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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1박2일 강호동이 배신의 길을 택한 이유는?

by 피앙새 2011.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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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박2일'은 제작진이 5년 동안의 노하우를 총동원(?)해서 준비한 야심작 폭포특집이었어요. 대한민국 20여곳의 폭포를 답사해 제작진이 1등 폭포로 선정한 곳은 제주시 서귀포에 위치한 '엉또폭포'였어요. (물론 1박2일 제작진의 판단일 뿐이죠) 새벽 04:00에 맴버들을 모이게 해놓고 '대한민국 1등 폭포를 찾아라!' 미션을 부여했는데, 선착순으로 찾아가는 맴버 3명에게 '소원권'을 주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엉또폭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강호동과 김종민이 배신을 했는데, 강호동은 배신을 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배신을 때렸지요. 왜 강호동은 비난을 무릅쓰고 이수근을 버리고 배신을 했을까요?

제주도 엉또폭포를 찾아가는 경비는 '고백점프' 게임으로 1등 20만원부터 꼴찌 1만원까지 차등 지급했는데요, 1등은 어부지리로 김종민(20만원), 2등 이수근(10만원), 3등 강호동(10만원), 4등 은지원(5만원) 5등 이승기(5만원) 그리고 꼴찌는 엄태웅으로 겨우 1만원을 받았어요. 제주도까지 가야하니 경비를 아끼기 위해 맴버들끼리 이합집산하며 모였는데, 자연스럽게 바보당(호동, 수근, 종민)과 무섭당(승기, 지원, 태웅)으로 나뉘어졌어요. 바보당은 경비 총액이 38만원, 무섭당은 13만원(김종민에게 차용한 2만원까지)이기 때문에 무섭당은 은지원 계략으로 이승기에게 올인하기로 했습니다. 즉, 이승기가 1등을 차지하면 소원 바꿔치기(2, 3등을 은지원, 엄태웅으로 하는 것)로 뒤집기 반전을 노린 것입니다.


그런데 지니어스원의 계략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어요. 김포공항에서 바보당보다 먼저 제주행 저가 비행기를 탄 이승기가 제주도 도착 즉시 렌터카를 빌렸습니다. 렌터카를 빌리면서도 바보당이 도착하면 절대 못봤다고 일러두는 것까지 정말 뭐하나 소홀히 함이 없습니다. 렌터카로 엉또폭포까지 46km를 달리는데, 뒤따라온 바보당은 택시로 이동하기 때문에 아슬아슬한 경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승기가 간발의 차로 먼저 도착해 엉또폭포에 세워져 있는 1박2일 깃발을 가장 먼저 뽑아 들어 1등을 했습니다. 은지원의 두뇌, 성실한 이승기, 잔돈까지 다 보태준 엄마포스 엄태웅이 만들어 낸 최고의 승리였습니다.

이승기의 무섭당이 승리한 비결은 여기서는 논외로 하고요. 문제는 바보당 강호동의 배신입니다.  이승기보다 30여분 늦게 제주에 도착한 바보당 일행은 공항 안내데스크 아가씨에게 이승기가 렌트카를 빌려 40여분 전 먼저 출발했다고 고자질을 해준 거에요. 자, 그렇다면 이승기가 1등할 확률이 높아지고, 소원권은 세 장 뿐이니 바보당 세 명 중 한 명은 탈락할 게 뻔하잖아요. 그 순간 배신하지 말자며 철썩같이 맹세했던 바보당이 목표를 코 앞에 두고 탈락할 순 없다는 듯이 분열되기 시작했어요.


가장 먼저 배신을 때린 건 김종민입니다.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이승기가 먼저 출발했다는 말을 듣고 김종민이 갑자기 뛰기 시작한 거에요. 남은 '소원권' 두 장중 한 장을 반드시 차지하겠다는 거지요. 김종민이 뛰는 걸 본 강호동은 순간 갈등을 느끼는 듯 했습니다. 그러다 이수근을 혼자 버려둔 채 김종민이 타는 택시에 올라타 엉또폭포로 갑니다. 이수근을 낙오시켰으니 남은 '소원권' 두 장을 차지하는 건 강호동과 김종민이 되는 거죠. 이 상황은 언뜻보면 김종민과 강호동이 욕을 먹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나중에 이수근이 얘기한 대로 배신을 때리면 시청자들에게 욕을 얻어 먹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강호동은 김종민을 따라 배신을 했습니다. 김종민이 뛰는 것을 보고 강호동은 순간 움찔 했을 거에요. 김종민을 따라서 배신을 한다면 '배신자 강호동'이라며 악플이 나올게 불을 보듯 뻔한데, 강호동은 이수근을 버리고 악플의 가시밭길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강호동이 3위 안에 들지 않고 좋은 이미지를 갖는게 나을 법도 한데, 그가 배신을 때린 건 예능을 살리기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박2일'은 예능이지 다큐가 아닙니다. 따라서 인간적인 강호동보다 배신자 강호동으로서 재미와 웃음을 주는게 더 중요한 겁니다. 강호동은 이런 걸 너무나 잘 알기에 욕을 먹을 것을 알면서도 배신의 길을 택한 겁니다.


강호동의 의도적인 악역 자처는 지난 7월 15일, '유영석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 프로에 이승기가 보낸 사연에서도 잘 나타나있어요. 이승기 편지 내용을 보면 강호동 마음을 너무 잘 표현해주었지요.


호동, 수근, 종민이 한 팀으로 출발했는데 도중에 호동이형과 종민이형이 수근이 형을 배신했나봐요. 그런데 호동이형은 본인이 하고도 찝찝하고 미안했는지 하루종일 예능에서 정직한 이미지와 착한 행동만 하는 것은 예능인으로서 직무유기라고 끊임없이 얘기하더라구요. 근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 한 켠이 짠해졌습니다. 예능을 위한 형들의 악역 자처 및 우기기 등이 어쩌면 프로그램을 위한, 혹은 후배들을 위한 마음이 아닐까... 또 그것은 가장 큰 수혜자가 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 7월 15일 KBS 라디오 프로에 이승기가 보낸 사연 중에서...


강호동 역시 KBS 라디오에 동생들을 위한 사연을 보냈는데요. 동생들을 생각하는 맏형의 마음이 짠하게 묻어납니다. 그는 사연에서 '오늘 폭포특집만 봐도 반칙 배신하는 형은 설정이 아니라 실제 내 자신같아 마음이 무겁구나. 더 멋진 형을 만났더라면 동생들이 훌륭한 방송인들이 되지 않았을까 미안한 마음이 들어'라고 하면서 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수근이 강호동을 향해 '시청자들이 댓글로 응징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게 더 불쾌하더라구요. 강호동이 배신을 때리면서까지 예능을 살리려는 것이었는데, 이수근이 시청자 응징 운운하면서 강호동 의도를 너무 몰라주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이수근도 재미와 웃음을 주기 위해 '시청자 응징'을 얘기한 것이라고 보는데요, 다른 말로 배신에 대한 복수를 재미있게 할 수도 있잖아요. 너무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 때문에 일부러 배신으로 자폭한 강호동을 궁지에 몰아넣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강호동이 배신때린 걸 두고 일부 시청자들이 비난하는 걸 보니 앞서 언급한 이승기의 라디오 사연을 모르는 듯 합니다. 이를 모른다 해도 강호동이 엉또폭포 찾기 미션이 끝난 후 말했잖아요. 자신도 시청자들에게 예쁨 받고 싶다구요.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배신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강호동은 예능의 재미를 위해서 자신의 이미지까지 희생하면서 기꺼이 배신의 길을 택했으니 오히려 잘했다고 박수받고 칭찬받을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방송을 위해 악역을 자처한 강호동은 역시 '맏형'다웠습니다. 이승기는 이런 강호동의 악역때문에 자신이 가장 큰 수혜자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이 맞는 듯 합니다. 강호동은 자신을 죽이면서까지 '1박2일'과 이승기를 살리기 위해 그의 말대로 직무유기를 하지 않은 겁니다. 강호동이 직무유기를 하지 않는 한 '1박2일'은 국민예능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계속 받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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