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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정보

보수와 진보의 대결, 100분 토론

by 피앙새 2008.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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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400분 토론> 400회 특집이 방송되었는데, 한마디로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었습니다.
보수쪽의 대표 논객인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급박한 국회일정(FTA비준안 처리를 둘러썬 여야간 전쟁) 때문에 참여를 못한 것을 제외하고는 보수쪽과 진보쪽으로 나뉘어 격렬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 보수쪽 : 나경원(한나라당 의원), 제성호(중앙대 법대교수), 전원책(변호사), 이승환(변호사)
▶ 진보쪽 : 전병헌(민주당 의원), 유시민(전 보건복지부장관), 진중권(교수), 신해철(가수)
* 보수, 진보 기준은 패널들의 발언내용을 기준으로 나눈 것이며 김제동(방송인)은 중립적임.


우선 1부에서는 한국사회여론 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2008년 한국사회의 주요 이슈와 2008년 기분 좋은 뉴스, 화나게 한 뉴스 TOP 5를 랭크쇼 형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다사다난했던 2008년 가장 기억에 남은 1위부터 5위까지의 주요 이슈는 아래와 같습니다.

1. 금융위기에 다른 경기침체          2. 광우병과 촛불정국           3. 숭례문 화재사건
4. 최진실 등 연예인들 자살            5. 오바마 당선

100분토론 2부는 오늘로 집권 1년을 맞는 이명박정부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이 토론에서 보수와 진보의 볼만한 대결이 펼쳐졌는데, 토론의 중심이 된 논객은 역시 나경원 의원과 유시민의원이었습니다. 유시민의원은 역시 날카로운 현실 정치 비판을 하면서 녹슬지 않은 논객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나경원의원은 한나라당을 대변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것은 이해하지만, 상대편 말에 잘못된 점은 잘 따지면서도 유시민의원이나 진중권교수가 이야기 할때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늘 이런식이다."라며 몰아붙이는 말을 하는데, 이런 문제는 토론 예의에 어긋난 듯 보입니다. 토론중 얼굴이 상기된채 화를 내는 듯한 화면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토론의 예의에 더 심각하게 어긋난 사람은 또 있었습니다. 제성호교수(중앙대법대교수)는 보수쪽 입장에서 주로 한나라당의 정책과 이명박정부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당연히 MB정부를 비판하는 진중권교수와 대립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진중교수가 이명박정부는 철학과 비전이 없는 정부라고 비판을 하자, 제성호교수는 진중권교수를 쳐다볼 때 마치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진교수의 발언을 쳐다보았습니다. 대학교수 신분인데 아무리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방송에서 이런 표정을 짓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됩니다.
(400회 특집 100분토론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표적 논객대결을 펼친 제성호교수와 진중권 교수)

그리고 유시민전의원이 김대중전대통령의 말을 빌어 이명박정부는 3대위기, 즉 경제, 안보,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현정부가 민주주의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하자, 제성호교수는 민주주의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것은 수긍이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MB정부는 지금 출범 첫해이기 때문에 국정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로 이제부터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며 현정부를 너무 비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아무리 보수쪽 패널로 참여했다 하더라도 명색이 대학교수 신분인데, 학자적 양심과 제 3자적 입장에서 중립적으로 발언을 해야 하는데 너무 편향된 MB정부쪽 발언에 무척 실망했습니다.

이에 반해 같은 보수쪽 논객으로 참여한 전원책 변호사는 김정일이 죽었다면 우리 국민들이 다 기뻐했을 것이라는 등 국가안보면에서는 전형적인 보수입장을 견지했지만, 패거리정치문화 등을 이야기 하며 여야를 싸잡아서 신랄하게 비판하는 모습은 변호사답게 시원 시원하게 느꼈습니다.

400회 특집 100분토론에서 가장 활발한 토론을 해준 패널은 진중권교수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악플화살을 가장 많이 받는 그는 거칠 것 없는 발언으로 현정부에겐 눈엣가시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여당이 주도해서 입법화하려는 최진실법은 결국 전여옥법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머리속은 삽자루 하나밖에 없다, 북한의 4대군사노선을 빗대어 대운하 공사는 전국토의 공사판이라고 비유하는 등 그의 촌철살인식 발언들은 나경원의원, 제성호교수 등과 토론중 종종 충돌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진교수는 어려운 말보다 쉽게 말하면서도 나름대로 상대편의 핵심을 찌르는 발언으로 유시민 전의원과 함께 진보진영쪽에서 100분 토론을 주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대를 모으고 처음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한 김제동은 토론 초기 올 한해 가장 인상적인 이슈를 묻는 손석희교수의 질문에 역시 신문을 많이 보는 방송인 답게 '금융위기(1위)'를 정확하게 맞춥니다. 그러나 2부 이명박정부 평가 등 정치적인 문제로 토론이 넘어가자 역시 조심스런 모습을 보입니다. 나중에 간접적으로 사이버모욕죄 신설반대를 주장하고, 이명박정부에 바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념논쟁은 이제 지겹다."며, 소외된 아이들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등 어려운 서민층 입장을 대변했습니다.
(400회 특집 100분토론에 나온 신해철과 김제동은 시사토론을 재미와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긍적적이다.)

신해철은 간간히 유머도 섞어가며 김구라 못지않은 독설로 현실정치와 국정운영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해 놀라웠습니다. 이명박정부는 포용성이 없으며, 지금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으며, 현정부를 비판하면 보복이 올까 위협감까지 느낀다며, 주로 진보쪽 입장에서 발언을 했습니다. 또한 어제 국회 폭력사태와 관련하여 국회는 '유해단체'라는 독설을 퍼부어 패널들을 웃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김제동과 신해철의 출연으로 다소 딱딱하게 흐르기 쉬운 100분토론이 재미와 토론을 병행한 점은 신선했고, 일단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저는 말만 많고 핵심은 없는 다른 정치인 패널이나 뉴라이트 교수보다 김제동과 신해철씨가 비록 발언은 적었지만 토론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제 100분토론에서 아쉬운 점은 너무 보수와 진보의 이념논쟁 위주로 흐르면서 청년실업, 비정규직, 사채문제 등 서민들이 정말 힘들어 하고 꼭 해결해야할 문제들은 심층 토론이 되지 않은 것입니다. 결국 배부른 보수와 진보의 해묵은 이념투쟁으로 토론의 알맹이가 없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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