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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명절 앞둔 재래시장, 변해야 산다!

by 피앙새 2009.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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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때만 되면 방송에서 꼭 나오는 것이 재래시장 활성화와 관련된 뉴스입니다.
대형 할인마트에 손님들을 다 빼앗겨 재래시장 영세 상인들이 울상이다, 재래시장을 살리는 것이 서민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등 명절 때만 되면 언론에서 재래시장에 반짝 관심을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언론의 관심보다 재래시장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 없다면 신문과 방송에서 아무리 관심을 가져주어도 재래시장이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집 근처에 대형 할인마트가 있어도 고추가루나 마늘 등 양념류를 사기 위해 가끔씩 재래시장을 찾습니다. 어제도 설 명절을 앞두고 미리 준비할 것이 이어서 재래시장을 찾았습니다. 제가 재래시장을 찾는 이유는 대형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서민들의 풋풋한 삶의 냄새와 가격 흥정 메리트 등 대형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끔씩 재래시장 상인들의 불친절로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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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고추가루를 사기 위해 성남의 ○○시장을 찾았습니다. 설대목을 앞둔 저녁 무렵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자주 가는 고추가루, 참기름 상가가 밀집해 있는 골목으로 가서 고추가루를 사기 위해 주인에게 가격을 물어보니 생각한 것보다 비쌌습니다. 저는 고추가루 가격이 너무 올랐다 싶어 "가격이 너무 비싸네요." 하니 주인은 "설 대목인데, 가격이 안 오르겠어요? 내일 모레면 더 오를 겁니다,." 라며 오늘 안사면 더 비싼 가격으로 사야한다는 압박감을 주었습니다.

대형 할인마트처럼 가격이 붙어있는 거도 아니고 옆집 고추가루 가게에 가서도 일일이 가격을 물어보고 나서야 어느 가게가 가장 싸고 좋은 고추가루를 파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점이 재래시장의 가장 큰 불편입니다. 또한 대형마트에 비해 차를 가져가도 변변히 주차할 공간도 마땅치 않습니다. 이런 불편을 감수하고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들은 주로 40~50대 이상의 주부들이 많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쇼핑시 불편함을 감수하려 하지 않습니다. 재래시장 물건이 대형마트에 비해 값이 조금 싸긴 하지만 대형마트는 물건 진열이 잘되어 있고, 상품 회전율도 좋아 신뢰감이 더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대형마트의 '친절함'입니다. 대형 마트내에서도 직원들의 상품 판촉활동 등이 조금 짜증스럽기는 하지만, 상냥한 미소로 손님을 대하는 것은 편한한 쇼핑을 하도록 해줍니다.

명절때만 되면 언론에서 재래시장을 살리자고 하지만, 정작 재래시장 상인들 스스로가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재래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푸근한 인심을 담아주지 않는다면 그나마 재래시장을 찾던 40~50대 이상 손님들마저 대형마트에 빼앗길 겁니다. 재래시장의 맛은 가격 '흥정'에 있는데, 이것도 예말입니다. 기가 센 아줌마들이 가야 가격 흥정이 가능하지, 잘 모르는 학생, 아가씨들은 흥정은 커녕 바가지 쓰는 일도 많습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재래시장 가면 뭔가 속는 기분이라 정찰제를 하는 대형마트를 선호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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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래시장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재래시장을 살리자고 하는 것은 대형마트는 대기업의 이익이 되지만, 재래시장은 영세상인들이 먹고 사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서민 주머니에 돈이 돌아야 서민 경제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즉, 거대 자본의 대형 마트보다 소상인들의 물건 하나라도 더 팔아주는 것이 서민경제를 살리는 길입니다. 대형마트는 친절함과 저렴한 공산품이 무기지만, 물건을 납품하는 하청업체와의 불공정 계약 강요 등 대기업의 이익으로 귀결되는 구조라 대형마트가 잘 될 수록 우리 서민들은 더 힘들어지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명절때마다 재래시장을 살리자고 하는 것입니다.

올 설날 명절이 이번 주말부터 시작됩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 그렇지 않아도 썰렁한 재래시장이 더 장사가 안될까 걱정이됩니다. 그러나 재래시장 살려달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재래시장 상인들도 친절, 정찰가격제, 청결 등 기본적인 것을 갖춰 놓고 서민경제 살려달라고 해야 손님들이 찾을 것입니다. 명절 때만 되면 으례히 나오는 재래시장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논리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옛날 어릴때는 명절을 앞두고 열리는 대목장을 가보면 물건을 사는 것보다 사람들의 정과 인심을 사는 일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살기기 힘들어서 그런지 이런 인심을 사는 일이 힘들어졌습니다. 귤 한봉지를 살 때 덤으로 한개 더 주는 인심이 사라졌다는 말입니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라!'는 말도 이젠 점점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이번 설날 대목 재래시장에서 이런 풋풋한 인심을 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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