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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행복

아이 못낳는다고 집 나가라는 시어머니

by 피앙새 2009.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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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칠거지악(칠출지악이라고 함)은 남편이 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7가지 조건을 말합니다.
그중 하나가 자식을 낳지 못하는 것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로 들리지만 당시 여성들은 아이를 낳지 못하면 쫓겨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그만큼 전통사회 여성들은 가부장적인 가정에 순종하며 살았고, 무자식으로 쫓겨나는 것도 하늘의 뜻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도 며느리가 아이를 낳지 못하면 당연히 집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그것도 제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다 보니 마치 제가 조선시대에 사는 듯 했습니다. 어제 회사에서 출고 때문에 한창 바쁜 시기에  화실 동아리에서 함께 그림 그리는 동생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퇴근후 시간이 있으면 저녁에 잠시 만나자고 해서 만났습니다.

퇴근후 모처럼 동생을 만나 저녁을 먹고 수다를 좀 떨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나갔는데, 막상 동생을 보니 안색이 어두웠습니다. 저녁을 먹으며 동생에게 '요즘 고민거리라도 있어?' 하고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동생은 조금 망설이는 듯 하더니 이런 이야기를 누구한테 털어놓느냐며 말을 꺼냈습니다.


동생 김명희(33세)는 결혼한지 6년된 새댁입니다.  맞벌이를 하면서 알뜰살뜰 살림도 잘하는 슈퍼우먼 주부입니다. 그런데 아직 아이가 없습니다. 결혼초기 2년간은 알콩 달콩 신혼생활을 즐기고 싶어 아이를 일부러 갖지 않다가 정작 아이를 가질 때가 되어 노력을 해도 원하는 아이는 들어서지 않았습니다. 신랑과 병원을 가서 검사를 받아도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몇 일전 신랑이 외국으로 한달간 출장을 떠났습니다. 신랑도 없는데 지난 주말에 갑자기 시어머니가 동생집에 오셨습니다. 지금까지 6년동안 살면서 시어머니는 동생을 힘들게 한 적이 별로 없습니다. 심심해서 놀러오셨나보다 했는데 시어머니는 동생에게 충격적인 말을 꺼냈습니다.

"내가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한데 어쩔 수가 없구나. 나도 결혼해서 5년만에 겨우 아들 하나 낳았는데, 그때 난 아들을 못 낳으면 집을 나가려고 했다. 다행히 네 남편 낳아서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데 너도 1~2년 더 기다려서 아기가 없으면 남편한테 이야기하지 말고 조용히 집을 떠났으면 좋겠다"

동생은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귀를 의심했습니다.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시어머니는 작정하고 오신듯 했습니다. 사실 동생은 요즘 아이를 가지려고 병원을 다니며 노력도 많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편도 없는데서 이런 말을 들으니 동생은 하늘이 노랗게 보였습니다. 저 역시 동생의 말을 듣고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이런 시어머니가 있나 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옛말에 '시집살이 한 시어머니가 더 시집살이 시킨다'는 말이 있지만 아이낳는 것을 두고 며느리를 집에서 내쫓는 시어머니가 21세에도 있다는 것, 그것도 내 주위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동생의 말을 듣고 멍했습니다. 마치 조선시대로 제가 다시 돌아간 듯 합니다. 동생의 시어머니 역시 자식이 없어 5년간 마음고생을 해서 자식을 낳지 못하는 며느리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텐데, 아이를 낳지 못하면 조용히 나가라고 하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혹시라도 이 일을 친정엄마가 알면 어떡하냐며 동생은 울먹였습니다. 친언니가 없고 오빠만 한명 있는 명희동생은 고민을 하다가 저에게 털어놓은 것입니다. 물론 법적으로 아이를 낳지 못한다고 해서 이혼사유가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을 나가서도 안됩니다. 시어머니가 대신 아들의 인생을 살아줄 수 없고 아이 낳는 것이 마음 먹은대로 된다면 세상 그 어떤 일도 못해낼 일이 없습니다.

저는 동생의 고민을 듣고 화는 났지만 뾰족한 해결 방안이 없었습니다. 동생과 남편은 부부사이도 좋고,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단지 아이가 없다는 것 뿐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노력하면 아이는 얼마든지 낳을 수 있습니다. 1년안에 아이를 갖지 못하면 집을 나가라는 시어머니 때문에 동생이 행여 스트레스 때문에 오히려 더 아이를 갖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이소연씨가 로켓을 타고 최초의 우주인이 되는 등 세상은 21세기가 분명한데, 제 주변에 아직 조선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충격적입니다. 조선시대 칠거지악이 다시 살아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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