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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좋아

성남시 분당중앙공원 수내동가옥

by 피앙새 2022.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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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계묘년 새해를 하루 앞두고 아내와 밥 먹듯이 가는 집 근처 분당중앙공원을 찾았습니다. 이곳에 고향 초가집 같은 가옥이 한 채 있습니다. 수내동가옥 (이택구 가옥)입니다. 갈 때마다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게 맞아줍니다.

성남에 산 지 어느새 20년째! 고향은 서울이지만 성남은 이제 제2의 고향처럼 됐습니다. 이곳에 살면서 사귄 지인들도 많은데요, 그 중 분당 신도시가 건설되기 전에 이곳에 살던 80대 어르신입니다. 어르신은 개발 전의 분당에 대해 자세 알고 계십니다.

분당 신도시 건설 전에 중앙공원 근처에 약 70여 가구가 살고 있었는데요, 모두 다 철거되고 남은 건 수내동 가옥뿐입니다. 어르신은 이 초가집 앞을 흐르는 탄천에서 빨래하고 여름에는 헤엄도 치며 지냈다고 하는데요, 불과 30년 전 이야기지만, 까마득하게 들렸습니다.

수내동가옥은 19세기 말에 지어진 초가로 돌마각과 함께 중앙공원의 상징과도 같은 건물입니다. 월요일 빼고 매일 문을 열어 놓으니 누구나 부담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대문 앞에 있던 문화관광해설사는 혹서기 (7~8), 혹한기 (11~3)은 운영하지 않습니다.

대문에는 집 안에 복이 들어오라고 한문으로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이렇게 써놓았습니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정겨운 시골집 풍경이 펼쳐집니다. 대지는 약 200여 평입니다.

안채는 10칸 규모의 초가집인데요, 안방과 대청, 건넌방이 일렬도 배치된 형태입니다. 안방 옆에 1칸씩 부엌과 광이 있는데요, 이 정도 규모라면 꽤 잘 사는 집안이었을 겁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중산층 그 이상의 부잣집이었죠.

안방 아래 부엌은 특이하게 큰 항아리도 된 물독이 있고 시렁(찬장같은 것)에 옹기단지, 사기그릇이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 쓰던 풍구, 가마솥, 놋쇠 개수통 등입니다. 지금은 보기 힘든 것들이죠.

부엌에서 대청마루로, 안방으로 음식을 나를 수 있도록 조그맣게 창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부엌에서 음식 냄새가 빠질 수 있도록 나무 창살로 환기창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지혜를 엿볼 수 있네요.

안방은 안주인이 거처하는 방으로 주부의 권위를 상징하는 장소죠. 안방마님이 귀중품은 물론 각종 광 열쇠들을 보관하는 방입니다. 옛날에 안방 출입은 직계와 직계비속을 제외하고는 엄격하게 출입이 제한됐죠. 남녀칠세부동석이란 말도 있잖아요. (男女七歲不同席)

초가집 한가운데 있는 대청마루는 여름에 맞바람이 불면 시원하죠. 여름방학에 외할머니댁에 가서 대청마루에 벌러덩 누워 할머니가 쪄준 옥수수와 수박을 먹던 기억이 빛바랜 추억으로 떠오릅니다.

대청마루 우측에 있는 건넌방은 아들과 며느리가 거주하는 방이죠. 시부모를 바로 코앞에서 모시고 살아야 하니 며느리로서는 여간 불편하지 않았겠어요. 그래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지금도 '시월드'라고 하잖아요.

사랑채에는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천자문을 가르쳐주고 있네요. 사랑방은 집의 안채와 떨어져 있어서 바깥주인이 거처하거나 손님들을 접대하는 방으로 사용됩니다. 손자들이 공부할 때도 사용했는데요, 손자 표정을 보니 공부하기 싫은가 봐요.

사랑방 옆에 있는 광에는 살림살이를 넣어두는 공간인데요, 이런 광을 두고 살 정도라면 중산층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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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 옆에는 장독대가 있습니다. 겨울에 김장 보관 등 한국 가정의 필수적 설비였죠. 햇볕이 잘 드는 동편에 마련하는데요, 장류를 담그는 독과 항아리 등을 놓을 수 있도록 땅바닥보다 조금 높게 만들었습니다.

땅을 파고 김치를 묻어놓으면 오랫동안 쉬지 않고 싱싱한 김치를 먹을 수 있는데요, 이런 조상의 지혜는 김치냉장고가 따라갈 수 없죠.

이제 외양간, 헛간으로 가보실까요? 중앙에 대문이 있고 왼쪽에는 외양간, 헛간, 뒷간이 있습니다. 외양간은 소들이 사는 집이죠. 우리나라는 밭갈이 등에 소가 반드시 필요해서 소를 가족처럼 생각해 집안에서 키웠습니다.

외양간 옆에는 각종 농기구를 보관한 헛간이 있습니다. 헛간 옆에는 뒷간이 있고요. 여기서 뒷간은 화장실이죠. 뒷간을 부엌, 방과 멀리 떨어뜨린 것은 위생 문제 때문이겠죠.

초가집 뒤로 만든 담장은 돌과 흙을 섞어서 만들었는데요, 그 위에 짚을 얹어서 운치가 있습니다. 이런 담장은 도둑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집의 경계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초가집 처마 밑에 고드름이 매달려 있습니다. 옛날에는 겨울에 얼음과자라고 해서 고드름을 따먹기도 했지요.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있다면 성남에는 분당중앙공원이 있죠. 사계절 언제 가도 시민들의 아늑한 휴식처인 중앙공원입니다.

분당중앙공원 안의 숨은 볼거리 수내동 전통가옥은 경기도 문화재 제78호입니다. 분당 중앙공원에 들르시면 고향 집 같은 초가집의 정겨운 풍경을 꼭 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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