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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원탁대화보다 연합뉴스 보도가 기가막혀!

by 피앙새 2009.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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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대통령과의 원탁대화를 보고 실망감을 금치 못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대화 내용에 실망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인터넷 뉴스를 살펴보는데 눈에 띄는 기사 제목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연합뉴스 기사입니다. 위기극복 '소통 105분'... 이건 뭥미? 기사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봤습니다.

"30일 밤 SBS-TV 등을 통해 전국에 생방송된 `대통령과의 원탁대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는 미증유의 경제위기 앞에 함께 선 국정 최고책임자와 국민의 진솔한 `소통의 장(場)'이었다."(연합뉴스, 1.31)

이렇게 시작되는 기사에는 대통령이 말 실수도 없었고, 특유의 애드리브를 선보여 분위기를 살리기도 했다고 전하며, 까다로운 질문공세에도 시종일관 당당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원탁대화를 본 시청자들이 연합뉴스 보도내용처럼 느꼈다면 기사는 맞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똑같은 원탁대화를 두고 '소통'이라고 기사를 쓴 연합뉴스나 '불통'이라고 생각하는 저나 국민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근거를 가지고 썼거나 아니면 다중을 상대로 시청소감을 면밀히 확인후 기사를 쓴 것은 아닙니다. 방송을 지켜 본 소감과 일부 국민들의 느낌과 생각을 반영하여 기사를 썼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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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늦게 방송된 SBS 대통령과의 원탁대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은 연합뉴스 기사를 보고,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진솔한 대화를 했고 모처럼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한 언론의 보도로 인해 국민들의 대통령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수 있음을 똑똑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신문들의 논조, 그리고 여야가 극명하게 대통령의 원탁대화 내용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물론 한나라당은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당연한 소통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한나라당의 '소통' 에 대해 그것이 진정한 소통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얼마나 될까요?

대통령과의 원탁대화 시청률은 7%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SBS <아내의 유혹>은 시청률이 40%를 넘습니다. 대통령의 인기가 막장드라마보다 더 낮습니다. 물론 드라마와 단순 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원탁대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똑똑히 지켜본 저로서는 연합뉴스에서 보도한 '소통 105분' 이 아니라 가슴이 답답하고 오히려 안본만 못한 '불통, 먹통 105분'이었습니다.

'소통 105분' 이라는 기사를 쓴 연합뉴스 기자는 '소통'의 사전적 의미를 알고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소통'은 막히지 않고 잘 통함 혹은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어제 원탁회의를 보고 저는 대통령과 뜻이 서로 잘 통하지도 않았고, 또 경제난국, 국민통합 등에 대한 오해가 풀린 것도 아닙니다. 물론 이것은 저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릅니다.

청와대에서 주는 보도자료 원문에 '소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보도자료를 받아 그대로 쓴다면 이는 기사가 아닌 '베껴쓰기'에 불과합니다. 적어도 대통령과의 원탁대화를 다 본 시청자라면 '소통'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이런 소통이 아닌 '불통'의 대화는 그 이전에도 있었고, 최근에 시작한 라디오 연설도 마찬가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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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제 대통령과의 원탁대화를 보고 '불통'이라고 느낀 이유는 간단히 말해서 패널들의 질문에  이명박대통령의 답변은 '두리뭉실' 혹은 '동문서답'하듯이 느꼈고, 패널로 나온 방송인 박상원이 김제동, 신해철이 100분 토론에 출연했던 것보다 더 못한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갑영 연세대교수, 김민전 경희대교수도 날카로운 질문들은 찾아볼 수 없었고, 유일하게 조국 서울대교수만이 이대통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려 했습니다만 전체적인 대화 분위기가 두리뭉실이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통상 시간부족을 이유로 드는데, 이 난국에 밤을 새서 끝장토론 하면 뭐가 문제가 됩니까? 아마도 국민들은 밤을 새서 방송을 지켜볼 것이고, 오히려 대통령의 인기는 올라갈 것입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입장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공정한 보도, 정확한 잣대를 가지고 기사를 써야 합니다. 블로그뉴스 기자들조차 개인적인 감정을 가지고 기사를 쓰면 네티즌들로부터 악플 화살을 맞는 세상입니다. 당연히 '원탁회의 소통 105분'이란 연합뉴스 기사 밑에는 수많은 비난글들이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좋은 기사, 정직한 기사에 악플 달리겠습니까?

많은 언론사들이 오늘 아침 신문에 어제 방송된 원탁대화에 대해 기사를 쏟아내었습니다. 기사 내용은 언론사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원탁대화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한 사람인 저에게 기사를 쓰라고 하면 "대통령과의 원탁대화, 형식은 소통이었지만 내용은 불통이었다."라고 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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