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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1박2일 강호동, 병주고 약주는 국민MC

by 피앙새 2011.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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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시청자투어 대비캠프 2편을 보면서 강호동이 '1박2일'을 하차하고 6개월 뒤 프로그램마저 폐지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더군요. 이미 종영이 예고된 지라 그 끝을 알고 보려니까 할머니, 할아버지의 '1박2일' 사랑이 더 안타깝더군요. 강호동이 7만여명의 신청자들 사연 하나 하나를 전부 읽어봤다면 그분들이 그토록 사랑하고 아끼는 '1박2일'을 쉽사리 하차할 수 있을까요? 이번 시청자투어 대비캠프는 강호동이 '1박2일' 하차를 선언한 후 촬영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평소와는 다르게 표정이 착찹하고 어딘가 모르게 굳어있는 듯 하더군요. 1세부터 100세까지 '1박2일'을 대표한 시청자 100명 중 80대 허숙할머니의 전화 통화 내용을 들으니, 마치 강호동의 마음을 후벼 파는 듯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시청자투어 대비캠프의 메인이벤트는 영유아팀부터 90대+100세팀까지 1박2일을 함께 보낼 조장을 뽑는 것이었어요. 이중 영유아팀은 전현무가 결정됐고, 강호동이 20대, 김종민이 80대 등 나이대에 따라 백지영, 성시경, 김병만 등 객원MC를 포함해 모두 10명의 조장이 가려졌습니다. 조장이 가려진 후 100명의 시청자투어 3기에 선발된 사람들에게 직접 전화 연결을 했는데요, 무려 7만여명 중에 뽑혔으니 선발됐다는 전화에 얼마나 기쁘겠어요? 전화 목소릴 들으니 로또 당첨이 됐을 때보다 더 기쁜 듯 했어요.


가장 먼저 김종민이 허숙 할머니와 전화 연결을 했는데요, 이 할머니의 '1박2일' 사랑은 나영석PD 저리가라 할 정도였어요. 이 할머니는 전주에서 서울로 이사온 지 4년 됐다는데 자나깨나 '1박2일'을 보며 사신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본방송은 물론 유선을 통해 재방송되는 '1박2일'을 보는 것을 삶의 낙으로 사시는 분입니다. 김종민이 전화로 시청자투어캠프에 뽑혔다는 말에 얼마나 좋아하시는 지 몰라요. 그리고 김종민에게 '아! 종민이?'라고 할 정도로 맴버들 이름까지 살갑게 불러주시더라구요.

그런데 허숙할머니는 맴버들 가운데 뭐니 뭐니 해도 '강호동이 최고로 좋다!'고 했는데요, 옆에서 김종민의 전화통화를 듣고 있던 강호동이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이렇게 80대 할머니까지 '1박2일'을 사랑하고 강호동을 좋아하고 있는데, 허숙할머니 전화통화를 들으며 강호동이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촬영날이 '1박2일' 하차 선언을 한 후 KBS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날이었는데, 강호동은 그날 '제작진과 하차 문제를 협의중'이라고 했지요. 그 협의 결과는 6개월 후 프로그램 폐지로 결론이 났습니다.


허숙할머니는 전화통화 당시, 아니 지금도 '1박2일'이 6개월 후 폐지된다는 걸 모를지 모릅니다. 그저 시청자투어 캠프에 뽑혔으니 80평생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다며 전보다 더 '1박2일'을 보고 계시겠지요. 허숙할머니에게 '1박2일'은 유일하게 사시는 낙이며, 삶의 전부인 듯 보였습니다. 6개월 후 갑자기 '1박2일'이 폐지된 걸 아신다면 얼마나 실망하시겠어요? 그 낙담하실 표정이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강호동을 좋아한다는 말이 예전과 달리 그냥 안됐다는 생각가지 듭니다.

어디 허숙할머니뿐인가요? 은지원조에 속한 70대 할아버지는 노골적으로 강호동을 좋아했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70대 조장이 은지원임에도 불구하고 은지원과의 전화통화는 시쿤둥한 반응을 보였는데, 강호동과의 전화통화는 생기가 넘쳐 강호동마니아임을 드러냈습니다. 어르신뿐 아니라 20대로 뽑힌 박세라씨는 조장 강호동의 합격 전화에 무려 10초간 비명을 지르고 감격을 표시했는데요, 한마디로 난리가 아니었어요. 이 아가씨 역시 강호동을 '오빠, 오빠~~~!!'라고 부르며 전화통호가 안될 정도로 강호동을 좋아했습니다. 박세라씨가 너무 좋아하자, 장난기가 발동한 강호동이 '합격했다는 거 뻥이에요!'라고 했는데, 박세라씨는 '똥이라구요?'라며 받아쳐 빵 터졌습니다. 나중에 박세라씨 인터뷰를 보니 회사에 다니는 조신한 아가씨던데 '1박2일'에 이렇게 광분하시네요. 강호동 인기가 정말 대단하네요.


이렇게 어르신들 뿐만 아니라 10대부터 100세까지 전세대가 좋아하는 '1박2일' 시청자투어 특집을 찍은 후 강호동이 KBS와 협의한 결론은 '1박2일' 하차와 프로그램 폐지입니다. 강호동이 제작진과 자신의 거취를 협의할 땐 시청자투어 녹화를 끝마치고 난 후일텐데, 100명의 참가자 아니 7만여명의 시청자 캠프 사연이 생각나지 않았던가요? 특히 80대 허숙할머니가 '강호동 최고'라고 한 말이 글쓴이 가슴에 깊이 박혔는데, 강호동 가슴엔 얼마나 고맙고 감동이겠어요? 남녀노소를 불문, '1박2일' 보는 걸 낙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에게 강호동이 병주고 약주는 꼴이 아니고 뭐겠어요?

어제 강호동 등 맴버들은 7만여건의 시청자 참가 신청에 모두 기립해 고마운 마음에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인사가 열화와 같은 시청자들의 성원을 뒤로 하고 6개월 뒤 하차와 '1박2일' 폐지를 위한 사전 인사처럼 느껴지더군요. 이미 6개월 뒤 종영이라고 했기 때문에 그 인사가 다르게 보일 수 밖에요. 사실 '1박2일'과 강호동의 인기는 7만여명, 아니 그 수백만 시청자들이 만들어준 건데, 이런 인기를 뒤로 하고 일방적으로 하차와 폐지라니, 나이드신 시청자들의 상실감이 무척 클 거 같습니다.


이번 시청자투어 신청자가 7만여명인데요, 한 가족당 4명씩만 해도 4*7만명=28만명, 여기서 참가자들의 친척, 친구, 이웃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수백만이 넘을 거에요. 대한민국 남녀노소 모두가 '1박2일' 마니아라는 게 이번 시청자투어 3탄에서 또 한번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프로가 폐지된다니요, 강호동이 시청자투어 특집을 하면서 하차와 프로 폐지 결정을 한 걸 보니 '배신'이란 말을 써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네요. 6개월 후 허숙할머니 등 어르신들이 왜 '1박2일'이 없어졌냐고 물으면 '강호동이 하차해서 없어졌어요!'라고 말할 수 밖에 없잖아요. 허숙할머니 등 강호동을 좋아해 준 남녀노소 시청자들이 강호동에게 뭘 느낄까요? 강호동은 시청자들의 성원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자신과 '1박2일'을 성원해준 시청자들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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