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

성남 판교 붕괴사고 현장 직접 가보니 [현장취재]

by 피앙새 2009. 2. 15.
반응형
오늘 아침 뉴스를 보는데 속보로 성남 판교 공사장 붕괴뉴스가 자막으로 떴습니다.
처음에는 판교 아파트 공사장이 붕괴했나 하고 걱정했는데, 이어 나온 뉴스를 보니 모 기업의 연구소 건축현장이 붕괴한 것이었습니다. 봄이라 땅도 녹은데다가 비가 와서 지면이 물러져 터파기 공사중 무너져내려 인부 3명이 숨지고, 8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아침을 챙겨 먹고 바로 사고 현장으로 가봤습니다. 이미 방송사와 신문사에서 나와 사진을 찍고, 현장 분위기를 스케치 하느라 난리입니다.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안전에 대한 문제점은 없었는지에 대해 꼼꼼히 기자들이 따지고 있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하니 사고현장은 한바탕 취재전쟁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일반인이 사진찍기란 정말 힘들었습니다. 방송사 카메라들은 크레인까지 동원해 현장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 붉은 원안) 사고현장을 철의 장막처럼 차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장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어 발빠른 언론사는 크레인까지 동원해 현장 화면을 담기에 여념이 없다.)


붕괴현장은 비가 와서 그런지 누가 봐도 쉽게 무너져 내릴 듯 했습니다. 공사현장의 책임자는 입춘도 지나고 얼었던 지반이 녹아내릴 것에 대비해 안전 대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세워야 했는데, 이런 대책은 세워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장을 보니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콘테이너들이 나뒹글고 있고, 공사장 바닥은 물이 흥건히 고여있었습니다. 지반이 침하되는 것이 당연한 데, 공사일정에 맞춰 빨리 빨리 공사만 진행하고 안전문제는 뒷전에 두진 않았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입니다.

붕괴현장을 보고 마음이 아팠던 것은 돈 없고 힘 없는 서민들이 또 아까운 목숨을 잃었구나 하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쉬지도 못하고 일하다가 비명에 숨져간 그들은 분명 우리의 이웃입니다. 매번 사고가 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아깝게 목숨을 잃은 사고 앞에 오열하는 유족들을 보노라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오늘도 유족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참사앞에 눈물로 하소연하지만, 이 하소연을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들은 현장에 아무도 없습니다.



사고현장은 경찰 뿐만 아니라 현장 관계자(SK건설)들이 이중, 삼중으로 방호벽을 쳐넣고 촬영을 제지하고 있습니다. 공사장 사방으로 전경들이 지키고 있는데, 공사장 틈을 볼 수 있는 곳마다 다 막고 있습니다. 현장 접근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간신히 사진 몇장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전경들이 이중, 삼중으로 현장으로 가는 길을 차단하고 있어 언론사의 사고 현장접근도 쉽지 않다.)

매번 그렇지만 이번 사고를 두고도 시공사인 SK건설과 상수도관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 측이 서로 사고원을 둘러싸고 책임이 없다고 난리입니다. SK케미컬 연구소 시공을 맡은 SK 건설은 "지하 상수도관에서 누수 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상수도관 공사를 맡았던 삼성물산측은 "누수는 없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고가 나면 으례히 나오는 책임 떠넘기기가 또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참사가 또 다시 인재로 밝혀진다면 사고관계자는 물론, 업체의 안전불감증이 또 다시 도마에 오를듯 합니다.


사고 현장 울타리에 붙여져 있는 안전문구대로만 지켰어도 참사는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지켜지는 안전수칙 재해없는 밝은 일터"

붕괴현장 취재를 위해 가보니 여자는 저 혼자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언론사 취재진이 제게 몰려와 혹시 사고로 죽은 유가족이냐며, 제게 몰려들었습니다. 저도 취재하러온 기자라고 하니 실망하는 듯 했습니다. 현장에는 사고로 죽은 유가족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판교 붕괴사고 현장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공사에 참여한 건설사 CEO와 공사감독관 등이 붕괴된 현장에서 일한다고 했다면 아마도 2중, 3중의 안전대책을 세워두고 철저한 대비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사현장엔 힘 있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사고후에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힘 없고 돈 없는 일용직 근로자 등이 일하다 아까운 목숨을 잃은 공사현장은 무척 을씨년스러웠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