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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정보

서태지, 방송PD의 권위를 깨려는 것이다.

by 피앙새 2008.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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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논란을 둔 뉴스들을 보니 여러가지 추측과 의견들이 많습니다.
저는 먼저 서태지가 방송PD들의 불합리하고 오래된 관행, 권위적 요소를 무너뜨리려는 정당한 요구를 했다고 결론 짓고 제 의견을 말씀 드립니다. 우리 나라 방송PD와 가수(또는 연기자)는 연예인들이 불리한 입장이기 때문에 방송PD들에게 일방적으로 끌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수직적 관계 때문에 연예인들이 방송사 PD에게 출연을 미끼로 상납을 하는 사건도 일어났습니다. 인기가수가 아닐 때는 방송 출연을 해야 얼굴을 알리고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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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가 요구한 것은 뮤지션으로서 열악한 우리 음악방송 환경에서 당연한 것입니다. 자기만의 음악세계를 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음향기기를 직접 가져와서 설치해 보다 좋은 무대 환경에서 노래를 부르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것을 마치 방송사 PD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듯 합니다. 아마 방송에서의 편집권을 신문사의 지면 편집권과 같이 언론사의 고유 권한이라고 시각을 고정시켜 놓은 것 같습니다. 혹시 "감히 가수가 PD의 고유권한인 편집권을 침해하려고 하다니..." 하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요?

서태지가 <초콜렛> 방송 전체에 대한 편집권을 달라고 한 것은 아닙니다. 김정은이 대화를 하는 장면 등은 방송사가 알아서 하는 것이고 서태지는 자기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만 편집에 관여하겠다는 겁니다. 가수가 TV를 통해서 팬들에게 자기 모습을 보일때 좀 더 잘 보이고 싶은 것은 비단 서태지 뿐만이 아닙니다. 모든 가수들이 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서태지만큼 소위 '파워'가 없기 때문에 요구하지 못할 뿐입니다. 만약 월드스타로 불리우는 비(Rain)가 요구했더라면 어땠을까요? 비 역시 자기가 오르는 무대는 직접 조명, 음햑 등 무대를 꼼꼼히 살펴 보며 치밀한 준비 끝에 콘서트를 열고 있습니다. 그만큼 팬들에게 좋은 무대에서 멋진 공연을 보여주기 위한 가수들의 열정으로 봐주면 문제는 간단히 풀립니다. 그런데 이러한 열정도 없이 어떻게 방송사에서 서태지에게 출연 요청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서태지가 일반 트로트가수도 아닌데, 혹시 똑같이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요? 그렇가도 제가 트로트가수를 낯추어 말씀드리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저는 트로트가수도 아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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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문제는 개인 차원이 아니라 방송사PD-가수의 수직적 관계를 깨려는 출발점이 되야한다.)

방송사는 가수들을 노래를 찍어내는 붕어빵기계 정도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가수마다 갖고 있는 발라드, 락, 트로트 등의 음악적 특징을 무시한 채 붕어빵 찍어내듯 방송국이 만들어 놓은 무대 틀 안에서 노래 부르기를 요구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습니다. 일부 블로그기자들이 서태지가 마치 특권의식에 사로잡히고, 또한 치졸한 문화대통령 운운하는데 이것은 본질을 모르고 하는 소리 같습니다. 서태지가 스스로가 문화대통령이라 한 것도 아니고 언론에서 그렇게 호칭해준 것입니다. 일부 연예뉴스에서 서태지 편집권을 거론한 기사의 단면만 보고 글을 쓴다면 편향된 시각으로 밖에 글이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 나라 가수들이 언제까지 방송사PD에게 수직적인 관계로 연예활동을 해야 합니까? 물론 이번 일은 앞서 언급했듯이 서태지가 방송사 PD의 권위에 직접적으로 도전하기 위해 일어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서태지는 불합리한 음악방송 행태에 대한 개선을 바라는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가수들도 이번 서태지 사태에 대해 겉으로는 표현을 하지 못해도 속으로는 묵시적으로 동조를 할 것입니다.
이번 일이 서태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나라 가수들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1월 S본부 공개홀에서 있었던 <물 환경대상> 축하 무대에 올랐던 비는 노래가 끊나기도 전에 반주가 끊기는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자 비와 안무팀은 3~4초간 동상처럼 서있다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무대위에서 내려왔습니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날 방송에서 비는 축하가수 중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레이니즘 노래를 부르다, 이 곡의 하이라이트인 끝부분에서 지팡이를 들고 멋진 퍼포먼스를 하려던 순간 갑자기 음악이 뚝 끊겼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방송사고가 아니라 방송사PD 등 제작진이 방송시간이 20초 정도 지났다고 해서 그냥 끊었다는 것입니다. 가수들이 노래 한곡을 부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는지 이해했다면 20초가 지났다해도 노래를 계속 부르게 하고,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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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생방송 도중 가수 비가 노래를 부르다가 음향이 끊기는 황당한 해프닝이 일어났었다.)

서태지는 신문사의 지면 편집을 예로 들자면 신문의 문화면중 음악 부분에 대한 지면 편집에 의견을 제시한 정도라 생각합니다. 내가 신문에 나간다면 이런 모습으로 나가는 것이 팬들에게 더 좋을 것이라며 사진도 이왕이면 더 좋은 사진, 멋지게 나온 사진을 써달라고 한 것 뿐인데, 이것을 편집권에 대한 도전 운운하는 것은 아직도 수직적인 PD-가수 관계 시각을 벗어나지 못한 처사라고 봅니다. 이런 시각으로는 우리 나라 음악 발전을 위한 건전한 방송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서태지사태는 서태지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나라 방송PD와 가수들의 기존 관행과 권위적 관계를 깨려는 서태지의 고독한 싸움이며,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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