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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좋아

초록으로 뒤덮힌 사릉 숲길을 걸어요~

by 피앙새 2022.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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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2년 개국한 조선 왕조는 1910년까지 519년 동안 27대에 걸쳐 왕과 왕비를 배출하였습니다. 왕과 왕비의 무덤인 조선왕릉은 총 42기가 있습니다. 북한에 있는 제릉(태조 이성계 왕비 신의왕후의 묘)과 후릉(정종의 묘) 2기를 제외하고 모두 유네스코에 등재됐습니다. 6월 30일까지 조선왕릉 숲길 11곳을 개방하고 있는데요, 그중에 남양주시 사릉이 있습니다. 사릉 둘레길을 같이 걸어보실까요?

사릉 정문에 숲길을 개방했다는 안내문이 있습니다. 저는 남편과 함께 사릉 숲길을 걸으러 왔습니다. 사릉은 여러 번 왔거든요.

입장권을 끊은 뒤 사릉에 들어서면 이렇게 초록이 우거진 숲길이 먼저 나타납니다. 오전 9시에 문을 열자마자 들어갔는데요, 제가 첫 손님입니다. 코끝을 스치는 숲속 내음이 아주 상큼했습니다. 이런 길을 남편과 걷노라니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 느낌입니다. 남편 기분도 좋아 보입니다.

조금 걷다 보니 사릉이 나옵니다. 왕릉의 주요 배치는 홍살문, 향·어로, 정자각, 능침 순입니다. 사릉도 홍살문이 가장 먼저 나옵니다. 홍살문은 신성한 지역임을 알리는 문입니다. 궁전이나 서원, 향교에도 세워져 있죠. 붉은 칠을 한 둥근 기둥 2개를 세우고 위에는 살을 박아 놓았습니다. 악귀를 쫓는다는 의미죠.

정순왕후와 사릉 얘기는 입장할 때 받은 팸플릿과 안내판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사릉은 조선 제6대 단종(端宗 1441~1457, 재위 1452∼1455)의 왕비 정순왕후(定順王后, 1440~1521)의 능입니다. 정순왕후는 15세에 왕비가 되었다가 18세에 단종과 이별하고, 부인으로 강등되어 평생을 혼자 살아가야 했던 불운한 왕비입니다.

어느 왕릉이든 관리상의 문제로 올라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멀리서 지켜봤습니다. 봉분 앞에 상석 1좌, 상석 양측에 망주석(望柱石) 1쌍을 세웠습니다. 봉분 주위에 석양(石羊)·석호(石虎) 각 1쌍이 배치되어 있고, 그 바깥쪽으로 3면의 곡장(曲墻; 나지막한 담)이 보입니다.

사릉을 관람한 후 곧장 소나무 숲길로 갔습니다. 사실 사릉은 몇 번 왔던 곳이거든요. 이번에는 소나무 숲길을 걷기 위해 왔습니다. 입구에 소나무 숲길 안내판이 있습니다. 바람도 솔솔 불고 여름 냄새도 나네요. 평일이라 그런지 관람객이 아무도 없습니다. 숲길을 전세 낸 기분입니다.

사릉 숲길은 550m로 그리 길지 않습니다. 왕복해도 1.1km입니다. 소요 시간은 왕복 30분이면 충분합니다. 더 걷고 싶다면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면 되죠. 황톳길이라 걷는 느낌이 아주 좋았습니다. 사람이 오지 않을 때는 마스크를 벗고 숨을 크게 쉬었습니다. 밖에서 이렇게 크게 호흡해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오전에 숲길을 걸었습니다. 오전에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마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릉의 소나무 숲은 신림(神林)으로 여겨질 만큼 역사가 깊고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 있습니다. 소나무 숲길을 느릿느릿 걸어갑니다.

사릉 숲길을 걸으면서 남편과 정순왕후에 대해 서로 얘기도 합니다. 임금이든 아니든 남편 없이 살아야 했던 세월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봅니다.

소나무 숲길에는 소나무가 많았고요, 좌우 능선과 계곡이 있는 굴참나무 숲과 야생화가 피어 있습니다. 남편과 함께 걷는 동안 모든 일상사를 다 잊어버릴 수 있을 만큼 좋은 길이었습니다. 길이 너무 좋아서 한없이 걷고 싶었습니다.

숲길을 걷고 내려오면 사릉 관리소 건물과 역사문화관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았었는데요, 이번에 가보니 다시 열었네요. 안에는 조선왕릉 분포도, 사릉의 구성, 영상 등 다양한 자료가 있습니다.

조선왕릉 숲길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입니다. 이번에 개방된 조선왕릉은 방문객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월요일은 휴관이기 때문에 숲길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6월 30일까지 개방 후 다시 문을 닫았다가 가을에 다시 문을 연다고 합니다. 가을은 9월~10월 두 달간 개방합니다.

오랜만에 남편과 피톤치드를 마시며 데이트하듯이 사릉 숲길을 걸었습니다. 거리두기 해제로 유명 여행지는 인파로 북적이는데요, 저는 이런 한적한 곳이 좋습니다. 뭔가 일상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거든요. 여러분도 사릉 숲길을 걸으며 힐링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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