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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입주 앞둔 로또 판교 현장 가보니 [현장취재]

by 피앙새 2008.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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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로또판교 광풍으로 몰고갔던 판교신도시는 이달 27일 첫 입주를 앞둔 서판교 주공 단지들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입니다. 그러나 판교는 요즘 을씨년스런 날씨만큼 집값 하락의 한파를 맞고 있었습니다. 로또 판교는 결국 무지개꿈인지 현장에 가보니 2006년의 청약 열기는 싸늘히 식어 있었습니다.

판교 아파트 공사현장은 여기 저기서 공사가 한창입니다. 그중 12월 27일 입주를 앞둔 주공 공사현장을 가봤습니다. 공사가 거의 끝나가고 최종 마무리공사를 하고 있는데, 집값 하락 만큼이나 어수선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현장 공사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예정된 12월 27일 입주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합니다. 현장을 둘러 봐도 20여일 안에 마무리 공사가 끝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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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광풍으로까지 불리며 당첨만 되면 수억원을 벌 것 같았던 판교는 무지개꿈에 불과했다.)

입주를 앞둔 판교는 이제 로또의 꿈을 실현했을까요? 꿈의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은 집값 상승의 기대가 결국 무지개꿈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무조건 당첨되고 보자는 식으로 청약을 한 후 지금 중도금과 잔금을 은행대출로 메꾸다 보니 매달 이자 부담을 안고 살아갑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옆동에 사는 K씨는 지난 2006년도에 판교신도시 143m²(43평형)에 담첨이 되었습니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5억 6천만원인데, 당시 중대형은 채권을 써야했기 때문에 당첨받기 위해 최고액을 쓰다 보니 2억 3천만원 상한최고액을 썼습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총 분양가는 8억원정도였는데, 채권을 할인해서 다시 받은 돈 2억여원을 뺀다 하더라고 6억원입니다.

당시 K씨는 싯가 6억 5천만원 정도인 분당 32평을 갖고 있어서 이 아파트를 팔고, 새로 당첨된 판교로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은행에 계약금과 중도금 대출을 4억이나 받았습니다. 그러나 아파트는 팔리지 않고, 계속되는 은행 중도금 대출로 한달 은행이자만 200만원을 넘게 내고 있어서 요즘 살기가 여간 버겁지 않습니다. 여기에 집값 하락기에 접어들어 살고 있는 아파트마저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내년 5월에 판교 아파트에 입주해야 하는데, 내년 경기는 더 어렵다고 해서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팔릴지도 걱정입니다. 6억 5천에서 최고 7억을 호가하던 아파트는 현재 5억 안팎입니다. 5억을 받고 팔아도 K씨는 새로산 아파트 취등록세 등을 내고 나면 약 1억 2천정도의 빚을 지고 판교로 이사하게 됩니다. 물론 새 아파트라지만 집을 옮기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문제는 그동안 중도금 내느라 은행이자로 매달 200만원이 넘는 돈을 내다보니 그 빚만 해도 2천만원이 훨씬 넘었습니다. K씨가 판교 입주를 은행에 고스란히 바친 돈입니다. 요즘 K씨는 판교 당첨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32평 아파트에 살면 빚도 안지고, 아무 걱정없이 살텐데 조금 넓은 평수, 로또 기대심리 때문에 청약한 판교의 꿈이 덜컥 실현되다 보니 처음엔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지만, 결국 무지개꿈이었다는 사실에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느라 광역버스를 타고 매일 판교공사현장 앞을 지나는데, 볼 때마다 머리가 아프다고 합니다.

판교신도시 인근의 이매동 부동산 공인중개소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2006년 이맘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를 때 같으면 전화받느라 정신없을 때인데, 전화문의 조차 뚝 끊긴 개점 휴업상태였습니다. 분당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판교는 로또는 이제 광풍에서 한숨으로 변하고 있다!" 고 말하며, "중도금과 잔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분양가 이하, 즉 마이너스 프레미엄으로라도 팔아 달라"는  주문이 있을 정도라고 말합니다. 판교 기대심리로 인한 분당발 집값 상승은 기대할 수도 없고, 이젠 얼마나 떨어질까 하는 것이 매도, 매수의 관점이라고 합니다. 버블 세븐 중의 하나였던 분당이 판교 입주로 인한 집값 상승의 기대는 커녕 이젠 판교로 인해 아파트값이 하락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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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로또가 무지개꿈으로 끝나자, 인근 분당의 아파트 가격은 끝모를 추락을 하고 있다.)

저도 분당에 살면서 2006년도에 판교 청약을 했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보다 새 아파트이고 당첨만 되면 수억을 앉은 자리에서 벌 수 있다는 '로또' 열풍에 휩쓸렸지만, 요즘은 낙첨된 것을 오히려 천운(?)으로 알고 얼마나 감사한 마음으로 사는지 모릅니다. 요즘 분당은 판교 당첨된 사람들이 내년 입주를 앞두고 살고 있는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피말리게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는 요행히 집값이 하락하기 전인 2006년 말에 아파트를 판 사람도 있고, 아직까지 집을 못팔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판교 입주가 시작되면 분당과 강남을 잇는 분당-내곡간 고속도로의 등 서울로 출퇴근하는 차량들이 극심한 정체현상을 빚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서울로 빠져 나가는 길은 이 도로와 송파쪽으로 나가는 성남대로가 있는데, 성남대로 또한 송파에 공구상가 입주로 복정 사거리쪽 또한 극심한 체증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불을 보듯 뻔한 교통체증 현상을 판교와 분당 입주자들은 고스란히 떠 안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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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입주가 시작되면 안그래도 막히는 분당-수서간 도로의 출퇴근 교통 체증이 예상된다.)

또한 상가분양도 일부 단지에서 시작했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황금상권이라 불리던 판교 상가가 분양이 안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동판교 입구의 E단지는 내년 2월에 입주 예정인데, 입주시기에 맞춰 지금 상가분양중인데 분위기는 너무 썰렁합니다. 분양사무실에 가보니 작년 평당 5천만원 넘게 분양하던 상가를 지금 4천1백원~4천 5백만원으로 분양가를 낮추어도 분양받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상가단지들이 올해 상가분양을 포기하고 내년으로 미루어 놓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내년에도 부동산경기가 나아진다는 전망은 없어 건설업체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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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다음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던 판교 상가 분양도 부동산 한파의 된서리를 맞고 있다.)

입주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학교와 주변 시설 등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너무 어수선한 판교는 입주민들이 초기에 상당한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탄 등 신도시 입주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판교는 그래도 인근 분당의 생활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지만, 상가와 병원, 공공시설 등이 입주 시기에 맞춰 개설되지 않으면 분당의 이방도시처럼 지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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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편의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당분간 분당편의 시설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판교 현장을 돌아보고 난 느낌은 로또광풍에 휩싸여 너도 나도 청약을 하던 2006년과는 달리 황량함 그 자체였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 부동산 경기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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