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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위대한 탄생'을 살린 멘토 김태원의 눈물

by 피앙새 2011.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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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이블 TV의 '슈퍼스타K'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MBC사장이 '왜 우린 슈퍼스타K같은 프로가 없냐?'는 한 마디에 부랴부랴 만든 게 '위대한 탄생'입니다. '위탄'은 초기에 케이블 오디션만도 못한 실패한 프로라며 비판이 많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살아나고 있습니다. 어제는 김태원 요청에 따라 박칼린이 김태원 제자 4명의 멘토링 과정에 참여했는데요, 멘티 4명 중 손진영과 양정모가 탈락하고 백청강과 이태권이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습니다. 김태원은 탈락자 2명에게 마지막 무대에 설 기회를 주었는데, 이 무대에서 손진영과 양정모는 물론 김태원까지 '남자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위암 수술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김태원의 눈물은 '위대한 탄생'을 살리는 뜨거운 감동 그 자체였어요.

멘토(mentor)란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조언자를 말하죠. '위탄'에서 보여준 김태원의 모습은 진정한 멘토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음악적 경험과 지식을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멘티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서다 보니 탈락과 이별이 쉽지 않아요. 김태원은 전주에서 펼쳐진 부활콘서트에 제자 4명을 데리고 갔는데, 콘서트 전에 최종 평가무대를 가졌습니다. 그동안 정이 든 4명의 제자 중 어쩔 수 없이 탈락자를 가려야 하는 상황에서 김태원은 속으로 수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거에요. 그는 자신이 직접 탈락자를 가려내는 잔인한 방법보다 박칼린과 보컬 박완규를 특별 멘토로 초대해 잔인한 이별을 피하고 싶었을지 몰라요. 그러나 탈락자들의 무대가 여기서 끝이 아니기 때문에 김태원은 다음 기회에 더 좋은 모습으로 무대에 서도록 마지막까지 날카로운 평가를 해주었어요.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운명의 시간, 김태원의 제자 중 탈락자를 가려야 하는 시간이 왔어요. 김태원은 '이 무대(위대한 탄생)가 두 사람의 마지막'이라며 손진영과 양정모가 탈락했음을 알렸습니다. 보통 탈락자는 다시 무대에 서는 일이 없는데, 김태원은 손진영, 양정모와 함께 무대에 올라 부활의 '마지막 콘서트'를 불렀어요. 탈락자 손진영과 양정모는 '위탄'에서 부르는 마지막 노래라 그런지 슬픔을 참지 못하고 굵은 눈물 방울을 뚝뚝 흘렸어요. 제자들의 눈물에 뒤에서 기타를 치던 김태원도 눈물로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검은 안경사이로 보이는 그의 눈물은 왜 그리도 가슴을 후벼 파는지요?

탈락자 2명에게는 마지막 무대일지라도, 결코 마지막이 아니었습니다. 그 무대는 더 성숙한 모습으로 나타나길 기대하는 스승의 눈물겨운 배려였습니다. 솔직히 4명의 노래 실력은 큰 차이가 없었다고 봅니다. 김태원은 탈락한 제자들이 다시 꿈을 꾸게해주었습니다. '남격'에서 음악만 하느라 책 한권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하는데,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심금을 울리는지 모르겠어요. 손진영에게 '인생에서 처절함을 먼저 배웠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앞으로 인생의 1,2절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 말은 미리 준비된 말인지, 아니면 즉석에서 한 말인지 몰라도 인간미가 넘치는 명언이었어요. 강호동도 가끔 명언을 얘기하는데, 인생 경륜이 많아서 그런지 김태원의 말은 곰삭은 된장맛이 나더군요.


'남자의 자격'에 김태원이 출연했을 때 솔직히 '김태원이 예능을 알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예능은 말재주로만 하는게 아니더라구요. 순간적인 재치와 익살도 중요하지만 결국 인간적인 모습이 시청자들의 뇌리에 오래 남습니다. '1박2일'의 김C가 애드리브나 개그가 뛰어나지 않지만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듯이 김태원도 보면 볼 수록 사람 냄새가 나기 때문에 사랑받는 거에요. '위탄' 심사위원 중 방시혁이 전형적인 아이돌 기획사 교육 시각이라면, 김태원은 사람에 대한 배려가 묻어나더군요. 김태원조에서 이런 감동을 보여주었으니 다른 팀들 부담이 만만치 않았을 거에요. 

'위대한 탄생'은 숨겨진 스타를 찾는 프로지만, 또 하나의 탄생이 있다면 바로 김태원의 재발견이 아닐까 싶어요. '남격'에서 국민할매 캐릭터가  김태원의 껍데기만 보여준 것이라면, '위탄'에서는 그의 진면모를 하나 하나 드러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탈락자가 다시 무대에 서는 게 뻔한 스토리였다 해도 김태원과 제자들 4명이 부둥켜안고 우는 모습은 참 아름다운 무대였습니다. '개콘'에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비꼬기도 했는데, 1등은 딱 한 명이기에 김태원식의 이별이 참 멋지게 느껴집니다.


방송이 끝나고 난 뒤에도 한동안 멍 때리는 기분이었어요. 감동이 너무 세도 가라앉히는데 시간이 좀 걸리잖아요. 지금까지 '위탄'이 마치 김태원의 폭풍 눈물과 감동을 위해 달려온 듯 합니다. 김태원은 '위탄'을 처절한 서바이벌 게임이 아니라 한 편의 감동적인 영화로 만들고 있어요. 멘토랍시고 독설을 쏟아내며 평가하는 것보다 제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말이 진정 가슴에 와 닿는 법이지요. 방시혁은 이미소가 춤연습을 하던 중 안무를 틀리고 웃자, '그 상황이 웃기냐', '연습을 진지하게 해라. 네가 떨어지든 말든 나는 상관없다'며 인격모독 수준까지 가는 독설로 이미소의 눈물을 쏟게 했습니다.


슬픈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끄윽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오디션 예능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는 처음이네요. 옆에서 함께보던 남편도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고 화장실로 가더군요. '위탄' 제작진이 만든 최고의 시나리오와 연출력이었어요. 잘 만든 한 편의 영화 보는 것보다 감동이 컸으니까요. 사는 게 바쁘다 보니 감성이 메말라 좀처럼 눈물이 나오지 않았는데, 김태원의 눈물이 제 마음까지 정제시켜 주었네요. 김태원 없었으면 '위대한 탄생' 큰 일 날뻔 했어요. 강호동의 '1박2일', 유재석의 '무한도전' 하듯이 앞으로 '김태원의 위대한 탄생'이라고 해야겠어요. 김태원의 눈물이 '슈퍼스타K' 짝퉁 소리를 듣던 '위대한 탄생'을 살렸네요. 생방송 무대를 하기 전에 이 정도 감동과 열기라면 '슈스케' 버금가는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김태원씨, 빨리 위암 완쾌하시고 건강한 모습 계속 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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