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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행복

중고가구를 사기 위해 알뜰매장 가보니

by 피앙새 2009.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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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가구나 가전제품을 버리고 이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중고라고 해서, 조금 손때가 묻었다고 해서 미련없이 생활용품을 버리고 이사 가는 것을 요즘 자주 보고 있습니다. 요즘은 부동산 불황기라 거래도 잘 안는데, 이사하는 집이 많다는 것은 아직도 내집 마련한 사람들보다 전세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겠지요. 그런데 이삿짐이 빠지고 나면 어김 없이 중고 가구나 가전제품이 아파트 주차장 쪽에 버려져 있습니다. 이사간 집의 삶의 애환들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중고가구들을 보면 이사전까지 멀쩡히 쓰던 가구들입니다. 장롱, 책상, 호마이카상, 책장, 쇼파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가구만 있는게 아닙니다. 냉장고, 세탁기, 침대 메트리스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어 한 살림 차려도 됩니다.


이런 중고용품들은 필요한 사람이 가져다 써도 되는데, 아무도 가져가지 않습니다. 이사한 사람이 분명 버리고 간 것이기 때문에 먼저 '찜'하는 사람이 임자인데, 실상은 알뜰 중고가구나 가전 매장에서 수거해갑니다. 누가봐도 버리기 아까운 고급가구나 사용한 지 얼마 안된 가전제품들은 가져다 쓰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런 가구나 가전제품을 가져다가 약간의 수리나 보수후 다시 파는 중고 알뜰매장은 거저 주워다가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겐 너무 비싼 가격에 팔고 있습니다. 말로만 알뜰 매장입니다.

결혼하지 않은 남동생이 수원에서 근무를 하다가 지난주에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수원에 근무할 때는 회사 기숙사내에 가구나 가전제품이 모두 비치되어 있었는데, 서울에는 기숙사가 없어 회사 근처에 소형아파트 전세를 얻었습니다. 결혼하면 혼수로 새 가구나 가전제품을 사야하기 때문에 임시로 쓸 가구와 가전제품을 구하러 알뜰 매장을 방문해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값이 터무니 없이 비쌌기 때문입니다.


알뜰매장에서 아파트에서 버려진 중고가구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냥 공짜로 가져다가 조금 깨끗이 손질만 하거나 고장난 부분을 수리한 정도인데, 냉장고는 10~15만원, 세탁기는 10~12만원, 헌 쇼파는 최저 8만원에서 깨끗하고 쓸만한 것은 20만원이었습니다. 물론 냉장고, 세탁기도 상태에 따라 20만원 넘는 것도 있었습니다. 차라리 돈을 조금 더 보태 새 것을 사는 것이 나을 거 같다고 판단해  동생은 새 가구와 가전제품을 구입했습니다. 결혼해서도 계속 쓰면 되기 때문입니다.


어느 동네나 알뜰매장이 있습니다. 신문에 가끔 나오는 알뜰매장 뉴스를 보면 값도 싸고, 물건도 좋아 새것과 다름 없는 실속있는 쇼핑이라고 보도가 됩니다. 그러나 막상 가보면 보도와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정작 싼 물건은 도저히 집에 가져다 놓을 수 없는 쓰레기 수준입니다.

요즘 신세대들은 남이 쓰던 물건을 절대 쓰지 않으려 합니다. 또한 결혼후에도 가구와 가전의 제품회전율이 빠릅니다. 70~80세대들은 가구나 가전제품을 사면 최소 10년 이상 쓸 요량으로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결혼한 젊은 세대들은 1~2년 사용후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쉽게 바꾸고 있습니다. 핸드폰 기기 바꾸듯이 가구나 가전제품을 쉽게 바꾸고 있습니다. 물론 중고로 나온 가구나 가전제품들은 모두 알뜰매장으로 갑니다. 그리고 중고 매장에서는 고가 제품으로 포장되어 싸고 질 좋은 알짜 상품을 구입하러 온 서민들에게 상실감만 주고 있습니다. 버려진 가구나 가전제품이 고가로 둔갑한 것입니다.

어려울 때일 수록 아나바다(아끼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 운동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런 아나바나의 기본 정신을 무색케 하는 중고 알뜰 매장의 터무니 없는 폭리 행태는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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