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는 융건릉 등 역사 문화재가 많습니다. 그중 신빈 김씨 묘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인데요, 여러분은 신빈 김씨가 누구인지 아시나요? 조선 왕조에서 가장 위대한 왕이라 칭송받는 세종대왕의 후궁입니다. 신빈 김씨 묘는 화성시청 인근에 있는데요, 신빈 김씨가 누구이고, 묘소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조선 왕조 500년의 역사 중 독특했던 것이 후궁 제도입니다. 왕의 부인 왕후를 비(妃)라고 하고, 후궁을 빈(嬪)이라 했죠. 그런데요, 후궁을 부르는 것을 보면 귀인, 숙의, 소의, 상궁 등 아주 다양합니다. 그 이유는 후궁은 단순한 왕의 후처(妾)가 아니라 관직에 해당하는 품계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신빈 김씨는 공노비에서 정1품 품계까지 오른 세종대왕의 후궁으로 조선판 신데렐라로 불립니다.
지난여름 화성 융건릉을 방문했을 때 매표소에서 ‘조선왕릉과 왕실 계보’ 팸플릿을 받았습니다. 이곳에 세종대왕 가계도가 나옵니다. 여러분도 융건릉에 가실 때 왕실 계보 팸플릿을 받으면 아이들 역사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왕실 계보를 보면 세종대왕(1397~1450)은 왕후 소헌왕후 심 씨 외에도 많은 후궁을 두었습니다. 그중의 한 명이 신빈 김 씨입니다. 김 씨는 궁에서 사용하는 물품을 공급하는 관청인 내자시(內資寺, 호조에 속한 관서)의 여종이었습니다.
신빈 김 씨는 궁에서 일하는 동안 부지런하고 똑똑했습니다. 같은 무수리라도 눈에 띄게 똘똘했던 거죠. 그래서 세종대왕이 즉위한 후 세종의 모친 원경왕후가 당시 13살이던 김 씨를 뽑아 소헌왕후 심 씨의 몸종으로 보냈습니다. 특히 소헌왕후가 낳은 막내아들 영웅대군(세종이 제일 귀여워했다는 아들)의 유모가 되어 영웅대군을 보육했습니다.
이렇게 일하는 동안 김씨는 자주 세종대왕의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세종대왕의 승은(承恩)을 입게 되었는데요, 궁중 무수리가 승은을 입게 되면 하루아침에 신분이 바뀌게 됩니다. 김 씨는 세종대왕과의 사이에 6남 2녀를 낳아 정2품 소의(昭儀)까지 승진했고요, 세종 21년에 귀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정1품 빈(嬪)이 되었죠. 무수리에서 일약 정1품 빈이 된 신빈 김 씨는 조선판 신데렐라가 된 겁니다.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지 않고 처신을 잘했기 때문에 후궁의 최고 품계까지 오른 겁니다. 조선시대 훌륭한 문관, 무관 못지않게 세종대왕의 큰 사랑을 받은 신빈 김씨 묘가 경기도 화성시청 근처에 있는데요, 묘역은 아주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습니다.
신빈 김씨 묘는 주차장이 따로 없습니다. 묘역 입구에 공간이 조금 있는데요, 이곳에 세우시면 됩니다. 아니면 근처에 화성시 임시주차장에 세우셔도 됩니다.
차를 세우고 묘역으로 가는데, 외부인 출입 금지 안내판이 있습니다. 내용을 보니 이곳은 사유지라고 하는데요, 무단출입 및 훼손 금지 경고문이 있습니다. 하지만 신빈 김씨 묘역은 화성시 기념물이라 관람 목적으로는 출입할 수 있습니다.
묘역으로 들어서면 홍살문이 보이는데요, 홍살문(紅살門)은 능(陵)·원(園)·묘(廟)·궁전·관아 등의 정면에 세우던 붉은 칠을 한 문을 말합니다. 보통 왕릉이나 서원 앞에 많잖아요. 왕의 후궁 묘 앞에 홍살문까지 세운 것을 보면 그만큼 왕의 총애를 받았던 후궁이었다는 거겠죠.
신빈 김 씨 묘는 경기도 기념물 제153호입니다. 묘역에 표지석이 있습니다.
표지석 옆에 제사를 지내는 전각이 있습니다. 문이 잠겨 있어 안은 볼 수 없었지만, 왕릉에서 봤던 제향 공간처럼 정갈한 공간입니다. 홍살문과 제향 공간 등은 비교적 최근에 세운 것으로, 애초에 묘역은 봉분과 석물, 신도비만 있었다고 합니다.
제향 공간을 지나면 소나무 숲이 감싸고 있는 신빈 김 씨 묘가 있습니다. 봉분을 중심으로 넓은 곡장(曲墻)과 함께 봉분의 중앙에 상석과 향로석, 장명등이 있습니다. 좌우에 문인석 1쌍까지 세워져 있습니다. 규모로 보면 왕릉 못지않습니다.
여기서 곡장(曲墻)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왕이나 세자, 고관대작 등의 무덤 뒤 주변으로 쌓은 담을 말하는데요, 신빈 김 씨 묘에도 곡장이 있습니다.
문인석은 다른 곳과 달리 해학적인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봐왔던 문인석은 정중하고 뭔가 엄숙해 보였는데요, 신빈 김 씨 묘역 문인석은 익살스러운 표정이 인상적입니다.
묘 오른쪽에 신도비각이 있습니다. 비각 안에 신도비가 있습니다. 신빈 김 씨의 생애와 업적을 기록해 놓았는데,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글자가 잘 보이지 않네요.
신빈 김씨 묘에서 내려다보니 화성시 남양읍 일대가 한눈에 보입니다. 세종대왕이 재위했던 기간이 1418.8~1450.2월이니 이 무덤은 약 600년이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이곳에 잠들어 있으면서 화성시 발전을 지켜보고 있었겠네요.
신빈 김 씨는 세종대왕이 승하한 후 불가에 귀의해 59세로 생을 마쳤습니다. 조선시대 후궁 중 많은 여인이 승은을 입고 하루아침에 출세했지만요, 신빈 김 씨처럼 최고 품계인 정1품까지 오른 인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경기도 화성시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조선판 신데렐라 신빈 김 씨 묘역을 꼭 한번 방문해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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