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호수공원에 정숙옹주 태실지(화성시 유형문화재 제178호)가 있다는 거 아시나요? 동탄호수공원에 자주 가는데요, 오늘은 정숙옹주 태실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정숙옹주 태실지를 가려면 방교초등학교 맞은편에 있는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곳에서 가는 것이 가장 짧게 갈 수 있거든요. 평일 낮에 가서 그런지 주차장은 여유가 있었습니다. 주차장에는 전기차 충전시설도 갖춰져 있습니다. 이곳 주차는 무료입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동탄호수공원으로 가는데 창포원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집니다. 창포원은 색과 소리가 있는 기억의 정원인데요, 꽃창포, 노랑꽃창포, 부들, 속새, 무늬제비꽃, 흰갈플, 벽천 등이 있어 사계절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날은 덥지만, 현자의 정원 쪽으로 잠시 걸었습니다. 전망대에서 호수 전망(view)을 보니 그림 같습니다. 이곳에서 아내가 준비해 온 아이스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었습니다. 제가 갔던 날 한낮 기온이 31도까지 올라 호수를 한 바퀴 도는 것은 포기했습니다.
정숙옹주 태실지를 가기 위해 제방가로원으로 향했습니다. 나무데크 길 우측에 버드나무가 군락지를 이루고 호수 바람이 불어 시원했습니다.
동탄호수공원에서 정숙옹주 태실지로 가기 위해서는 동탄레이크자이 더테라스 아파트 쪽으로 가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방교초교 앞 공용주차장에서 약 500m 정도 거리입니다. 더테라스 아파트에서 좌측 나무 데크 길로 조금만 가면 정숙옹주 태실지가 나옵니다.
조금 걸으니 길옆에 정숙옹주 태실지 안내판이 나옵니다. 무심코 지나치면 잘 모르죠. 태실비 오는 길 좌우로 보라색 맥문동이 피어 있습니다.
정숙옹주 태실지로 가려면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입구에서 약 60m 정도 되는데요, 다행히 그늘이라 오르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계단을 오르니 정숙옹주 태실지 안내판과 안쪽에 태실비가 보입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화성시 유형문화재죠.
안내판을 자세히 읽어봤습니다. 안내판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왕의 자손(왕자, 공주, 옹주)이 태어나면 장수를 기원하는 뜻에서 명당(길지)에 태(胎, 태아를 싸고 있는 조직, 즉 태반과 탯줄을 말함)를 묻었는데요, 태를 묻은 곳을 태실(胎室) 또는 태봉(胎封)이라고 합니다. 동탄호수공원은 조선 시대 왕가의 태를 묻은 곳이죠.
정숙옹주(靜淑翁主, 1493~1573)는 조선 성종(成宗)의 서녀로 모친은 숙의홍씨입니다. 정숙옹주는 숙의홍씨의 7남 3녀 중 막내입니다. 정숙옹주는 혼인했지만, 자식은 낳지 못하였다고 하네요. 그녀의 묘소는 경기도 시흥시 산현동에 있는데요, 태실비가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것은 그만큼 명당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태실비 전면에 한문으로 ‘王女 阿只氏 胎室’ (왕녀 아기씨 태실)이라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후면에는 ‘황명(皇明) 만력(萬曆) 십육년(十六年) 칠월(七月) 십일일(十一日) 을시립(乙時立)’이라 새겨져 있습니다. 조선 선조 21년(1588년)에 비를 세웠다는 거죠. 이는 선조의 왕녀로 1587년에 태어난 정숙옹주 태실로 판단된다고 합니다.
태실비는 크게 비석의 받침돌, 몸체, 머리 부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비석의 몸체와 머리 부분은 한 돌이지만요, 받침돌은 별도의 돌로 만들었습니다.
비석의 머리 부분은 둥근 반원형으로 연잎과 연 줄기가 장식되어 있고, 위에는 연꽃 봉오리가 있습니다. 받침대의 윗면은 복련(覆蓮)으로 덮고, 측면은 눈처럼 생긴 모양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조선 시대 왕녀 태실을 묻은 곳이니 비도 잘해놓았네요.
조선 시대 왕실의 독특한 태실 문화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계승되어 왔다고 합니다. 경기도의 태실은 경상북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고 하는데요, 동탄호수공원 서쪽의 태봉산 정상에 있는 정숙옹주 태실지는 화성 지역에 태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소중한 문화재입니다. 왕가의 태를 묻은 곳을 태봉이라 불린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정숙옹주 태실이 묻힌 산이 태봉산입니다. 동탄호수공원 가실 때 정숙옹주 태실지를 한번 들러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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