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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정보

'무도', 보릿고개 시절의 추억과 향수 자극

by 피앙새 2009.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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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이 '그때를 아십니까?-육남매' 특집을 통해 옛날 추억과 향수를 자극했습니다.

제가 어릴때 자라던 모습을 마치 그대로 묘사한 듯 하여 타임머신을 타고 30년전으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습니다. 가난하고 배고팠던 시절의 아련한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연예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서 코끝이 시큰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우스개 소리로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뭐 난다고 친구들을 놀려대던 이야기가 있는데, 오늘 무도가 울다가 웃겨서 시청자들 모두 엉덩이에 뿔난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주 '육남매편'은 재미와 감동, 눈물이 어우러진 오래된 다큐같았습니다.

저희집도 6남매였습니다. 위로 언니가 있고 밑으로 남동생 네명이 있고, 저는 6남매중 다섯째였습니다. 형제가 많으면 하루도 바람잘 날이 없습니다. 어쩌다 닭을 잡거나 고기를 사오는 날이면 식탁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생존경쟁 그 자체였습니다. 배고픈 시절,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향수입니다.

그 시절 어머니들은 모두 힘들게 살았습니다. 쌀이 모자라 밥이 적으면 어머니들은 당신 배고픔보다 자식들 배고픔을 먼저 챙기며 부엌에서 슝늉을 마시며 배고픔을 달래곤 했습니다. 자식을 낳아 키워봐야 부모의 은공을 깨닫는다는데, 이제 그 은공을 깨닫고 보니 부모님들의 얼굴엔 주름만이 가득합니다. 6남매의 어머니로 변신한 유재석을 보면서 콧날이 시큰하기도 했지만 눈을 위로 키켜 뜨는 코믹 연기에 웃음도 났습니다. 울리고 웃기고... 오늘 무한도전은 그랬습니다.

이번주 무도 육남매 특집에서 맴버들은 가난한 집의 6남매로 변신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맴버들의 성격대로 형제들을 묘사했는지 보면서도 킥킥댔습니다. 유재석은 떡장사로 자식들 뒷바라지 하는 엄마, 박명수는 심보가 아주 고약한 첫째형, 정형돈은 못 먹어서 부은 셋째, 노홍철은 겉멋만 잔뜩 든 잔머리, 전진은 혼자 이기적으로 잘난척 하며 사는 막내 등 여느 보통집 가정 모습 그대로입니다. 다면 여자 형제가 없어 특별출연으로 한명을 더 끼워넣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경제가 어렵고 살기가 힘들어 사람들이 내일에 대한 희망을 잃고 삽니다. 무한도전 김태호PD가 육남매 특집을 마련한 이유는 단순한 옛날 향수와 추억을 되새겨보자는 것이 아닙니다. 어렵고 힘들던 시절을 되돌아봄으로써 다시 시작해보자는 희망과 용기를 전달한 것입니다. 보릿고개를 넘긴 지금의 40~50대들에겐 그때도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꿋꿋이 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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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왕십리의 낡은 흑백화면이 나오고, 당시 쓰레기에서 재활용할 것을 줍기위해 망태기를 지고 다녔던 재건대도 나옵니다. 뻥튀기를 튀기는 모습은 지금도 성남 모란장에 가면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옛날 추억의 한장면으로 보니 새롭습니다. 뻥튀기를 튀길때 '뻥이요~! '하는 소림와 함께 동네 친구들과 땅바닥으로 흩어진 뻥튀기 주워먹던 생각도 납니다. 밀가루에 연연하면서 근근히 한끼를 걱정했고, 친구가 눈깔사탕 먹는것만 봐도 침을 흘렸고, 껌 한조각을 숨겨놓고 몇 일을 반복하며 씹었습니다.

맴버들이 '물 길어오기' 게임을 했는데 가장 잘 한 사람은 예상을 깨고 박명수가 차지했습니다. 물지개의 달인 박명수로 등급합니다. 박명수에겐 북청물장수의 피가 흐르고 있는 듯 합니다. 어쩌다 한번 목욕이라도 하려면 물지개를 지고 물을 길러야 했습니다. 우물이 있는 곳까지는 꽤 멀어 물지개를 물을 기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물을 퍼다 군불을 피워 뜨겁게 물을 데워서 커다란 고무다라에 물을 가득 부어 목욕을 하던 모습은 386세대들에겐 낯익은 장면입니다. 요즘이야 사우나, 목욕탕이 동네마다 다 있어서 언제라도 목욕을 할 수 있지만 그 때는 1년에 한두번 하던 연례행사였습니다.

목욕탕 갈때 나이를 속이던 모습도 눈에 선한 추억입니다. 7세 미만은 공짜고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여탕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에 다녀도 여섯살이라고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엄마 유재석이 6남매를 한꺼번에 데리고 들어가 목욕탕을 들어가던 모습을 요즘 아이들은 이해를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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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예전에 많이 했던 웅변대회를 보는 것도 볼거리였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에너지절약보다 반공웅변대회가 더 많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에너지 절약' 웅변대회는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아끼고 절약해야 잘 산다는 절약 메시지를 전해준 의미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들이 맴버들의 허리띠 졸라매기 게임에서 '가학성'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재미와 어렵던 시절 허리띠를 졸라매며 살았다는 것을 연출하기 위한 컨셉이었는데, 조금 지나치게 해석한 듯 합니다. 또한 베개 때리기에서 사용한 베개도 푹신 푹신한 것이어서 아무 위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매주 무한도전을 제작하면서 아무리 잘 만드려 노력해도 실망을 주는 방송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한도전 제작진이 추구하는 기본 컨셉과 포맷이 항상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주고 있습니다. 이번주 무한도전이 그 포맷과 컨셉에 딱 맞는 방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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