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버라이어티

무한도전 가요제, '나가수'를 압도한 이유

by 피앙새 2011. 7. 3.
반응형
어제 무한도전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는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대박이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이며 볼만큼 즐거웠고, 깨알같은 재미에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으니까요. 일곱팀이 호흡을 맞추며 50일간 흘렸던 땀과 열정들이 무대에 고스란히 나타났고, '어느 팀이 대상이냐?'는 사실 의미가 없었어요. 김태호PD도 이런 시청자의 마음을 읽었나요? '축제를 즐겼던 모두가 대상'이라는 자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는데요, 참가한 일곱팀 모두 대상을 받는 멋지고 아름다운 무대였어요.

무한도전 가요제를 보면서 '나가수' 생각이 났어요. 참가팀도 7팀으로 똑같고 출연팀 모두 준비도 많이 했고, 자존심을 건 열정을 가지고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에요. '나가수'나 무한도전 모두 예능인데요, 무도 가요제를 보는 내내 '나가수'와는 다르게 긴장감도 없었고 참가자나 시청자들 모두 축제의 한마당을 즐겼던 시간이었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서해안가요제가 '나가수'보다 오히려 더 낫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그래서 무한도전 가요제가 '나가수'를 압도한 5가지 이유를 한 번 생각해봤어요.


첫째는 순위에 대한 압박감이 없었어요. '나가수'가 온갖 루머와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순위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고 봅니다. 내노라 하는 가수들이 출연해 아무리 순위는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7위(꼴찌)를 하면 자존심 상하기 마련이지요. 무도 가요제를 보면서도 혹시 대상과 꼴찌가 가려지면 꼴찌팀 썰렁하겠다 싶었는데, 제작진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었나봐요. 심사위원도 누군지 모르지만 마지막 심사 결과 발표때 대상만 발표한다고 하길래 '그럼 그렇지' 했어요.

처음 유재석 이적의 '압구정날라리'팀이 대상이라고 했을 때만 해도 나머진 모두 2등이구나 했는데, 계속 대상을 발표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다면 2팀이 공동대상인가 했는데, 아니더라구요. 그 뒤로도 계속 대상팀이 나오는 걸 보고 빵 터졌어요. 무도가요제는 순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어요. 사실 개성이 강한 저마다의 음악과 가수들을 두고 1등....부터 7등까지 순위를 매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둘째는 스포가 없었어요. 이번 서해안가요제는 녹화 장소인 행담도가 하루 전에 알려져 김태호PD가 '행담도 오면 개고생'이라며 제발 오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했는데도 5천명이 넘는 인원이 현장에서 가요제를 직접 보고 즐겼습니다. 사실 무도 가요제는 관객이 별로 없어야 제맛(?)인데, 열광적인 팬들 앞에서 공연을 하니 1,2회와는 또 다른 맛이 나더라구요.
경연이 끝난 후 관객들이 모두 돌아간 뒤 참가팀만 모여 따로 순위 발표를 한 것은 '나가수'와 똑같았습니다. 관객이 많이 왔기 때문에 일곱팀중 누가 대상이냐, 아니냐를 두고 방송 전 '무도 가요제 1등은 ○○팀'이라는 스포가 나돌만도 했는데 전혀 없었어요.

셋째는 감동적인 자기 노래를 불렀다는 거에요. 이번에 참가한 일곱팀은 '맴버+가수(작곡가)' 조합으로 자기들이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들을 들고 나왔습니다. '나가수'처럼 청중평가단 추천곡이나 제작진이 준비한 노래가 아니라는 거에요. 아무리 뛰어난 가수라도 남의 노래를 부를 때는 부담이 되지요. 그래서 자기만의 개성,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무도 가요제' 출전팀은 50일 동안 곡을 만들고 그 곡으로 연습을 해서 일곱팀 모두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받을 만큼 매력이 넘쳤습니다.


바다는 길과 '바닷길'이란 팀으로 나와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열창했는데요, 이 노래는 길의 어머니 편지를 보고 어머니에 대한 경험담을 서로 이야기하다가 만든 노래였어요. 바다가 이 노래를 부를 때는 마치 '나가수'를 보는 듯 했는데, 가요계 요정이 디바로 귀환하는 모습이었어요. 어디 이뿐인가요? 유재석은 가요제가 다 끝난 후 이적과 특별무대를 꾸며 '말하는 대로'를 불렀는데, 10년간의 무명시절을 떠올렸는지 유재석 눈가가 촉촉히 젖어있는데, 가슴이 먹먹하게 만들며 짠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넷째는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취지입니다. 매년 그래왔지만 이번 서해안가요제 역시 앨범판매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도울 예정인데, 앨범은 현재 성황리에 예약판매되고 있습니다. 무한도전은 연말이면 달력을 판매 수익금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참가 준 정재형, 이적, 싸이, 10센치, 바다 등도 무한도전의 아름다운 뜻에 흔쾌히 동의해 뜻깊은 앨범을 만들게 됐습니다.

'나가수' 출연가수 중 임재범은 콘서트 티켓 암표가 100만원이 넘고, CF가 폭주하는 등 주가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어디 임재범 뿐인가요? 박정현, 윤도현 등 참가가수들의 CF, 음원판매 수익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나가수' 출연가수들은 팬들의 인기로 얻은 돈이 개인적인 수익이지만, 무도가요제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어요. 무한도전 팬들이 매년 달력이나 가요제 앨범을 사주는 이유도 바로 불우이웃돕기에 동참하기 위한 겁니다.


마지막으로 예능의 본질을 살렸다는 겁니다. '나가수'도 예능인데, 방송이 끝나기만 하면 온갖 구설수로 얼굴을 다 찡그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예능 프로는 즐기자고 보는 건데, '나가수'는 다큐를 보는 듯 정말 심각하게 보게 됩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성적이 하위권이면 이를 인정하지 못한다며 제작진의 음모론까지 들고나오니까요. 또 출연하는 가수들은 순위에 집착한 나머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고래 고래 성량 자랑을 합니다. 가수가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즐기는 모습을 보일 수가 없지요.

이번 서해안가요제에 참가한 가수들은 관객(시청자)과 함께 즐기는 화끈한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어느 팀 하나 소홀히 넘길 수 없을만큼 최선을 다한 무대였어요. 마지막 철싸팀(싸이+노홍철)의 노래가 끝난 후 참가팀 모두가 전원 기립박수를 칠 정도로 음악을 통해 감동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예능은 예능으로 볼 수 있게 해야지, 치열한 순위싸움으로 심각하게 본다면 그 프로는 예능이라고 볼 수 없지요.

개인적으로 서해안가요제는 경쟁이 아닌 진정한 축제의 한 마당이 뭔지를 확실히 보여준 특집이었다고 봅니다. 예년과 달리 제작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수천명이 행담도까지 와준 것은 팬들의 애정이라고 보지만, 그 팬들로 인해 무도가요제가 더 빛났던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네요. 무도 가요제는 관객이 없는 썰렁한 무대가 제맛이었잖아요.
매년 무도가요제는 숱한 화제를 낳았는데, 올해는 공교롭게 7개팀이 나와 '나가수'를 생각하게 만든 가요제였습니다. 서해안가요제가 '나가수' 디스한 것이 아니냐고도 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요, 그만큼 '나가수'를 능가한 멋지고 아름다운 무대였다는 거 아닐까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