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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정보

드라마속 악녀가 되기 위한 3가지 조건

by 피앙새 2009.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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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를 보면 가히 '악녀의 전성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여배우가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악녀’가 되어야 합니다. 순한 캐릭터로 인기를 얻기 힘든 세상입니다. 악녀의 전형을 보여주는 <아내의 유혹>의 김서형은 악녀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었을까요? 그녀가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는 이른바 고함 연기는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습니다. 김서형은 <아내의 유혹>이 끝난 후 당분간 악녀 애리 이미지 때문에 다른 연기 캐릭터를 소화하기가 조금 버거울 듯 합니다. 그만큼 악녀 김서형의 이미지는 시청자들에게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1999년 <청춘의 덫>에서 심은하는 아이를 낳고 애인(이종원)에게 버림 받은 복수녀이자 악녀 연기를 하며 이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을 35.7%나 끌어올렸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심은하가 자주 하던 대사 “부숴버릴 거야”는 여자들이 남자에게 자주 사용하던 유행 위협어(?)가 되기도 했습니다. 뒤이어 악녀로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은 2001년 34.3%의 시청률을 보인 <여인천하>의 강수연, 2002년 33.6%의 시청률을 보인 <인어아가씨>의 장서희 등이 대표적인 드라마속 악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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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속 악녀 연기로 인기를 얻은 '청춘의 덫(1999년)'의  심은하와 '여인천하(2001년)'의 강수연)

악녀가 인기를 끄는 것은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진출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드라마속 악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요? 요즘 인기 드라마를 기준으로 악녀의 조건을 생각해봤습니다.

첫째 누구에게나 당당하고 도도해야 합니다. <아내의 유혹>에서 악녀 애리는 친구의 남편을 빼앗고도 당당합니다. 죄가 있지만 남편과 아들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즉,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죄를 지었다고 해서 소심하게 나오면 이미 악녀의 자격이 없습니다.

둘째 엄친딸이 되어야 합니다. 돈도 많고 얼굴도 예쁘고 게다가 실력까지 갖춰야 합니다. <미워도 다시 한번>에 나오는 전인화는 팜므파탈 연기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극중 불륜녀로 나오지만 국민배우기 때문에 돈도 많고 얼굴도 예쁘고 게다가 교양과 지성까지 겸비한 완벽녀입니다. 악녀라고 해서 무식하고 교양이 없다는 것은 고정 관념입니다. 이렇게 요즘 악녀는 엄친딸이어야 합니다.

셋째 패션모델 뺨치는 미적 감각이 있어야 합니다. 고전적인 악녀 팥쥐엄마나 흥부전의 놀부마누라는 얼굴에 심술이 덕지 덕지 붙고 얼굴도 메주로 쑨 캐릭터로 나옵니다. 그러나 요즘은 주인공 못지 않은 빼어난 외모에 화려한 패션감각으로 악녀지만 주부들의 관심을 더 많이 끌고 있습니다. <미워도 다시 한번>에 나오는 전인화는 그녀가 입는 옷과 구두, 악세사리에 많은 유한부인들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그녀는 더 이상 구시대의 악녀가 아닙니다. 소위 존경은 받지 못해도 각광받는 악녀인 것입니다.

과거 최초 국민드라마로 불리던 <여로>에서 바보 영구(장욱제)의 부인(태현실)을 괴롭히던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고전적인 악녀였습니다. 이렇게 선악이 분명하게 구분되던 때와 달리 요즘의 악녀는 비록 나쁜 짓을 했지만 그 나쁜 짓마저 선악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며 주인공보다 더 높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아내의 유혹>에서 김서형은 장서희의 친구이자 남편을 두고 싸우는 불륜녀로 조연에 불과하지만 장서희만큼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녀가 '고함녀‘로 인기를 얻은 것은 악녀도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욕 먹으면서도 인기를 얻는 악녀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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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우리의 여성상은 신사임당 같은 현모양처입니다. 그런데 이런 여자들은 요즘 세상풍파를 헤쳐나가기 힘든 세상입니다. 거칠고 때로는 나쁜 짓(?)도 해가며 강하고 물불 안 가리는 여자, 그러면서도 미적 감각과 세련된 이미지가 있는 여자들이 요즘 드라마에서 뜨는 악녀의 표본입니다.

이런 악녀 이미지를 가장 잘 갖추고 있는 연기자가 장서희입니다. 겉으로는 순진하고 남편앞에서는 고개도 못드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복수의 끝을 보고야 마는 오뉴월의 한이 서린 듯한 마스크입니다. 장서희는 <인어아가씨>에서 아버지에게 복수하는 딸 은아리영으로 열연한 이후 7년만에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겉모습은 현모양처, 속마음은 악녀 구은재로 남편 교빈과 친구 애리에게 처절한 복수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서희의 악녀 캐릭터가 맞아 떨어져 <아내의 유혹>은 막장 등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30%를 넘는 대박 드라마 행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일일, 주말드라마는 악녀 캐릭터가 반드시 들어갈 듯 합니다. 전통적으로 순하고 착한 캐릭터만 등장하는 패밀리 드라마로서는 인기를 얻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어느 드라마든 제작진이 ‘막장’, ‘불륜’이라는 요소를 넣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악녀 캐릭터 특성상 이런 요소를 넣지 않고는 극 전개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극중 순하고 착한 여인상이 인기를 얻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누가 더 악녀가 되느냐에 따라 인기가 좌우되는 드라마를 보니 세상이 변하긴 변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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