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을 초월해 청계천에 나타난 일지매! 광해4년(1612년)에 태어난 일지매가 400여년만에 돌아왔습니다. 고층빌딩에 나타나 난데없이 액션신을 벌이고, 인질로 잡혀 있는 경리여직원을 구해주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그리고 남겨진 매화꽃 한송이. 퓨전사극같은 돌아온 일지매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첫회니만큼 드라마의 이해를 돕기위한 나레이션이라고 보지만, 도가 지나쳤습니다. 그냥 보면 다 아는 장면까지 친절한 금자씨(성우)가 시시콜콜 설명을 하는데, 마치 초등학생 역사 다큐멘터리 교재 보는 듯 했습니다. 사극을 보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낮춰도 너무 낮췄습니다. 나레이션이 없어야 궁금증과 신비감이 있는데, 한번에 다 까발리려는 듯 세세하게도 합니다. 화면을 보지 않고 음성만 들어도 드라마를 이해할 정도면 그만큼 불필요한 나레이션이 많이 들어갔다는 겁니다. 마치 라디오를 틀어놓은 듯 합니다. 지난해 7월 종영한 전작 '일지매'가 워낙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방영전부터 이준기의 인기를 뛰어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런 부담감이 결국 기형적인 일지매를 탄생시켰습니다. 뭔가 전작과 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제작진의 절박함이 족보에도 없는 사극을 만들고 있습니다. 고우영화백의 원작에 충실하기 위해 책녀의 나레이션을 썼지만 이것이 첫회의 가장 큰 패착이 되었습니다. 방송후 게시판에는 다음회부터 '나레이션을 줄이거나 없애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그러나 사전 제작을 한 황인뢰PD가 첫회처럼 계속 책녀를 썼다면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것입니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돌아온 일지매>를 보면서 K본부에서 하는 '역사의 창'을 보는 것 같아 '이게 뭥미?'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드라마 방영전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치며 이준기의 '일지매'와 차별화를 강조했는데, 그 차별화가 바로 책녀인 성우 나레이션이었습니다. 첫 방송을 보면서 느낀 것은 한마디로 다큐, 라디오, 개그, 좀 잘 봐준다면 퓨전사극이라 할 수 있지만, 드라마 족보를 아무리 뒤져봐도 어떤 쟝르인지 구분이 안갑니다. 정통사극을 목표로 제작했다는 말이 무색합니다.
황인뢰감독과 정일우가 이준기의 '일지매' 인기를 너무 의식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의식하지 않고 제작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첫회를 보면서 다큐멘터리를 넘어 옛날 무성영화를 보는 듯 했습니다. 이준기와 정혜영, 김민종 등은 연기를 하고, 변사가 옆에서 구성진 목소리로 해설을 해주니, 이걸 사극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무성영화라고 해야하나, 참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입니다.
3년만에 다시 한양에 나타난 일지매를 소개하며 갑자기 정일우의 액션신과 애로신이 교차하면서 빠른 화면 몇 카트가 넘어갑니다. 왜 이런 장면을 내보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드라마의 복선도 아니고, 예고편 성격도 아니고 유심히 봤지만 연결이 안됩니다.
무협지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려 했지만 엉성한 화면처리도 눈에 거슬렸습니다. 정일우가 지붕을 타고 날아다닐 때 와이어가 다 보였고, 정일우의 복면도 어딘가 모르게 촌티가 나고, 이준기 복면에 비하면 싼티마저 납니다. 이런 장면은 사전 제작을 했다는 <돌아온 일지매>가 옥의 티를 넘어서 완성도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겁니다. 작은 것 하나에도 시청자들은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전반적으로 첫회를 보고 난 느낌은 스토리 산만, 어설픈 CG, 지나친 나레이션 등으로 뭔가 어수선했습니다. 당초 이준기의 연기와 정일우의 연기 포스가 어떻게 비교될까 하는 것이 관심의 촛점이었는데, 이 문제마저 제쳐둘 정도로 기대 이하였습니다. 황인뢰PD가 아무래도 이준기의 '일지매'를 너무 의식했나 봅니다. 사전 제작이라는데, 이런 부담감을 안은채 만든 <돌아온 일지매>의 성공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당장은 수목드라마가 무풍지대기 때문에 인기를 끌지 모르나 '카인의 아벨' 등 타방송사의 경쟁드라마가 시작되면 <돌아온 일지매>는 시청자들을 붙잡기 힘들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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