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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퇴비발언, 오죽하면 반박 했겠나?

by 피앙새 2011.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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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외압설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김제동이 요즘 MBC '7일간의 기적'과 SBS '밤이면 밤마다'에 나오고 있지만 아직 KBS는 출연하지 않고 (아니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있습니다. 그의 재능으로 봐서는 공중파 3사 뿐만 아니라 케이블 등에서 종횡무진해야 하지만 현실 여건은 그리 녹녹해보이지 않네요. 지금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으면 이제 편안히 지냈으면 하는데, 어제 또 정치권에 쓴소리를 했네요. 김제동의 발언은 통쾌하고 가슴이 뻥 뚫리는 듯 했지만 왜 한편으로는 불안한지 모르겠어요.

어제 모 정치인이 '구제역으로 매몰된 소, 돼지의 침출수를 퇴비로 활용하자'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뿔이 났지요. 뿔이 난 이유는 한 마디로 실현이 불가능한 대책이라는 겁니다. 한 두마리도 아니고 그 많은 동물들이 언제 미생물 작용이 이루어져 퇴비가 될까요? 적어도 수 십년은 걸릴 겁니다. 어제 퇴근길에 라디오를 들으니 전문가가 침출수 퇴비 대책은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하더군요. 앞으로 날이 풀려 비가 오고 하면 침출수가 흘러 난리가 날텐데, 정말 걱정입니다. 그리고 구제역으로 죽은 소, 돼지가 발효된 퇴비를 멀쩡한 땅에다 뿌린다 해도 농민들 입장에서는 죽은 자식 유해 뿌리는 기분일 거에요.


김제동은 정치인들과는 달랐어요. 그는 트위터를 통해 아무리 동물이라도 '어떻게 소와 돼지를 퇴비로 쓸 수 있냐?'고 했습니다. 구제역 재앙이 인간들의 잘못때문인데, 인간들 때문에 죽은 소와 돼지를 퇴비로 쓴다는 것은 생명에 대한 본질적 예의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겁니다. 김제동의 말은 비단 구제역에 희생된 동물들 뿐 아니라 요즘처럼 생명에 대한 가치가 경시되는 풍조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든 뼈있는 말입니다. 만약 퇴비 발언을 했던 그 정치인이 축산농민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얼마 전 뉴스에서 봤던 축산 농민의 얼굴이 아른거리네요. 나이가 지긋하신 분인데, 구제역으로 가족처럼 키우던 소와 돼지를 생매장 시킨 후 자다가도 동물들 비명소리가 들린다며 눈물을 글썽이더군요. 이런 농민때문에 김제동은 '산 채로 생매장 당하면서도 새끼에게 젖을 물리던 소와 돼지를 퇴비가 되어라 하고 말할 수 있습니까'라고 항변한 거에요. 젖을 먹이던 어미소는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젖을 다 먹이고서야 눈을 감았죠. 인간이 만든 비참한 재앙이죠. 침출수 퇴비 발언을 했던 그 정치인은 어떻게든 2, 3차 환경재앙을 막으려고 나름 아이디어를 냈지만, 사고와 의식이 더 문제라는 겁니다.

침출수 퇴비 발언이 문제가 되자 모 정치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구제역 침출수=퇴비' 발언은 오해라며 이번에는 '고온 멸균을 통한 자원화'를 주장했습니다. 어찌되었던 건에 죽은 동물들을 퇴비로 활용하자는 생각에는 전혀 변함이 없네요. 그래서 김제동이 한 마디 한 겁니다.


옛날에는 시골에서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집에서 키우던 소를 많이 팔았어요. 소를 팔 때는 소가 먼저 알고는 눈물을 흘리는데, 소를 붙잡고 함께 눈물을 흘리던 촌노들의 아픔을 나이 드신 분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밭일을 많이하고 새끼도 많이 낳은 소는 죽어도 그 고기를 묻지않고 땅에 묻어주었지요. 그런데 그런 소를 퇴비로 쓰자니, 좀 잔인하다는 생각입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죽은 소, 돼지를 퇴비로 쓰기 전에 그 침출수가 지하수가 돼 사람들이 먼저 먹고 큰 병에 걸릴지도 모릅니다. 

침출수 퇴비 발언은 구제역으로 생떼같은 소, 돼지를 잃은 농민들의 불난 가슴에 기름을 부은 것과 같아요. 안그래도 상심이 큰데, 위로는 못해줄 망정 퇴비라니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해서 가축을 함부로 대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인간에 되돌아온다는 것을 구제역이 가르쳐주고 있잖아요.


김제동의 반박에 일부 네티즌들은 '네가 연예인이냐, 정치인이냐? 왜 툭하면 헛소리 하냐?고 비난하기도 하는데요. 연예인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국민들은 표현의 자유가 있는 거에요. 그 표현도 정치권에 대한 날 선 반박이기 때문에 생각이 있어도 용기가 없으면 할 수 없죠. 김제동은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한 게 아니고, 대책을 세울 때 최소한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 죽은 소와 돼지들이 퇴비가 되는 것도 좋지만, 대중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요즘 MBC, SBS에서 방송활동을 재개해 이제 더 이상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았으면 했는데,  침출수 퇴비 발언에 오죽하면 김제동이 한 마디 했겠습니까? 김제동은 문제의 발언을 한 그 정치인과 생각의 차원이 다릅니다. 죽어간 동물은 불쌍하지만 지금은 사람이 우선이기 때문에 어떤 대책도 내놓을 수 있다고 보지만, 그 대책의 기저에는 생명의 존귀함이 담겨 있어야 해요. 침출수 퇴비 발언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지만,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속으로만 분을 삭이고 있을 때 김제동은 눈치보지 않고 반박했습니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요'라고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말일지라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할 말은 하는 김제동이 이 시대의 진정한 지식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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