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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무릎팍도사', 윤복희의 참 아름다운 고백

by 피앙새 2011.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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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무릎팍도사'에 오래된(?) 가수 윤복희가 출연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7080세대들에게 윤복희는 당대 최고 가수였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CF를 통해 미니스커트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패션의 아이콘으로 이슈를 몰고다녔던 포스는 온데간데 없고 이젠 동네 옆집 할머니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그녀가 '무릎팍'에서 고백했던 많은 이야기 중 가수 남진씨와의 이혼 얘기도 꺼냈는데, '남진의 사랑을 이용했다'는 얘기가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환갑이 넘은 나이(65세)에 남진에게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를 비는 건 참 아름다운 고백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왜 그랬을까요?

윤복희는 두 번의 결혼을 했는데, 두 번 다 이혼했습니다. 첫 번째는 동료가수와 결혼(유주용)했는데, 남편이 돈을 벌지 않고 윤복희 매니저 생활을 하며 실망을 시켜 이혼했습니다. 그녀의 꿈은 결혼 후 집에서 살림만 하는 현모양처였는데, 죽을 때까지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언론에 남진과의 스캔들 기사가 났을 때 홧김에 남편과 이혼을 한 것입니다.


두번째 결혼은 남진이었는데, 당시 이 결혼은 연예계 메가톤급 화제였습니다. 그런데 이 결혼이 전 남편에게 보여주기 위해(전 남편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복수심도 작용한 듯) 일부러 남진을 이용했다는 사실은 처음 고백하는 거였습니다.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라 남진의 순진성을 이용해 결혼한 것이라는 겁니다. 사랑이 없는 결혼이니 오래 갈리가 없죠. 남진과의 결혼생활도 얼마 가지 않아 깨졌습니다. 이혼할 때 남진의 폭행설 등 좋지 않은 소문들이 꼬리를 물었는데, 윤복희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남진은 윤복희 폭행설로 몇 년간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가수활동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윤복희는 왜 이제와서 남진과의 결혼 비화를 꺼낸 걸까요? 그녀는 남진과 이혼 후 지금까지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환갑이 넘었으니 이제 남진에게 갖고 있던 응어리를 풀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네요. 그동안 남진이 윤복희를 이용하다가 폭행 등으로 이혼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사실이 아니란 것을 밝혀 남진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고 싶었던 것이겠죠. 윤복희로서는 나이가 들었어도 무덤까지 갖고갈 수 있었던 비화였는데, 용기있게 밝혀 참 아름다운 고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복희는 '무릎팍'에서 남진을 감싸주고 체면을 세워주려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본인 때문에 상처를 받고 살아온 남진씨에게 뒤늦은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말이었지만 진심이 보였습니다. 두 번 결혼에 모두 이혼한 것이 뭐가 그리 자랑스럽겠어요? 윤복희는 '무릎팍'에서 남진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그분'이라고 깍뜻하게 표현했는데, 그분이 남진이라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지요.

남진 입장에서 볼 때 다 지난 얘기인데 왜 또 꺼내냐고 할 수 있지만, 이제라도 윤복희가 진실을 밝혀주니 큰 짐을 하나 던 기분이겠어요. 물론 진실은 둘만이 알겠죠. 윤복희씨 고백을 듣고나니, 남진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폭행설이 돌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보다는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을 위해서 묵묵히 있었으니 남자다운 남자, 진정한 대인배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어제 '무릎팍'을 본 시청자들은 윤복희가 남진을 이용했다는 것에 대해 '나쁜 여자'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많지만 글쓴이는 참 인간적이고 가식없는 얘기에 감동도 먹었어요. 부모님이 10살에 모두 돌아가신 후 오빠 뒷바라지에 고생도 많이 했는데, 첫 남편과 이혼 후 상실감도 컸겠지요. 그 상실감 때문에 남진과 사랑도 없이 결혼한 것이 평생 응어리로 남았는데, 이제야 그 응어리를 푼 겁니다.

파란만장한 윤복희의 삶이 단 1회로 끝나버린 건 좀 아쉬웠어요. 다른 게스트들은 보통 2회로 나누어 하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얘기들을 하려니 발편집으로 뚝뚝 끊기는 감도 있었어요. 음악신동으로 4살 때 첫 무대 경험을 했지만, 7살 때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그녀는 어릴때 불우한 삶을 살았습니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후 얼마나 힘들었으면 어린 나이에 자살까지 생각했을까요?
그녀 얘기대로 '복희'란 이름은 복이 많은 여자인데, 남편복은 없었네요. 이런 어려움을 딛고 최고의 가수가 되기까지 굴곡 많았던 윤복희의 인생 역정을 한 번에 다 보여주긴 무리였지요. 그래도 이제 모든 짐을 내려놓겠다는 마음으로 남진에게 용서를 구한 것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고, 참 아름다운 고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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