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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1박2일 6개월 후 폐지, 시청자에 대한 배신이다

by 피앙새 2011.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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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하차 파문으로 불거진 '1박2일' 문제가 결국 6개월 후 프로그램 종료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종결된다는 뉴스를 보고 조금 멍 때리는 기분이었습니다. KBS 예능국장이 강호동이 하차한다 해도 '1박2일은 절대 폐지하지 않겠다'더니 다 빈소리였네요. 시청자들은 폐지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전 맴버들의 동의하에 6개월 후 끝내겠다니요? 그동안 지지하고 성원해준 시청자들의 뜻에 반하는 결정인데도 마치 최선의 결정인 양 발표하는 KBS 태도가 못마땅합니다. 명색이 공영방송인데, 시청자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강호동에 질질 끌려가다가 결국 '1박2일 폐지'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MC몽 사건, 이승기 하차설 등 위기때마다 시청자들의 성원과 지지로 여기까지 왔는데 말이죠.

전 맴버가 오랫동안 논의 끝에 동의했다고 해도 '1박2일'이 폐지되는데 따른 책임에서 강호동은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을 겁니다. 강호동 말처럼 정상에 있을 때 내려오는 모양새로 6개월 후 폐지될 예정이라고 하지만 6개월 후 '1박2일'의 모습은 지금과는 다를 거니까요. 이미 많은 시청자들이 배신감을 느껴 '1박2일'에서 등을 돌린다면 강호동은 정상이 아니라 병들고 힘 빠진 최악의 상황에서 물러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나영석PD는 절대 강호동 때문에 종영을 하는게 아니라고 하지만,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 합니다. '가재는 게편'이라고 나PD 말이 강호동을 감싸는 듯 합니다.


1박2일 폐지에 따라 제작진이 발표한 공식 입장을 보니 '국민예능'이란 표현을 썼더군요. 국민예능 칭호를 누가 붙여주었나요? 시청자들이 붙여준 말입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폐지는 제작진과 맴버들이 모여 쑥떡쑥떡 논의끝에 결정해버렸습니다. 시청자들의 바람과 뜻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지요. 그러면서 통상 예능 프로의 끝이 시청률이 하락하고 맴버들이 초라하게 퇴장하는게 관례였는데 1박2일은 앞으로 6개월 동안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시청자들의 원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6개월 동안 더 할테니 변함없이 사랑해달라는 옹색한 입장 발표였습니다.

이왕 폐지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빠른 시일내에 폐지하지 왜 6개월간 더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작진은 이것이 4년여 동안 사랑해준 시청자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오히려 병주고 약주는 격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무슨 드라마도 아닌데, 미리 종영 시점을 정해놓고 예능을 하는지요? 폐지 3개월을 앞두면 강호동 등 맴버들의 향후 행보에 대한 예측기사가 난무할 거고, 이별여행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등 빤히 보이는 비디오를 보게될테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예전처럼 애정을 갖고 '1박2일'을 볼 수 있겠는지요. 그때까지 잘 보고 아쉬워하라는 식이니 뻔뻔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강호동이 하차한다고 해도 새로운 메인MC를 영입해 기존 맴버들과 색다른 분위기로 끌고갈 수 있는데, 전 맴버가 함께 그만두기로 했다는 것은 강호동 입장을 살려주기 위한 무모한 의리로 보입니다. 특히 엄태웅은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폐지라니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더군요. 전 맴버가 동의했다고 발표했지만 속마음은 그대로 계속 하고 싶었던 맴버들도 많았을 거에요. 물론 시청자들 역시 강호동 하차와 상관없이 '1박2일'이 계속되길 바랐는데, 강호동 하나 살리자고 프로그램이 문 닫는 꼴이 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나PD가 '강호동 하차와 프로그램 폐지는 전혀 관계 없다'고 했지만 6개월 후 나PD도 강호동과 함께 종편으로 가게될 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갖게 만드네요.

전 맴버 하차라는 극단적인 결정에 대해 제작진과 맴버들은 '죽어도 같이 죽자'는 의리라고 할 지 모르지만 대중들의 생각은 전혀 다릅니다. 강호동 혼자 하차하면 거액을 받고 종편으로 간다해도 지금과 같은 인기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남은 맴버들이 강호동을 위해 희생타를 쳐준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KBS 입장에서도 강호동이 곧 바로 물러나지 않고 6개월후 하차시키기로 했으니 본전은 건진 셈이지요. KBS나 강호동 모두 윈윈하는 모양새를 만든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6개월 후 강호동이 소문대로 종편으로 간다면 강호동의 예능 인생은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강호동 말대로 정상에서 내려온 것이라 해도 이미 시청자들은 '배신'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으니까요. 왜 배신이란 말을 썼을까요? 강호동의 현재 인기는 '1박2일'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고, 1박2일 인기는 시청자들이 만들어준 거잖아요. 그런데 1박2일을 버리고 6개월 후 종편행을 선택한다면 이게 배신이 아니고 뭔가요?


강호동 입장에서 본다면 혼자 하차하는 것보다 전 맴버가 동반 사퇴하는 모양새가 최선일 겁니다. 이수근 등 남은 5명이 강호동 뜻에 따르는 건 당연합니다. 연예계 대표적인 강라인 맴버들이기 때문에 수장이 하차하는데 안따를 수가 없겠지요. 얼마 전 강호동 별장에서 전 맴버가 모였다는데, 이때 이미 강호동의 뜻에 따라 전 맴버가 하차하자고 결의(?)를 한 후 KBS와 협상을 한 건 아닌지요? 강호동은 종편의 유혹을 거부하기 힘들었지만 이미지 또한 무척 신경쓰였을 거에요. 그래서 명분을 살리면서 종편행을 가는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전 맴버 동반하차와 프로 폐지라는 극단적 처방을 내렸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강호동 입장에선 KBS의 입장 발표문을 그대로 믿어달라고 하겠지만, 종편행 루머때문에 쉽지 않을 거에요. '1박2일' 폐지로 가장 큰 피해자는 들어온지 얼마 안되는 엄태웅이 아닐까 싶은데요, 나PD가 삼고초려 끝에 예능 첫 도전을 했는데, 자리를 잡기도 전에 폐지라니 당연히 서운하겠지요.

산고 끝에 내린 결정이 '1박2일 폐지'라는 것에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배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4년여 동안 '1박2일'에 채널을 고정하고 재미있게 보면서 성원해준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6개월 후, 강호동 등 맴버들은 종편과 일본 진출 등 각자의 길을 가면 되고, 제작진은 KBS 직원이기 때문에 다른 프로를 맡아 하면 됩니다. 그러나 일요일 저녁마다 '1박2일'을 보며 한 주간의 피로를 풀던 시청자들의 상실감은 생각보다 클 겁니다. 맴버들과 제작진은 이런 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 입장만 내세워 극단적인 이기주의 발상으로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하고 말았습니다. 안타깝지만 이미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나PD와 강호동 등 제작진과 맴버들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더 이상 '1박2일'을 보긴 힘들 것 같네요. 어쨌든 남은 6개월 동안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약속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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