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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정보

김미숙, 악녀 애리보다 더 못된 표독녀

by 피앙새 2009.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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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연기생활 30년째인 김미숙이 <찬란한 유산>에서 애리보다 더한 악녀로 돌아왔습니다.
김미숙을 보고 악녀 배역을 맡긴 것 자체가 이상할 정도로 그녀는 데뷔후 지금까지 품위 있고 교양 있는 주부역할을 주로 해왔습니다.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남편과 자녀에게 현모양처의 모습만 보이다가 음흉하고 표독스런 모습으로 한효주(고은성)의 계모로 데뷔후 첫 악녀 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순간 순간 카멜레온 처럼 변신하는 김미숙의 연기력은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남편의 죽음에 슬퍼하다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남편의 보험금을 타내고, 사채빚쟁이들이 들이닥치자 불쌍한 표정으로 울부짖으며 방 한칸 마련할 돈만이라도 남겨 달라고 무릎까지 꿇습니다. 그러면서도 죽은 남편의 전처 자식들은 모질게 내칩니다. 생애 첫 악역이라고 하는데, 눈빛 포스가 악녀 애리보다 훨씬 더 표독한 포스입니다. 연기 경력이 30년이 되다보니 악녀역도 참 잘해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악녀도 수준이 있고 악녀 나름인가 봅니다. <아내의 유혹>에서 김서형은 버럭 고함을 자주 지르며 조금은 천박하고 경망스런 악녀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극중에서 정교빈(변우민)과 불륜을 저지르며 친구 구은재(장서희)의 남편까지 빼앗은 파렴치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반해 김미숙은 극중 불륜 소재는 없고 계모로서 의붓딸인 한효주(고은성)와 자폐증상을 보이는 동생을 학대하고 집에서 내쫓는 등 자식들에게 악행을 저지릅니다. 또한 친 딸 문채원을 대기업 외손자 이승기(선우환)와 결혼시키려고 온갖 계략을 다 동원합니다. 악녀 애리(김서형)는 교빈과 아들 니노에 대한 욕심 때문에 악녀가 됐지만 김미숙은 재산에 대한 욕심과 친딸 문채원을 부잣집으로 시집 보내 덕을 보고 살려는 속물 근성도 있습니다. 목적을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겉으로는 우아한 척 하지만 속마음은 악녀 본성을 갖고 있습니다. 마치 호수위의 백조 같은 악녀입니다. 호수 위를 노니는 백조는 겉모습은 유유자적 하지만 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수면 아래 발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겉만 우아하지 속은 <아내의 유혹>의 애리보다 더 못된 악녀 근성을 가지고 있는 여자입니다.

요즘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악녀입니다. 막장 드라마가 아니어도 악녀가 나와 주인공을 괴롭히며 온갖 악행을 다 저지르며 미움을 받지만 나중에 주인공에 의해 응징을 당하며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이른바 전통적인 권선징악 주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악녀 역할을 할 배우가 필요한데, 최근에는 악녀 역할이 미움을 받으면서도 주인공보다 더 뜨고 있습니다. <아내의 유혹>에서 악녀 애리는 시청자들에게 무수한 욕을 들으며, 천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인기를 얻다 보니 종반에 가서는 오히려 그녀를 동정까지 하는 이상한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이른바 악녀 신드롬 때문입니다.

요즘 김미숙이 악녀 열풍을 타고 표독녀 캐릭터로 연기 변신중입니다. 1979년 KBS 공채탤런트 6기로 데뷔 후 우아함과 품위만 유지해오다가 교활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적 악녀로 나오다 보니 그녀 스스로 드라마가 끝날 때 까지 거울도 보지 않을 생각이라고 합니다. 거울을 보면 표독스럽고 온갖 욕심이 다 들어 있는 자신의 얼굴을 봐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김미숙은 새로운 악녀 캐릭터, 즉 나쁜 여자이긴 하지만 그래도 연기 잘하는 악녀가 되고 싶은 것입니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김미숙은 지금까지 품위 있는 주부로 나온 것이 악녀 연기에 오히려 도움이 될지 모릅니다. 한번도 악녀 연기를 해보지 않아 조금만 나쁜 모습을 보여도 시청자들은 그녀가 정말 나쁜 역할을 잘 소화해내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우아하고 세련된 이전의 모습과 악녀 모습이 오버랩되어 <찬란한 유혹>의 계모 백성희 캐릭터에 몰입하는데 방해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30년간 김미숙이 보여준 탄탄한 연기력으로 볼 때 생애 첫 악녀역할이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청춘 남녀들의 사랑과 재산 상속을 둘러싼 갈등을 그린 <찬란한 유산>에서 김미숙은 주인공은 아니지만 주인공들보다 더 중요한 포스로 극의 중심 역할을 해나갈 것입니다.

악녀 애리보다 더 못된 김미숙의 악녀 변신은 가수 이승기와 한효주가 주인공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도록 보이지 않게 훌륭한 조연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찬란한 유산>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드라마가 되는 밑거름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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