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감성역 남양주시 능내역

연말을 맞아 한해를 정리하며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을 텐데요, 흑백 사진 보듯이 레트로(retro, 복고) 감성이 물씬 풍기는 남양주시 조안면에 있는 능내역을 다녀왔습니다. 주말이면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성지로 알려진 능내역으로 가보실까요?

능내역은 주차장이 있는데, 그리 넓지 않습니다. 저는 평일 아침 일찍 가서 여유 있게 주차했는데요, 주말과 휴일에는 많은 사람이 와서 주차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능내역 옆에 카페가 있으니 차 한잔 마시면서 주차할 수도 있습니다.

능내역에 가보니 마치 오래된 앨범 속의 흑백 사진을 다시 꺼내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지금 열차는 다니지 않지만, 기차여행 추억을 찾아온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으로 평일에도 붐볐습니다. 빛바랜 사진처럼 추억 열차를 타고 훌쩍 떠나고 싶은 곳입니다.

겨울바람이 매서운 날, 능내역은 아직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반겨주면서 말이죠. 처마에 거미줄도 있고 누군가 써놓은 낙서, 간판도 먼지가 많이 끼는 등 그리 깔끔하지 않지만요, 왠지 정겹다는 생각이 듭니다. 켜켜이 쌓인 능내역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말이죠.

능내역 안과 밖에 안내판이 있습니다. 능내역은 중앙선 기차역인 능내역은 팔당역과 양수역 사이에 있었습니다. 1956년 5월 1일 역무원이 없는 무 베자 간이역으로 영업을 개시했습니다. 그러다 2001년 신호장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 12월 중앙선 노선이 국수역까지 연장되면서 선로가 이설되어 능내역을 지나지 않게 되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역이 폐지되었습니다. 이 역을 대신해 3.5km 떨어진 곳에 운길산역이 신설되었습니다.

열차는 다니지 않지만, 추억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 역을 이용했던 수많은 사람의 기억은 지울 수 없으니까요. 현재 능내역사 건물은 리모델링 되어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도 SNS에서 데이트 명소로도 인기입니다.

능내역사 안으로 들어가 보면,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능내리에서 나고 자란 마을 이장님을 이야기 모델로 삼아 능내역의 역사와 추억을 담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어 능내역을 이용했던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됐습니다.

전시 사진 중 능내역 앞에서 포즈를 취한 남매 사진이 눈에 보입니다. 사진 속 주인공들에게 능내역은 빼놓을 수 없는 추억과 향수의 장소일 겁니다. 어쩌면 다시 능내역을 찾아 사진을 찍었을 때를 회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열차 시간표와 여객 운임표가 맞이방 벽에 붙어 있습니다. 청량리에서 망우, 도봉, 팔당, 양평은 물론 원주, 단양, 풍기, 영주, 안동까지 있습니다. 언제 운임표인지 모르지만(2008년 폐쇄 당시 가격 예상), 능내역에서 안동까지 가는 무궁화호 운임이 12,700원입니다. 여객 운임표를 보니 레트로 감성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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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에 역무원이 보입니다. 진짜 역무원이 있는 줄 착각할 정도입니다. 지금의 역무원 복장과는 다르죠. 실제로 근무했던 이 역무원은 지금도 살아 계실지 궁금하네요.

대합실(맞이방)에 난로가 있는데요, 옛날에는 대합실에 난로를 폈었죠. 나무 의자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열차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그립습니다. 무궁화호가 기적을 울리며 능내역에 도착하면 부랴부랴 짐을 챙겨 타던 그 모습이 떠오릅니다.

능내역은 더 이상 기자가 다니지 않지만, 사람은 다닐 수 있습니다. 평행선으로 길게 뻗은 철길을 걸으며 간이역 추억에 빠져볼 수 있는 관광명소가 됐습니다.

능내역을 다니던 무궁화호 열차는 이제 열차 카페가 되었습니다. 낡고 녹슨 모습이지만, 한번 올라타 보고 싶습니다. 문이 잠겨서 탈 수 없었지만요, 열차 안을 들여다보니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었네요. 빛바랜 열차 여행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능내역은 이제 열차역이 아니라 자전거 역이 됐습니다. 오랜만에 가보니 역 건물을 많이 보수해서 관광용 쉼터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팔당에서 양평까지 원거리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중간 기착지로 능내역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능내역 앞은 자전거 대여소가 많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팔당댐까지 갔다 올 수 있는데요, 대여 비용은 1시간에 5천 원, 하루 종일 빌리는 데 15,000원입니다. 자전거는 1인용, 2인용, 3인용까지 다양합니다. 힘들이지 않고 탈 수 있는 전기자전거도 있습니다.

능내역이 있는 남양주시 조안면은 수도권 최초의 슬로 시티입니다. 조안면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유유히 흘러 자연경관이 뛰어납니다. '조안면' 마을 이름은 '새가 편안히 깃든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살기 좋은 곳이죠.

누구나 열차 여행의 추억 한 조각은 갖고 있죠. 지금은 KTX로 서울-부산이 2시간 40분이면 갈 수 있는 시대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덜컹거리는 비둘기호를 타고 청량리에서 춘천으로 여행을 다녔습니다. 그때의 낭만은 지금의 KTX에서 찾을 수는 없죠.

행복행 추억 기차를 탈 수 있는 능내역으로의 여행은 언제나 설레고 그립습니다. 그 추억을 찾아 남양주 능내역에서 열차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