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행복

어버이날 독거노인 효도관광 시켜준다더니

by 피앙새 2009. 5. 13.
반응형
어제 버스를 타고 시내를 가는데 70대로 보이는 할머니 손에 건강식품 2개가 들려있었습니다.
가정의 달이라 자녀들이 효도선물을 해주었구나 했는데,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어디론가 전화를 거시더니 한참동안 큰 소리로 실랑이를 벌입니다. 그 통화 내용을 일부러 들은 것은 아닌데, 할머니 건강식품을 꼭 반품해야 한다며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전화통화 내용을 듣고 보니 말로만 듣던 건강식품 충동구매를 하신것 입니다. 그래서  옆집사시는 아주머니가  반품을  도와 주시려는 전화통화 같았습니다.

그래서 할머니에게 어디서, 어떻게 구입하게 되었냐고 자세히 여쭈어 보았습니다.

가정의 달이라고 동네에서 독거노인 무료 관광을 시켜준다고 해서 할머니는 지난 5월 8일 친구들과 함께 관광버스를 타고 봄꽃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할머니(김점순, 70세, 가명)는 할아버지와 일찍 사별후 외아들마저 몇 년전 사고로 죽은 후 폐품을 주으며 혼자 어렵게 살고 있는 분입니다. 의지할 곳 없이 외롭게 살고 있는데 관광을 시켜준다니까 할머니는 고맙고 기쁜 마음으로 나섰습니다.


그런데 관광도중에 버스는 건강식품 판매점을 들렀습니다. 그리고 모든 노인들이 그 매장으로 들어가서 '○○보조식품'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했습니다. 할머니는 어떤 상품인지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신경통, 요통, 암, 고혈압, 당뇨 등 한마디로 만병통치약으로 선전하는 건강식품을 두 박스나 샀습니다. 판매직원이 한박스에 60만원인데 가정의 달이고 어렵게 사는 분들이라 특별히 36만원에 준다고 해서 두박스를 할부로 구입했습니다. 그날 관광버스에 탔던 노인들 절반 이상이 이 건강식품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건강식품 홍보직원들이 어떤 사람들입니까? 일단 매장으로 오신 할머니들에게는 어떻게 해서라도 상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기술이 있습니다. 안 넘어가고는 못 배길 정도로 그럴싸하게 홍보를 합니다. 때로는 “이 정도도 못 사드시면 오래 살기는 힘드십니다.”하고 자존심까지 건드려 가며 상품을 구입하게 합니다. 이것은 판매사원의 과장된, 또는 현혹된 설명에 의한 충동구매입니다.

자초지종을 듣고나니 큰 소리로 전화통화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아무리 생각해도 형편상 비싼 건강식품을 먹을 엄두가 안나 옆짚에 사는 아주머니와 함께 우체국으로 반품을 시키러 가는 중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건강식품회사에 전화로 반품을 요구하며 실랑이를 벌였던 것입니다. 뒤늦게 ‘이게 아니다’ 싶어 건강식품을 반품하러 가는 할머니의 눈빛은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구입한 건강식품 중 한 박스는 이미 개봉한 상태였습니다. 구입한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반품할 경우 포장을 뜰을 경우엔 불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곡되거나 혹은 거짓 설명으로 판단력이 흐린 노인분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식품 판매 사기는 전부터 여러번 있었습니다. 굳이 ‘사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판매 상술이 충동구매하게끔 만들고, 물건으로 봐서도 터무니없는 비싼 가격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세상 돌아가는 것에 비교적 어두운 노인들을 대상으로 판매하기 때문입니다.

구입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판매원의 설명에 현혹되어 충동적으로 구매한 상품일 경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구입계약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할 수 있는 “청약 철회권”이 있습니다. 이런 제도를 할머니가 이용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노인들을 유혹해서 쌈지돈을 빼앗아가는 노인 건강식품 판매 사기는 하루 빨리 근절되어야 합니다. 특히 제가 만난 할머니처럼 어렵게 살아가는 노인분들은 건강식품보다 하루 하루 먹고 사는 것이 더 시급한 분들입니다. 노인 사기는 세상에서 가장  비겁한 사기입니다.

어제 버스에서 만났던 할머니가 건강식품을 무사히 반품할지 걱정이 됩니다. 지금도 어디선가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식품 사기 판매는 계속되고 있고, 피해 노인들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