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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공무원은 정부의 봉이 아니다!

by 피앙새 2009.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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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생활을 24년째 하는 남편을 둔 가정주부입니다. 올해 공무원 봉급은 동결되었습니다.
경제는 어렵고 물가는 오르는데, 봉급까지 동결되어 올해 살림살이가 팍팍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그래도 일반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에 비해 정년이 보장되는 입장인데, 무슨 우는 소니냐고 하며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에 비해 공무원 봉급은 70~80 수준도 안되어 박봉으로 아이들 교육시키며 살아가기기 빠듯하다는 것은 공무원들이 아니더라고 다 아는 사실입니다.

올해 봉급도 동결되었는데, 정부가 공무원들의 1월 봉급에서 0.3%를 강제로 기부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금액의 고하를 막론하고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런 발상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갑니다. 물론 공무원들이 아닌 국민들은 이런 결정에 대해 좋아할지 모르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호응을 해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방법이 순수하지 못하다면 빛이 바래는 법입니다.

이런식으로 강제로 걷는 것은 기부가 아니라 '갹출', '강제징수'입니다. 서민 공무원 돈 뜯어 정부 잘했다고 홍보하는데 들러리 서라는 것 밖에 안됩니다. 개인의 소득에 대해 아무리 정부라 해도 '기부해라, 마라!' 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입니다. 또한 이런식의 기부는 기부문화를 왜곡할 가능성마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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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이웃을 돕기위한 모금 취지는 좋으나,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강제 모금하는 방식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서민 공무원들은 월급만으로 아이들 교육시키며 고물가에 살기도 버겁습니다. 대한민국의 1%에 해당하는 부자들은 종부세 등 각종 세금 감면혜택을 남발하면서 서민 공무원들은 강제로 기부를 강요하는 것을 공무원 아내로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종부세 등 부자들에게 세금 감면해주는 것만 고려해도 서민공무원들에게 0.3%씩 강제로 갹출하여 모금하는 40억원 금방 모을 수 있습니다. 모금한 40억원은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 설 명절 전에 보내 저소득층을 돕는다고 합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외유성 여행을 다니며 세금 축내며 국회에서 전기톱이나 들고 설치는데, 이들 국회의원들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하여 월급 주지 말고 이 돈으로 설날 불우이웃돕기 하면 좋겠습니다. 잘 사는 사람들, 돈 많은 고위공무원들은 월급의 0.3%가 세발의 피일지 몰라도 서민 공무원들에겐 큰 돈일 수도 있습니다. 뭐 앞서 말씀드린대로 금액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닙니다.

전국의 서민공무원 아내들은 0.3% 강제 기부에 대해 속으론 불만일 것입니다. 그러나 옛날처럼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에 대해 말 한마디도 못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작년만 해도 공무원들은 이런 저런 명목으로 기부금을 많이 냈습니다. 수해가 나면 의례껏 수재민돕기, 크리스마스 실, 적십자회비 등 종류도 가지 가지 입니다. 이런 기부금을 내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습니다. 없는 사람들 돕는다는데 기꺼이 동참합니다. 그러나 강제로 징수하는 기부금에 대해서는 이젠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비단 이 문제는 공무원 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가 대다수 월급쟁이들의 유리지갑을 그만큼 우습게 본다는 뜻입니다. 유리지갑에서 0.3% 돈 꺼내기는 잘하는데, 1% 미만의 부자들의 철통 금고속에서 0.3% 돈 꺼내는 것은 무척 힘들어합니다. 그러니 나날이 빈부격차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강제 기부를 시킨다면 일괄적으로 0.3%가 아니라 고위공무원과 하위공무원간 차등을 주어야 합니다. 1급에서 0.3% 공제하고 7급이하 서민공무원은 0.1% 정도 내게 해야 합니다. 없는 사람들에겐 0.3%도 크게 느낄 수 있고, 사실 기분 문제입니다. 윗사람들이 많이 내야 아랫사람들이 불평 불만이 적을 수 있습니다. 같은 공무원 머리에서 이런 정책이 나왔을 터인데, 어떤 분이 기안했는지 참 머리 나쁘십니다.

이렇게 강제로 징수하다보면 기부의 참 뜻 마저 왜곡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정부에서는 공무원들에게 기부금을 걷을 때는 '기부'가 아니라 제목을 '강제징수'나 '강제모금'으로 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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