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하면 두물머리, 세미원 등이 생각나죠. 두물머리에 갔다가 멀지 않은 곳에 구둔역(폐역)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양평은 드라이브 하기도 좋은 곳인데요, 감성사진 찍기 좋은 구둔역은 주말이면 젊은 연인들이 데이트 하러 많이 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구둔역으로 가는 길목에 구둔2리 구둔마을이 있습니다. 이곳에 영화 포스터가 있습니다. 구둔역은 영화 '건축학 개론' 등 많은 영화와 MV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간이역 중 꽤 유명세를 탄 곳입니다. 구둔역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영화 촬영지로 유명할까 궁금했습니다.
구둔마을에서 언덕 길을 조금 오르니 구둔역이 나옵니다. 구둔역은 경기옛길 제9길 구둔고갯길 경유지이기도 합니다. 구둔역에서 출발해 양동역까지 4.3km 이르는 구간인데요, 약 1시간 30분 동안 구둔고갯길을 걸을 수 있는 길인데요, 스탬프 함도 있네요.
구둔역의 멋진 풍경을 보러 갔는데, 앗! 이게 왠일입니까. 마침 가던 날이 장날이었을까요, 공사중입니다. 어쩐지 구둔역 가는 길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이상하다 했죠. 공사 안내판을 보니 2022년 4월 28일~12월 31일까지 역 정비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외관을 보니 건축구조는 'ㅡ'자형 평면으로 목조양식입니다. 그리고 벽체는 목조에 시멘트 몰탈로 마감되었습니다.
구둔역 앞에 역사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구둔역은 2012년 중앙선 청량리-원주 구간이 복선전철화 되면서 폐역이 됐는데요, 대부분 옛날 폐선 부지의 철로는 철거된 상태지만요, 승강장 주변의 철길은 그대로 남아 있어 SNS 감성 촬영지로 유명합니다.
공사 관계자 양해를 구한 뒤 구둔역 안으로 들어가봤습니다. 출입구에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동판이 있습니다. 구둔역은 등록문화재 제296호입니다. 그리고 그 옆으로 한국철도(코레일 수도권 동부지사)의 소유 자산임임 표시하고 있습니다.
공사는 마무리 단계인거 같은데요, 천정을 보니 목재 부분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표를 팔던 매표소와 승객들이 열차를 기다리던 대합실도 깔끔하게 정비하고 있습니다. 12월 31일 공사가 마무리된다면 예전 모습을 그대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공사 중이라 떼어놓은 여객운임표가 한쪽에 있습니다. 중앙선과 태백선 행선지가 나와 있습니다. 용문, 지평, 양동, 만종, 안동, 죽령, 사북, 고한, 묵호까지 요금이 나와 있습니다. 비록 낡은 여객운임표지만 구둔역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소중한 자산입니다.
구둔역은 일제강점기인 1939년에 건립됐습니다. 양평-원주 간 중앙선 철도 개통과 함께 1940년 4월 1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했습니다. 청량리에서 출발해 강릉, 태백까지 수 많은 사람들과 화물들이 거쳐갔던 역이었죠.
경기도 양평의 끝자락 언덕에 오래된 기차역이 구둔역입니다. 무궁화호 8877호. 선로 옆에 무궁화호 열차가 멈춰 있습니다. 잠시 정차 중이며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듯합니다. 저마다 사연을 하나씩 갖고 말이죠. 이런 추억들이 쌓인 구둔역입니다.
역사 밖으로 나가보니 옛날 역명 표지판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표지판은 녹슬고 낡았지만요, 레트로 감성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표지판 앞 의자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렸을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구둔역은 역사를 간직한 채 그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청량리에서 출발해 강릉, 태백까지 수 많은 사람들과 화물이 거쳐갔던 역이지만, 1991년 소화물 취급이 중지되고, 1994년부터 화물취급이 중지되다가 1996년에는 기차표 발권을 하지않는 차내취급역으로 지정되어 간이역으로 변했습니다. 그 후 한국철도는 72년간 사용한 낡고 굴곡이 심한 중앙선 선로를 보수할 필요성을 느꼈고, 2006년부터 청량리-원주 간 중앙선 복선전철화 사업을 착수했습니다.
이후 구둔역의 북쪽 방향에 있는 일신1리 노곡마을에 현재의 일신역을 신축해 2012년 8월 16일 구둔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대로 없어지게 될 운명이던 구둔역은 역사적 가치가 재평가되기 시작했죠. 그리고 없애기보다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구둔역은 역사적, 건축사적 가치가 인정되어 2006년 12월 4일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역사와 철로 사이에 오래된 은행나무가 한 그루 서 있습니다. 가을이면 노랗게 물들어 감성적인 풍광을 보여줍니다. 구둔역이 1939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는데요, 그 이후 지금까지 구둔역을 오갔던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철로가 끝나는 지점부터 마닐라삼이 깔려 있습니다. 경기옛길 제9길 구둔고갯길을 걷는 사람을 위한 배려입니다.
십 수년전까지만 해도 주변 마을 사람들로 북적이던 구둔역은 폐역이 되면서 열차를 타러 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폐역이 되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져 가는 듯 했는데요,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열차 여행을 추억을 찾는 관광역이 되었습니다.
역사 안쪽 얕은 산 아래 예쁜 펜션이 하나 있습니다. 이 펜션이 BTS, 비투비, 몬스타엑스가 머물다 간 펜션입니다. BTS는 구둔역 철로에서 사진을 찍어 많은 팬들이 이곳을 오게 만들었죠. 구둔역은 폐역에서 양평10경 중의 하나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구둔역 앞에 영화 촬영지 홍보판입니다. 맨 위에 은행나무가 어우러진 구둔역사가 보입니다. 12월 31일까지 정비 중이라 구둔역 모습을 온전히 볼 수는 없지만요, 내년 1월 1일부터는 감성 깊은 구둔역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구둔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앙증맞은 석불역이 있습니다. 저는 일정상 가지 못했는데요, 함께 보신다면 SNS 감성 뿜뿜~ 나는 멋진 여행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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