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예가정보

1박2일, 설정을 알고봐도 재미있다

by 피앙새 2009. 5. 20.
반응형

예능프로의 리얼리티 논란이 또 다시 점화되었습니다. <패밀 리가 떴다>에 이어 이번에는 <1박2일>의 ‘무식’ 설정 논란입니다. 그 대상이 지난주 전남 나주편에서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외국의 수도 이름을 MC몽과 이수근이 제대로 맞추지 못한데 따른 것입니다. 논란의 핵심은 너무 쉬운 문제를 일부러 틀렸다는 것입니다. 사실 여부는 아직 모르겠지만 설령 이수근과 MC몽이 바보들의 행진을 연상케 할 정도로 일부러 틀렸다 해도, 그리고 예능의 재미를 위해 어느 정도 설정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봤어도 '전남 나주'편은 최근 방송된 <1박2일>중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예능의 본질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재미와 웃음’라고 봅니다. 재미없는 예능을 볼 사람은 누가 있겠습니까? 만약 MC몽이 ‘그리스의 수도는?’이라는 질문에 ‘아테네’라고 바로 정답을 맞추었다면 '전남 나주편‘의 재미는 반감되었을 것입니다. 즉, MC몽과 이수근이 제대로 맞추어 제한시간 안에 베이스캠프인 목사네야로 들어가 ’성공‘과 ’실패‘의 복불복 돌리기를 했을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되면 ’성공‘에 대한 복불복판을 돌리게 되는데 여기에는 자유여행 등 맴버들이 선호하는 것들이 들어있습니다. 즉 <1박2일> 특유의 복불복 재미가 반감되고, 야생의 맛도 없어지고 조금 더 비약한다면 ‘패떴’처럼 목사내야에서 저녁을 해먹는 것 외에 달리 보여줄 것이 없었을 것입니다. 실패로 돌아가야 맴버들의 근성, 생존 본능이 나오게 됩니다. 극한 상황에서 먹을 것을 두고 벌이는 복불복은 <1박2일>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웃음포인트입니다. 솔직히 지난주 가장 재미있었던 MC몽의 속담맞추기 몸개그는 MC몽과 이수근이 수도이름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에 나주곰탕을 먹기 위한 생존 본능으로 나온 것입니다. MC몽의 몸개그는 속된말로 빵빵 터졌습니다. MC몽 때문에 웃다 뒤로 자빠진 사람 많았습니다. 만약 퀴즈를 맞추고 ‘성공’ 복불판을 돌렸다면 MC몽의 몸개그 웃음은 보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이수근과 MC몽이 일부러 퀴즈를 맞추지 않았다 해도 그 목적의 순수성을 알아야 합니다. 시청자들에게 보다 큰 웃음을 주기 위해 일부러 바보가 된 것입니다. 사실 아무리 모른다 해도 MC몽과 이수근이 미국의 수도를 모르겠습니까? MC몽과 이수근은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해 일부러 틀릴 수도 있고, 정말 몰라서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1박2일>에서 '리얼'이라는 것은 나영석PD가 기본 상황과 설정을 준다 해도 맴버들이 개인기를 발휘해서 시청자들을 웃기려고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이런 행동이 웃음과 재미로 연결되면 다행이지만 때로는 썰렁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맴버들은 개인기를 발휘할 때 항상 조심하게 됩니다. 그래서 간혹 강호동은 개인기를 하려는 다른 맴버들에게 “웃기려고 하지 말고 진짜 잘해보자, 맞춰보자”라는 얘기를 합니다. 이것은 맴버들 개인이 웃기기 위해서 일부러 게임을 지게 하는 설정 등을 사전에 막는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1박2일>에서 말하는 ‘리얼’ 실체입니다. 100% 리얼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실제상황으로 하라’는 ‘리얼’이 아닌 ‘다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필자는 지난주 <1박2일>을 보면서 MC몽과 이수근이 '일부러 틀리는구나' 생각하고 봤는데도 재미있었습니다. 오히려 틀리니까 더 재미있었던 것이 아닌지요? 물론 이수근이 혼자 너무 튀려고 3류 개그를 해서 웃기려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수근이 하는 이런 행동들이 모두 눈에 보일 정도라 해도 이수근의 개인기일 뿐입니다. 이것을 가지고 <1박2일> 전체에 ‘설정’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입니다. 이수근의 ‘무식’이 설정이었다 해도 무려 27.5%의 시청률이 나올 정도로 재미있었고, 방송후 블로그뉴스와 게시판 모두 최고의 <1박2일>이었다는 찬사가 많았습니다. 특히 다음(Daum) 뷰에 올라온 <1박2일> 리뷰중 재미없었다는 기사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나온 ‘1박2일, 설정한 티가 난다'는 기사 하나가 공연히 무식 설정 논란을 일으켰다고 생각합니다. <1박2일> 방송후 모든 연예뉴스가 잘 만들어진 버라이어티였다는 평이 지배적이었고, 기사에는 설정의 ‘ㅅ’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유독 하나의 기사만 ‘설정’ 문제를 언급한 것입니다. 이 기사를 보고 일부 댓글에는 ‘패떴’이 대본 논란으로 침체기를 걷고 있는데, 유독 <1박2일>만 잘나가기 때문에 ‘패떴’팬들이 악의적으로 ‘설정’ 논란을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근거 없는 이야기지만 그만큼 <1박2일>의 ‘무식’ 설정 기사는 쌩뚱 맞은 기사였다는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결론을 이끌기 위한 전개가 다소 장황하지만 논지의 핵심은 <1박2일>은 설정을 알고봐도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패떴’의 설정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패떴’은 PD가 밝혔듯이 시트콤쪽으로 제작하려고 처음부터 마음을 먹었지만 <1박2일>은 ‘리얼’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기본 방향은 있지만 언제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서는 나영석PD나 강호동조차도 모릅니다. 맴버들 각자의 개인기나 돌발상황에 따라 전혀 엉뚱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상황은 언제나 큰 웃음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지난주는 MC몽과 이수근의 돌발 개인기로 퀴즈 맞추기는 실패했지만 MC몽의 몸개그 속담맞추기로 더 큰 웃음과 재미를 이끌어내었습니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것이 <1박2일>의 힘입니다. 행여 <1박2일>이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한다고 해서 왜 ‘무식’한 티를 일부러 냈느냐고 하는 시청자가 있다면, 앞으로는 예능을 보지 말고 시사기획 ‘쌈’이나 김C가 가끔 나레이션을 하는 ‘다큐멘터리 3일’을 보면 됩니다.

<1박2일>은 '리얼'을 추구하며 '설정'을 알고봤다 해도 남녀노소 모두에게 재미있는 '국민예능'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