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은 그냥 광장이 아니다. 우리 근대사뿐만 아니라 조선 왕조 500년 역사를 품고 있는 곳이다. 한동안 광화문광장에 갈 때마다 공사 가림막이 처져 있어 불편했다. 무슨 공사를 이렇게 오래 하나 했었다. 1년 9개월 만에 그 베일을 벗었다. 광화문광장 재개장 후 가보니 숲과 물, 역사가 어우러진 휴식처로 탈바꿈했다.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하다. 남편과 함께 재개장 다음 날 가봤다. 집에서 광역버스 한 번만 타면 광화문광장까지 간다. 비도 오락가락하고 습도와 기온이 높아 무척 더운 날씨였다. 그런데도 가족 단위로 많은 사람이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재개장한 광화문광장의 첫인상은 굉장히 넓어졌다는 것이다. 면적은 물론 녹지공간도 많다. 차가 다니던 도로를 줄이고 광장을 넓혔기 때문이다. 서울시 보도자료를 보니 총면적이 4만300㎡이다. 기존 1만 8840㎡의 2.1배 수준이 됐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였던 광장에 푸른 나무가 가득하다. 젊은 연인이 광장 숲길을 나란히 걷는다. 이전까지 광화문에서 보지 못했던 풍경이다. 이번에 광장에 키 큰 나무 300그루를 포함한 나무 5000여 그루를 곳곳에 심었다고 한다. 녹지 면적(9367㎡)이 전체 면적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니 도심 속 푸른 숲이 생긴 것이다.
지금은 나무를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늘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 5~10년 정도 지나면 광화문광장이 도심 숲으로 변할 것이다. 그럼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소중립 정책에도 기여할 것 아니겠는가! 도심이 숲으로 변하는 것은 국민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새롭게 바뀐 광화문광장은 볼거리가 아주 많다. 여기서 다 소개하긴 어렵고, 내가 눈여겨본 몇 가지만 간략히 소개하겠다.
먼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시간의 물길>이다. 광화문광장에는 1392년 조선 건국부터 630년 역사의 물길이 흐른다. 역사물길은 정부서울청사 앞 육조마당에서 시작하여 광화문광장 전체를 흘러 한글 분수까지 이어진다. 물길을 따라 돌판에 새겨진 우리나라 주요 역사를 만나볼 수 있다.
여기서 육조마당을 잠깐 알아보자. 조선 시대 광화문은 육조(六曺)거리였다. 육조거리는 조선의 정치·행정의 중심지로 조선 시대 6개 중앙관청(이·호·예·조·형·공)을 말한다. 학창 시절 역사 시간에 앞 글자를 따서 외우던 기억이 있다. 경복궁의 남쪽 정문인 광화문 앞 좌·우에 의정부를 비롯한 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 관아가 있었다. 육조거리 옛 모습은 버스 정거장에 사진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조선 시대 <사헌부 문 터> 발굴지도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이 전시장은 광화문 일대 발굴에서 나온 매장문화재 가치와 의미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공유하기 위해 조성한 것이다. 전시장이 있는 장소는 사헌부가 있던 곳이다. 배수로, 우물, 사헌부 청사 담장과 출입문 터, 행랑 등이 확인되었다. 사헌부 문 터를 보니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시대로 돌아가는 듯하다.
대한 제국 이후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조선의 정기를 끊기 위해 경복궁 앞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세웠다. 해방 후 식민지 잔재 철거에 대한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1995년 8월 15일 광복 50주년 경축식에서 총독부 청사 중앙동 해체를 시작으로 철거했다. 그리고 1996년 11월 조선총독부 건물은 완전히 해체됐다. 조선총독부 건물이 있던 모습도 버스 정거장 사진에서 볼 수 있었다.
내가 갔던 날 한낮 기온이 33도를 웃돌았다. 그래서 그런지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물놀이 시설인 바닥분수다. 바닥분수는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이다. 성웅 이순신 장군 동상 앞 바닥분수는 이름이 <명량분수>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워터파크가 따로 없다. 이 모습을 이순신 장군이 위에서 흐뭇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명량분수는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충무공의 해전을 상징하는 바닥분수다. 동상 내측 분수의 133개 노즐은 명량해전 당시 133척의 왜선 격퇴를, 외측 분수는 한산도 대첩 당시 학익진(鶴翼陳, 학이 날개를 편 듯이 진을 쳐 적을 측면에서부터 무너뜨리는 전술) 전법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물놀이가 신날 뿐이다.
이것은 <샘물탁자>다. 물 표면에 비친 숲과 하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탁자 형태의 예쁘고 작은 수조다. 날씨가 무더워 이곳도 아이들이 물놀이 삼매경이다.
<바닥우물>은 바닥에서 물이 샘솟는 물놀이 공간이다. 사헌부 터 입구에서 발견된 우물을 모티브로 하여 오목하게 패인 물이 샘솟는 어린이 물놀이 공간이다.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고 부모들은 옆에서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터널분수>는 77개의 물줄기가 만들어내는 아치형 분수다. 광복 후부터 광장개장까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번영을 상징하는 분수다. 터널분수 아래에 광복 후 77년의 역사물길이 함께 흐르고 있다. 광화문광장의 물놀이 시설 운영 시간은 4~5월, 9~10월은 10:00~19:50, 6월~8월은 10:00~20:50까지다. 우천 시, 강풍 시는 운영을 중단한다.
광화문광장 재개장 후 많은 사람이 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야외지만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그리고 주말은 사람이 많이 모여 평일에 오면 좋다.
광화문에 대해 좀 더 자세한 해설을 듣고 싶다면 <시민 도슨트와 함께하는 광화문광장 탐방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된다. 9월 30일까지 10명 단위로 진행한다. 광화문에서 광장숲까지 광화문광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탐방프로그램은 역사와 자연 두 가지 코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둘 중에 선택하여 예약할 수 있다.
광화문광장은 민의가 모이는 공간이었다. 민주화 투쟁뿐만 아니라 월드컵 응원 등 많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었다. 광화문광장 재개장으로 청와대, 경복궁, 광화문까지의 역사가 다시 이어진 느낌이다. 특히 청와대 개방으로 정치·경제의 중심지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다시 개장한 광화문광장이 더 새롭게 느껴진다. 앞으로 이곳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쉼터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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