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

호화 성남시청사 신축 현장 가보니 [현장취재]

by 피앙새 2008. 12. 2.
반응형

"시청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건물이 저렇게 커?", "난 무슨 쇼핑몰 짓는 줄 알았는데..."

경제가 좋으면 이런 비난이 덜할텐데, 요즘 가뜩이나 살기 힘든데 무슨 청사를 저렇게 크게 짓느냐는 것입니다. 요즘 성남시청이 호화청사 신축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아직 다 짓지도 않았는데 4년전 '용인궁(宮)'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용인시청(총공사비 1974억원)과 비교된다는 성남시 신청사는 어떻게 짓고 있길래 이렇게 논란을 빗고 있는지 현장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저도 분당에 살면서 주민세, 자동차세, 재산세 등 꼬박 꼬박 세금을 내기 때문에 내가 낸 세금이 정말 잘 쓰여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입니다.
▲ 공정률 21%를 보이고 있는 성남시 신청사 건물. 지하 2층, 지상 9층규모로 총공사비가 3,222억원이다.

공사현장은 사방을 가림막으로 해놓고 아무도 못 들어가게 현장 직원들이 철저하게 제지하고 있어서 안으로 직접 들어가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먼 발치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는데,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규모였습니다. 현재 공정률 21%에 지하 2층, 지상 9층 건물중 9층까지 철조 공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성남시 신청사 및 의회 건립 공사는 중원구 여수동 152번지 일대, 그러니까 성남 구시가지와 분당 신도시의 중간지점에 건축되고 있습니다. 공사기간이 작년 11월부터 시작해 2010년 1월에 완공될 예정입니다. 총공사비가 3,222억원이며 대지면적만 해도 7만 4452 m²(2만2300평), 연면적은 7만 4309 m²입니다.
▲ 신축중인 성남신청사는 세계 최고의 시설이며, 1인당 근무면적이 33.99m²나 된다. 사진은 조감도

도대체 얼마나 크게 짓나요?

현재 성남시청사 건물은(수정구 태평2동 위치)은 1983년에 건립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성남시 공무원수는 2006년 기준으로 2,414명입니다. 이중 26.4%가 시청사에서 근무하고, 31.3%가 구청, 21.9%가 사업소, 19.9%는 동사무소 등에 근무하고 있습니다.<근거자료 : 디지털 성남 문화대전> 그러니까 성남시청 공무원은 약 715명이지만 <비전 성남>지(2008.11.25일자)에 따르면 성남시는 향후 신청사에 근무할 인원을 1,330명으로 잡고 있습니다. 건축 연면적 중 의회청사 등을 제외하고 본청사 면적만 45,219 m²로 따져보면 1인당 근무 면적이 33.99 m²입니다. 약 10평인데, 1인당 근무면적이 웬만한 서민 임대아파트 한채만 합니다.

호화청사 논란에 대해 성남시는 미래를 내다보고 지은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현재는 공무원수가 715명이지만 향후 1,330명으로 늘어날 것을 예상해 크게 짓는단다. 시청사만 크게 짓는 것 뿐만 아니라 작은 지방정부를 지향하는 마당에 시공무원도 2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생각까지 갖고 있는건가?

이는 2000년 이후 지어진 지자체 평균 면적 21.2 m²를 훌쩍 뛰어넘는 면적입니다. 성남시측은 근무 면적에 대해 용인시보다 37.9%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근무인원이 58%나 더 많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뿐만 아니라 성남시장의 집무실 크기는 기초자치 단체중 가장 넓습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넓은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려 465 m², 평수로 계산하면 약 140평입니다. 웬만한 중대형 아파트 4채의 넓이입니다.

건축비는 얼마나 들어가나요?

새로 짓게된 성남시청사 총 사업비는 무려 3222억원입니다. 호화청사 논란을 빚었던 용인시청의 총공사비 1900억원을 훌쩍 뛰어 넘는 규모입니다. 이 정도 금액이면 100억원 규모의 주민 건강센터를 32개나 지을 수 있습니다. 또한 달동네 재개발로 또 다른 변두리로 쫓겨나가는 가난한 서민들을 위한 임대아파트를 1채당 1억으로 공사비를 잡을때 3,000개 이상 지을 수 있습니다. 성남시청이 공사 하기전까지는 용인시청이 전국 기초자치단체중 공사비로는 단연 1위를 했으나 이제 그 불명예스런 1위자리를 성남시청에 넘겨주게 되었습니다.

신청사 건축비는 용인시청(1974억원)보다 1248억원 많고, 서울시 신청사 건설비(2,281)보다도 941억원이 많다. 그런데 주민들에게 나누어준 홍보지에는 총공사비(3,222억원)에서 토지비를 빼고 건축비만 계상해서 타시도와 비교해 놓았다.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홍보자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료 : 한나라당 이은재의원


호화청사 논란이 일자 성남시는 서울시의 경우 토지비가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며,(토지비까지 하면 성남시보다 훨씬 많다는 뜻)토지비를 빼면 건축비가 1,456억원만 들고, 용인시,전북, 전남도청의 경우 토지 매입가격이 성남과는 차이가 있어서 공사비가 많이 들지 않았다는 해명입니다.(비전성남, 08.11.25) 그러면 토지는 누가 무상으로 준 것인지요? 이렇게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해명은 오히려 주민들을 더욱 화나게 만들고 있습니다.

KBS<시사360> 프로에서 성남시의회 최성은 의원은 이에 대해 "호화청사지요. 시청사라는 것은 공무원들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볼 수 있는 공간이면 되는데, 그 공간으로 권위를 표현하려 하고 이렇게 크게 멋진 청사를 본인들이 지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이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 같습니다." 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성남시청은 3천 2백억의 건축비에는 토지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크게 보일 뿐이며, 토지비를 뺀 순수 건축비는 1,456억원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서울시청 공사비와 비교하면서 토지비가 포함되지 않은 서울시청 공사비 2,281억원의 절반 수준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성남 인구를 100만명으로 쳐도 인구가 10배나 많은 서울 시청보다 작게 지으니 절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성남시의 해명을 '맞다!'라고 받아들 성남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요?


호화청사는 혈세 낭비 아닌가?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며 신청사 건립에 나서고 있습니다. 주민들 사이에서 혈세 탕진이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성남시는 <비전 성남>이라는 월간 시정지를 통해 호화 시청사 건립이 아니라는 입장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보다 앞으로 여수동, 위례택지개발 사업과 함께 120만 수도원 중추도시로서 미래를 고려해 크게 짓고 있다는 것입니다.
▲ 시민 여러분! 이것만은 꼭 알아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신청사 건립의 당위성을 설명 비전성남, 11.25일자

그러나 이런 홍보지 설명보다 주민들 조차 공사현장에 들여보내지 않는 현장 처사에 불만입니다. 성남시 주민으로서 신청사 공사가 진행이 잘되고 있는지, 예산 낭비요소는 없는지 꼼꼼히 따져볼 권리가 있는데 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지요? 관계자외 절대 출입금지 푯말과 함께 CCTV촬영중이며, 출입위반시 고발조치한다는 경고문까지 있습니다. 무슨 건물을 짓길래 이리도 철저히 통제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주민들을 상대로 현장에서 공사 진행상황을 설명하는 자리를 한번 마련해주면 좋겠습니다.
▲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된채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중원구 여수동 신청사 공사현장이다.

성남시청사 신축공사 현장을 다녀 오면서 구시가지 달동네 생각이 났습니다. 재건축이다 뭐다 해서 성남시는 요즘 공사가 한창입니다. 그러나 어려운 서민들은 이러한 재개발 뒤에서 또 다시 다른 곳으로 쫓겨나가고 있습니다. 난곡과 더불어 가난한 서민들이 사는 대표적 달동네에 사는 돈없는 서민들이 신축중인 성남시청사를 바라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요? 3천억원이 넘는 신청사는 세계 지방청사 중 단연 최고의 시설을 자랑할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 성남 시민의 소득수준도 세계 최고의 수준입니까? 달동네 서민들 소득 얼마나 됩니까?

청사가 넓고, 깨끗하고 좋다면 지역주민으로서 기분 나쁠리는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우리 나라가 순채무국으로 빚을 지고 살고 있는 형편이고, 앞으로 2~3년간 경기불황이 계속된다고 합니다. 이런 시기에 초호화판 신청사 건립을 바라 보는 지역주민으로서, 내가 낸 세금이 너무도 허망하게 쓰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