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버라이어티

'놀러와' 조관우, 노래보다 더 깜짝 놀란 예능끼

by 피앙새 2011. 6. 14.
반응형
세상이 바뀌었나요? 얼굴없는 가수들의 전성시대가 활짝 열리는 듯 합니다. 어제 '놀러와'에는 얼굴없는 가수특집으로 김범수, 조관우, 박완규가 출연했는데요, 이들의 노래 실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천상의 목소리였지만 그동안 방송에서 얼굴을 보기 힘들었습니다. 비쥬얼을 강조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신비주의 뮤지션으로 살아야했던 아픔을 겪었던 겁니다. 이제 시대가 변해 김범수가 '나가수'에서 비쥬얼 쇼크를 일으키고, 박완규는 '위탄'에서 독설로 이름을 날렸고, 조관우도 '나가수'에 합류할 예정입니다.

김범수와 박완규는 요즘 방송에서 얼굴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신이 내린 목소리의 주인공 조관우는 정말 오랜만에 TV에 나왔기 때문에 정말 반가웠어요. 조관우는 1994년 불후의 명곡 '늪'으로 데뷔한 이후 17년간 MBC 방송 출연횟수가 고작 15회뿐이라고 합니다. 1세대 얼굴없는 가수로 불리는 조관우는 '나가수' 출연을 앞두고 '놀러와'에서 '얼굴없는 가수도 가수다!'라고 외치며 유쾌한 도전과 반란을 시작한 듯 보였어요. 들으면 들을 수록 빠지는 노래보다 그의 빵빵 터지는 예능감에 더 놀랐습니다.


얼굴없는 가수라 그런지 조관우 뿐만 아니라 김범수, 박완규 모두 트레이드 마크인 선그라스를 끼고 나왔는데요, 비쥬얼이 안되다 보니 선그라스로 얼굴을 가린 겁니다. 유재석이 '선그라스를 벗어야 누구인지 알아볼 게 아니냐?'고 하자, 조관우는 선그라스를 벗으면 오히려 못알아본다고 하네요. 조관우가 밴차에서 내리면 학생들이 달려와 '아저씨, 여기 (연예인) 누구 탔어요?'라고 물을 정도로 조관우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유재석의 부탁에 선그라스를 벗고 부끄럽고 수줍어하는 조관우의 모습은 왜 얼굴없는 가수로 지냈는지 모를 정도로 뽀송뽀송한 꽃중년의 모습이었어요.

오디션 가수의 굴레와도 같았던 선그라스를 벗자, 조관우의 예능감이 빵빵 터지기 시작했어요. 김범수가 '나가수'에서 조관우의 데뷔곡 '늪'을 강렬한 록으로 재해석 해 화제를 모았다는 말에 조관우는 '거기(나가수)... 너(김범수) 때문에 못 나가는 거야!'라며 익살스런 엄살을 부리네요. 사실 '늪'이란 노래는 조관우의 특화된 가성으로 큰 화제를 일으키며 데뷔곡이지만 무려 130만장이 팔린 명곡입니다. '놀러와'에서 조관우가 생음악으로 '늪'을 부르는데, '나가수'의 임재범 못지 않게 소름이 끼치더군요. 애절한 미성은 데뷔 때보다 더 원숙해진 듯 하고 17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음색은 그대로였습니다.


어제 '놀러와'에서 조관우가 불렀던 파리넬리의 '울게하소서'는 신도 부러워 할 다섯옥타브를 넘나드는 경지였습니다. 이 노래는 조관우가 콘서트 때 팬들의 부탁으로 불렀던 것인데, 인터넷에 올려진 동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한국의 파리넬라'라는 호칭이 붙게된 겁니다. 조관우가 흉내를 낸 것 뿐이라고 하지만 파리넬라보다 더 잘 부르는 것 같았습니다. 어쩜 그리도 가녀린 미성으로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들게 만드는지요? 만약 '나가수'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면 아마도 기립박수가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데뷔 앨범이 130만장이나 팔릴 정도로 뮤지션으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화상을 입었다는 등 조관우를 따라다니던 루머와 오해도 참 많았습니다. 얼굴 때문에 방송출연을 기피했기 때문에 생긴 거죠. 데뷔앨범 자켓사진도 얼굴을 공개하지 못할 정도로 상처받으며 시작한 가수활동은 조관우에겐 아픔이었는지 모릅니다. 그가 방송을 하지 못한 이유는 1,2,3집때 음반이 잘 팔렸었는데, 매니저 부탁으로 딱 한번 방송에 출연한 이후 앨범 판매량이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가수들은 방송에 나가면 앨범판매가 늘어나는데, 조관우는 목소리와 얼굴이 전혀 매치가 안되기 때문에 오히려 앨범판매가 줄어든 겁니다.


이런 아픔들을 얘기하면서도 조관우는 '놀러와' 게스트로서 예능감을 많이 보여주었어요. 큰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선그라스를 떨어뜨린 적이 있는데, 선그라스를 잽싸게 줏어쓰는 동시에 시치미를 뚝 떼고 다시 태연하게 '가려진 커텐 틈~'하면서 노래를 불렀다는 일화에 푸핫~하고 터졌습니다. 그런데 이건 오프닝 몸풀기에 불과했습니다. 골방토크에서 그의 예능 본색이 봇물처럼 터졌습니다.

골방토크는 특별 초대손님으로 '위탄'의 백청강, 이태권이 함께 했습니다. 여기서 조관우는 백청강, 이태권에게 선배가수로 나쁜 습관 버리는 노하우를 알려주었는데, 국악인 아버지(조통달)도 버리지 못한 습관을 얘기하는데 웃다가 뒤집어질 뻔 했습니다. 판소리버전으로 트로트 '동반자'와 만화주제곡 '마징가제트'를 부르는데, 성대모사를 잘하는 개그맨이 따로 없습니다. 얼굴은 전혀 그렇게 생기지 않았는데, 예기치 않게 한 번씩 터뜨리는 예능감이 보통이 아니던데, 그 끼를 어떻게 참았는지 모르겠어요.


어디 성대모사 뿐인가요? 토크도 수준급이네요. '내 맘대로 랭킹'에서 조관우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것으로 춤과 건망증을 얘기했는데요. 이 중 건망증이 어느 정도냐 하면
냉장고 문을 열고도 먹고나서 연 것인지, 아니면 먹으려고 연 것인지 모를 정도라네요. 아버지와 쌍벽을 이루는 건망증 얘기는 지금도 웃음이 가시지 않네요. 선거를 하러가기 위해 먼저 나온 조관우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디 갈것인가를 잊어버리고 있는데, 뒤늦게 나온 아버지가 '벌써 선거하고 왔냐?'는 말에 또 빵 터졌습니다.

좀 고차원적인 유머인데요, 조관우가 건망증에 아래층 버튼 누르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는데 아버지도 가지않고 있다가 아들에게 벌써 갔다왔냐고 할 정도로 건망증이 심하다는 얘기죠. 아버지는 더 이상 건망증을 방치해선 안되겠다며 조관우를 앉혀놓고 훈계를 하는데요, 탁자를 탁탁탁~ 세 번 두드리다가 '야! 누구 왔나 나가봐라!'라고 했다고 할 때는 유재석 등 출연자들이 이해를 못하다가 형광등처럼 나중에 알고 폭소가 터졌습니다. 아버지 스스로 탁자를 쳐놓고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오해한 겁니다. 조관우의 뻥이 심한 건지 아니면 예능감이 뛰어난 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전율을 느끼게 하는 조관우의  미성도 좋았지만 이보다 더 놀랐던 것은 빵빵 터지는 그의 예능본색이었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