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행복

아줌마들 도시락수다, 유쾌 상쾌 통쾌

by 피앙새 2009. 4. 24.
반응형
방송에 <미녀들의 수다>가 있다면 제가 사는 동네엔 <아줌마들의 도시락 수다>가 있습니다.

아줌마들 특유의 공허헌 수다 메아리가 아닙니다. 도시락 수다는 일상생활의 모든 고민을 한번에 말끔히 해결해주는 만능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고민이 있거나 잘 풀리지 않는일, 그리고 모르는 일이 있으면 어떤 문제라도 해결해주는 아줌마들의 도시락 수다는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한달에 한두번씩 수채화 동아리에 그림을 그리러 나갑니다. 동아리 회원 연령대는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며, 직업도 학원강사, 전유치원선생님, 부동산중개사, 법무사(남편), 의사(남편), 전공무원, 프리랜서 등 정말 다양합니다. 이런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그런지 모이면 늘 수다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수다속에는 삶의 즐거움은 물론 고민상담 및 해결소 역할도 합니다.


아줌마들의 모임이 가장 많은 곳은 학부모 모입니다. 그러나 이곳은 연령대가 비슷해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이들 교육문제와 대학 입학문제, 이사문제, 시어머니와 싸운 얘기와 갈등 해결, 자녀 유학, 주식, 부동산, 하다못해 아토피까지  우리 생활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이 가감 없이 드러납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은 점심으로 싸온 도시락을 먹으며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합니다.

수채화동아리는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그림을 그리는데, 요즘은 직장을 나가기 때문에 한두번만 참석합니다. 오전에 나와 그림을 그릴때는 마치 전문화가처럼 그림삼매경에 빠집니다. 캔버스에 몰입해서 색감에 대한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붓을 놓은채 그림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작품 구상(?)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림에 한참 빠지다 보면 오전시간이 후딱 지나가 점심 시간이 됩니다. 점심은 각자 싸온 도시락을 펼쳐놓고 먹습니다. 외식을 해도 되지만 학창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먹는 도시락 맛은 꿀맛입니다.

도시락 맛도 맛이지만 도시락 먹으며 풀어 놓는 아줌마들의 수다는 없는게 없는 만물상입니다. 시어머니와 이런 저런 일들로 갈등이 있다고 하면 회원중 가장 나이가 많은 박여사님(76세)이 시어머니 입장이 되어 어떤 점이 기분이 나빴을 것 같으니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해결 방법을 알려줍니다. 아이들 교육문제가 나오면 학원강사 회원이 자녀 공부를 지금 시점에서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학원 정보, 좋은 참고서, 시험정보까지 술술술 나옵니다. 남편의 정년퇴직을 앞두고 노후를 어디서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등 이곳에서 나오는 문제는 해결이 안되는 일이 없어서 마치 만능 열쇠같습니다.

직장에 나가는 회원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주부들은 지루한 가사 노동을 하며 일상을 탈출하고 싶어 합니다. 때로는 주부들도 가사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일상에 지친 아줌마들이 모여 자녀와 신랑 칭찬을 하며 팔불출이 되기도 하고, 회원들의 애경사는 내일처럼 기뻐하고 슬퍼합니다. 어쩌면 수채화 도시락 모임은 주부들의 지친 일상을 풀어주는 편안한 삶의 휴식처인지 모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고민의 98%는 쓸데 없는 고민이라고 합니다. 하루 하루 고민 안하며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정말 필요한 2%의 고민을 털어놓울 수 있는 모임이 바로 <도시락 모임>입니다. 도시락을 푸는 순간 모든 삶의 고민들도 함께 풀어놓습니다. 그리고 풀어놓은 고민은 도시락을 다 먹기전에 해결 방안이 나옵니다. 뭐 고민이래봐야 우리네 이웃들의 소소한 일상들입니다.

남자들은 여자들 셋이 모이면 바가지가 깨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요즘은 여자 셋 이상이 모이면 어떤 고민도 해결해주는 만능 해결사가 되고 있습니다. 바가지가 깨진다는 것은 전설속의 속담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그 깨진 바가지를 어떻게 다시 붙일까 하고 아줌마들이 고민하고 해결하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잘 키운 아줌마들 열처녀 안 부럽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