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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1박2일 은지원, 낙오의 종결자로 등극하다

by 피앙새 2011.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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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PD의 기획 스케일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준 '5대 섬 특집'은 이수근에게는 행운이, 은지원에겐 얘기만 다시 들어도 끔찍한(?) 여정이었어요. 소매물도, 호도, 울릉도, 손죽도, 제주도 등 5개의 섬 중 울릉도가 결정된 이수근이 가장 고생을 많이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게 왠 걸요? 울릉도는 동해상 기상 악화로 취소됐고, 만만하게 봤던 호도로 간 은지원은 3일간이나 묶여있었으니 '1박2일' 복불복은 정말 새옹지마같아요. 하차한 김C가 가장 운이 없는 사나이로 입수 복불복의 종결자라면, 은지원은 이번 호도 뿐만 아니라 '1박2일' 맴버 중 가장 혹독한 낙오 경험을 많이한 낙오의 종결자가 됐어요.

이수근의 울릉도는 미션 난이도로 볼 때 별이 4만 9천개, 은지원의 호도는 별이 반개 밖에 안되요. 감히 비교가 안되죠. 은지원이 룰루랄라~ 하며 가볍게 호도에 도착하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도착해보니 울릉도가 아니라 호도가 별이 4만 9천개로 바뀌어 버렸어요. 기상 문제로 배가 바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미션을 포기하고 나갈 지, 아니면 맴버들을 위해 남을 것인지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아무리 은초딩이라도 그냥 나갈 수 있나요? 세번째 맴버로 미션을 수행하기로 하고 호도에 남은 거에요.


은지원이 호도에 남기로 한 것은 하루만 있으면 바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 거에요. 그 하루가 야속하게 3일이나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거에요. 이승기가 한라산 등반을 하며 '지원이형의 불만 한 가득인 얼굴이 떠오른다'고 했는데, 딱 그랬어요. 하루가 이틀되고, 이틀이 삼일이 되자 얼굴엔 잔뜩 심술이 붙었어요. 마치 '왜 나만 혼자 남겨두고...'라는 표정이었죠. 설상가상으로 PD 1명 등 스태프 5명이 은지원과 함께 호도에 남겨졌는데, VJ는 '지원이를 따라 오는게 아니었어!'라고 하고, PD까지 '어쩔거야! 책임져...'라고 하니 은지원 참 난감하겠어요. 절망 속에서도 미션은 수행해야죠?

이번 5대섬 특집엔 미션이 따라 붙었잖아요. 강호동의 돌림노래, 이승기의 사라오름 오르기에 이어 세번째 미션 주자가 은지원이었어요. 은지원의 미션은 LOVE를 표현한 셀프 사진 찍기에요. 은지원은 카메라 앞에서 몸으로 L, O, V, E를 표현하느라 열심히 뛰고 또 뛰며 몸부림을 쳤어요. 이런 몸부림 덕분이었을까요? 'L'자를 멋지게 성공 후 창의력을 동원해 'O'를 표현하고, 왕년의 댄스 아이돌 답게 'V'자로 완벽하게 만들어냈어요. 마지막 'E'도 은지원의 잔머리로 어렵지 않게 만들어냈어요. 미션 성공!!


울릉도행이 무산된 이수근은 제주도로 가서 이승기와 함께 3m 눈사람 만들기 미션에 성공했죠. 이승기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목이 긴 눈사람 작품이 나왔는데, 누가 이승기를 허당이라고 했나요? 이럴 때 보면 허당이 아니라 '1박2일의 명당'이란 생각이 드네요. 손죽도를 가게된 김종민도 풍랑주의보로 통제된 상황에서 금오도로 장소를 바꿔 20cm 물고기를 낚아올려야 하는데 실패하고 말았어요. 이제 맴버들에겐 혹독한 야외취침이 기다리고 있겠죠? 자, 그렇다면 호도에 남겨진 은지원은 어떻게 되는 거죠?

미션도 실패하고, 육지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은지원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또 전해지네요. 기상 때문에 내일도 못 나간다는 거에요. 맴버들은 목포에 있는데, 은지원 혼자 호도에서 남게 된 거에요. 그것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3일간을 머무르다니... 5대 섬 특집은 이제 은초딩의 낙오 특집이 됐어요.


은지원의 호도 3일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양희은의 나레이션으로 '다큐 3일'을 패러디 한 '은초딩의 호도 3일'은 보는 동안 짠한 마음까지 들더라구요. 촬영 시작인 2월 11일(금) 오후  5시 30분부터 호도를 나오던 2월 13일(토)까지의 기록이에요. 은지원은 호도에서 자신의 33년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외로운 72시간을 보냈어요. 손을 뻗으면 금방 닿을 듯한 육지가 이렇게 멀게 느껴질 줄이야 꿈에도 생각 못했을 거에요. 은지원은 남은 스탭들과 3일간 뭘 하며 지낼 것인지 걱정이에요. 손바닥 만한 마을을 돌아다니는 것도 이젠 지겨워요. 난생 처음 뉴스 기상 정보에 귀를 기울이며 호도를 탈출할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피해갈 수 없는게 있죠? 미션에 실패했으니 야외취침을 해야죠.

목포 베이스캠프에서 강호동 등 맴버들은 호도에 홀로 남은 은지원을 위해 저녁식사 복불복을 은지원 실내취침에 맞바꿨어요. 산낙지, 낙지탕탕이 등 목포의 신기한 음식들을 포기하고 은지원을 위해 저녁을 포기한 맴버들의 의리와 정은 높이 살만하네요. 은지원의 실내취침(=저녁식사 복불복)을 걸고 맴버들이 한 게임은 '이심전심 이미지게임' 인데, 만약 진다면 다음 녹화는 울릉도 설원에서 야외취침을 하는 거였어요. 은지원을 포함해 모든 맴버의 마음이 일치해 게임에서 이겨 참 다행이네요. 이렇게 은지원은 실내취침이 확정됐고, 맴버들은 저녁식사가 날아가 버린 거죠. 뒤늦게 저녁을 미리 포기한 후 자신을 실내에서 자도록 해 준 맴버들에게 은지원은 고마움을 느꼈는데, 바로 이런 것이 '1박2일'의 정이죠.


은지원은 실내에서 편히 잤지만, 4명의 맴버들은 칼바람에 눈까지 내리는 가운데 텐트에서 야외취침을 했어요. 다음 날 아침 강호동 등 4명의 맴버들은 이제 퇴근할 시간인데, 나영석PD가 '기상 때문에 은지원이 나올 확률이 0%'라고 하네요. 하루를 더 호도에 머물러야 하는 거죠. 강호동이 눈물을 글썽이며 그렇다면 '이번 주 방송은 은지원 특집이 되는 겁니까?'라고 했는데, 그랬습니다. 맴버들이 퇴근 한 후 남은 시간은 끝날 때 까지 은지원만 계속해서 나왔으니까요. 그래서 인생은 새옹지마인가봐요. 

처음엔 울릉도로 가게된 이수근을 가장 불쌍하게 생각했는데, 호도에 간 은지원이 3일씩이나 갇혀 있으면서 가장 불쌍하게 됐으니 사람 일은 정말 알 수 없어요. 호도에 홀로 남겨진 은지원의 실내 취침을 위해 맴버들이 저녁 식사까지 포기해 준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고, 은지원은 강호동을 제치고 '5대섬 특집을 '은지원 특집'으로 만들었어요. 여객선이 도착한 2월 13일, 나영석PD가 서울에서 편집을 마무리하고 호도까지 직접 와서 은지원을 반갑게 맞아줄 때는 나영석PD가 다시 보이더라구요.


은지원 낙오의 역사는 오래 전에 이미 시작됐죠. 2009년 4월 서해안의 작은 섬 대이작도편에서 '1박2일' 낙오의 역사에 큰 획을 그었고, 이번 호도 낙오를 계기로 쐐기를 박았습니다. 2년 만에 뜻하지 않게 다시 낙오한 은지원은 더 이상 초딩이 아니었어요. 대이작도편 사승봉도에 홀로 남겨졌을 때는 맴버들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에 불탔었는데, 이제는 '다큐 3일'을 찍을 정도로 성숙했어요. 은지원의 호도 72시간은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1박2일 낙오의 종결자'로 등극하는 성숙한 시간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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