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

부부의 날을 맞아 남편에게 쓴 편지

by 피앙새 2009. 5. 21.
반응형
계절의 여왕답게 세상이 너무 푸르고 아름답습니다. 이 좋은 계절 5월에 당신과 결혼해서 함께 산지도 벌써 21년째 되어갑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할 동안 당신도 저도 참 열심히 살아왔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어느새 당신의 얼굴에 주름과 희끗희끗한 머리를 보니 연애시절 하늘의 별이라도 따주겠다고 큰 소리치던 당신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이 부부의 날이라고 합니다. 당신과 저 사이에는 따로 부부의 날이 필요없을 정도로 1년 365일이 부부의 날이었습니다. 결혼할 때 주례를 섰던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인생이란 긴 여정을 살다보면 언제나 꿀처럼 달콤한 생활만 있을 수 없으며 때로는 어려운 역경과 고난의 파도를 넘어야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따뜻한 사랑으로 화합한다면 극복하지 못할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인생이라는 거친 파도를 잘 헤쳐나가기 바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례선생님 말처럼 당신과 저는 지난 세월을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어려운 역경과 고난의 파도를 잘 헤쳐나왔고, 그 힘든 과정속에서도 늘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당신과 제가 힘을 합친다면 헤쳐나가지 못할 파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혼시절에는 당신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당신을 아주 많이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가진 것 없이 단칸 셋방에서 어렵게 시작했지만 당신과 제가 꿈꾸는 소박하고 작은 꿈이 있어서 힘든 줄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큰애, 둘째를 낳고 가족이 늘어나면서 당신의 어깨도 그만큼 무거워졌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 무거운 어깨를 내색하지 않고 가족을 위해 든든한 남편, 자상한 아빠로 한결같은 울타리가 되어주었습니다. 그 고단한 세월을 묵묵히 지내준 당신의 고마움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하겠습니까? 당신은 우리 가족의 희망입니다.

당신이 저에게 농담삼아 자주 하시던 말이 있죠? ‘다시 태어나도 나와 결혼할 거지?’ 그 말에 저는 언제나 ‘싫어요. 다시 태어나면 당신보다 훨씬 더 멋지고 잘 생긴 사람과 살아봐야죠.’라고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제 얼굴에 ‘그럼요, 다시 태어나도 저는꼭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 이 세상에 당신만큼 멋진 남자는 못봤으니까요’ 라고 씌어 있는 것을 알기라도 한듯 당신은 제 대답에 늘 빙그레 웃어주었습니다. 그 웃음속에 저를 향한 사랑과 믿음이 들어 있는 것을 저도 잘 압니다.

어느새 불혹을 넘은 당신은 사오정을 넘어 이제 직장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 당신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제 자신이 미울 때도 있습니다. 신혼초에는 친구들과의 이런 저런 술자리 약속으로 늦게 퇴근하면 앙탈을 부리기도 했지만 이젠 당신이 아무리 늦게 퇴근해도 바가지를 긁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 대학 졸업시키고 시집 보낼 때까지는 일해야 한다며 젊은 사람들과 경쟁하며 일하는 당신의 힘든 모습에 어찌 바가지를 긁을 수 있겠습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즘은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유난히 많아진 당신의 잠꼬대에 잠이 깨면 그날밤 저는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침침한 어둠속에 보이는 당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하얀 밤을 지새우기도 합니다. 낮에 봐도 밤에 봐도 당신은 언제나 ‘꽃남’의 구준표보다 훨씬 멋진 남자입니다.

다음주가 우리 결혼기념일입니다. 남들은 아내 생일, 결혼 등 기념일을 잘 챙겨주는 남편 을 하지만 일하느라 바쁜 당신이 설령 결혼기념일을 모른다고 해도 대신 제가 당신 좋아하는 소박한 저녁찬으로 기념파티를 준비하겠습니다. 퇴근후 밥상위에 놓여진 와인을 보고 놀라며 결혼기념일을 챙기지 못해 미안해할 당신을 위해 당신이 결혼전에 제게 써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 연애편지를 꺼내놓겠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제가 처음 만나 사랑하던 그 때의 마음으로 다시 돌아가 신혼시절처럼 당신을 더 사랑하고 내조 잘하는 아내가 되겠다고 첫 사랑을 고백하는 마음으로 당신에게 고백하고 싶습니다.

20년을 넘게 살아도 아직 저를 향한 당신의 사랑의 깊이를 모르겠습니다. 그 깊이가 너무 깊어서 그렇지요? 5월의 싱그럽고 푸른 계절처럼 당신과 나, 항상 젊고 푸르게 살고 싶습니다. 여보, 사랑해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