생전에는 그렇게 힘들게 하더니 왜 돌아가시고 나서야 관대해야 했는지요? 살아 생전에 조금 더 그분을 이해했더라면 그렇게 힘들어 하시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검찰 출두후 자존심이 강한 그분이 겪었을 마음의 충격과 부담을 그분은 내색하지 않고 홀로 삭혀왔습니다. 그러다 끝내 홀로 짐을 지고 떠났습니다.

노무현대통령께서 남기신 유서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신세를 졌고, 너무 힘들게 했다고 했지만 정작 그분 뒤를 끝까지 지켜온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며 대통령직에 있을 때와 없을 때 그분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달랐습니다. 검찰은 노대통령이 죽음으로 자존심을 지키고 하늘로 떠나자, 그제서야 수사를 종결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한 나라의 임금님이셨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임금님으로서의 대우보다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켜줘야 하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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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도, 기자들도 그분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필치가 달라졌습니다. 특히 다음뷰에 올라온 모 언론사 기자의 글을 보니 왜 살아생전에 잘써 드리지 못했을까 하는 회한을 담고 있었습니다. 다음뷰에 그토록 모질게 노무현대통령에 대해 써놓더니 떠나신후 '회한'이라는 말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왜 노무현대통령이 서거하시기 전에 이런 회한을 담지 못하고 하늘로 가신후에 "노무현 대통령에 모질었던 블로그의 회한"이란 글을 올린 것인지 참 이해가 안갑니다. 그 블로거 글(아래)을 보고 악어의 눈물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취재기자는 아니지만 블로그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모진 글을 많이 썼습니다. 재임 중이던 2006년 12월 18일 '부동산 대책 노 대통령은 열외'가 그 첫 글이었습니다. 지난해 6월 3일 올렸던 '노무현 사저 땅값 1년새 49배 올랐다' 는 글은 많은 네티즌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검찰 수사를 받은 최근에도 여러 글을 올렸습니다.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셨다면 썩 기분이 좋지 않았을 글들이었습니다. 이후 저는 노전 대통령에 대한 글을 많이 올렸습니다. 대부분 사저와 관계된 글이었습니다. 대부분 모진 내용을 담은 글이었습니다.  이 순간 정말 마음이 무겁습니다.

특히 지난 4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노무현대통령에게 ‘자살’을 권유했던 김동길교수는 정작 자신의 주장대로 노무현대통령이 가셨지만 아무 말도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치혀로  그 어떤 말도 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 한마디로 상처받고 씻을 수 없는 결과까지 낳은 것을 수없이 봐왔습니다. 또한 키보드 몇 번 두드려 남에 대해 모질게 글을 쓸 수는 있지만 그 글로 인해서 상처받고 자살한 연예인들 또한 많았습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죽어서야 비로소 관대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비단 김동길교수뿐이겠습니까? 대한민국 언론과 언론인들은 노무현대통령의 죽음으로 시대의 정론으로 민의를 대변해왔는지, 정론직필을 해왔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합니다. 노무현대통령이 죽음으로서 지키려 했던 것 중의 하나에 언론도 포함돼 있을 것입니다. 재임중 조중동과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그분이 왜 언론과 그토록 싸워왔는지에 대해서도 한번 더 생각하게 합니다.

오늘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그분을 지켜드리지 못한 것이 죄송스럽니다. 가신 님은 말이 없지만 그 분을 보내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과 그분을 미워했던 사람들조차도 그분이 죽어서야 비로소 관대해지고 있습니다. 정작 그분은 지금 비를 맞으며 하늘 나라로 멀리 멀리 떠나고 계십니다. 이젠 아무리 관대해도 그분을 붙잡을 수가 없습니다.

노무현대통령님, 이제 이승에서의 무거운 짐일랑 훌훌 털어버리고 하늘에서 편히 잠드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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