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버라이어티

무한도전 동계 특집, 1박2일과의 차이점은?

by 피앙새 2011. 2. 13.
반응형
올 겨울은 예년에 비해 유난히 춥죠? 특히 지난 1월은 한 달 내내 말 그대로 혹한이었어요. 겨울이 되면 예능프로들이 꼭 동계 특집을 하는데, '1박2일'은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설악산 종주를 다룰 예정이고, 어제 '무한도전'은 동계올림픽 특집을 방송했어요. 같은 동계 특집이라도 두 예능의 차이는 컸어요. '1박2일'은 맴버들이 혹한을 이겨내며 설악산을 오르는 모습을 통해 재미보다 맴버들간의 우정을 그린 감동이었고, '무한도전'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응원하기 위한 공익적 감동을 주었어요. 같은 감동이라도 '1박2일'의 감동보다 '무한도전'의 감동 스케일이 훨씬 더 컸다는 거에요.

'1박2일'의 설악산 종주편은 지난해 초 '남격'에서 했던 '지리산종주'편과 흡사했고, 제작진 스스로 자막으로 표기했듯이 '1박2일' 특유의 소소한 재미보다 다큐에 가까웠어요. 물론 '무도-동계올림픽' 특집 역시 2009년 초의 '봅슬레이' 특집 연장선같은 느낌이었고, 마지막에 높이 90미터의 스키점프대 정상에 꽂힌 깃발을 뽑는 미션은 유재석의 선전이 돋보였지만 좀 억지 감동을 만든다는 느낌이 좀 아쉬웠어요.


나영석PD는 겨울만 되면 꼭 맴버들을 겁주곤 하죠. 야생이라는 미명하에 혹한기특집을 통해 맴버들을 차가운 얼음계곡 속에 빠뜨리거나 웃옷을 벗게하고 냉수마찰도 시키죠. '1박2일'의 겨울은 맴버들의 혹한 극복과 인내력의 한계를 시험시키는데, 종종 가학성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런 모습을 재미있게 즐기는 시청자들도 많아요. '1박2일'의 동계특집의 인기는 다큐같은 야생의 혹한 체험 속에 깨알같은 재미가 있고, 강호동을 중심으로 한 맴버들의 끈끈한 정과 의리 등이 묻어나기 때문입니다.

자, 그렇다면 김태호PD의 동계특집은 어떨까요? 공익보다 재미와 감동을 중시하는 나PD에 비해 김PD는 공익을 더 우선시 한다는 거에요. 물론 김PD는 '예능의 본질은 재미'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평소에는 웃음 코드를 앞세워 제작을 합니다. 그런데 1년에 몇 차례씩 의미있는 특집을 만들죠. '레슬링', '봅슬레이', '에어로빅' 등 비인기 스포츠에 대한 무관심을 일깨워주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국가적인 대사, 평창 동계올림픽을 응원하기 위한 특집을 만들어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네요.


스키파카와 털모자 등으로 중무장을 한 가운데 '무도' 사상 가장 추운 날씨 속에 촬영된 '제 1회 무한도전 동계올림픽'은 포맷상 유재석이 한국, 박명수가 스위스, 하하가 자메이카, 정준하가 일본 그리고 노홍철이 러시아 대표, 길이 미국대표로 나서 동계올림픽 포맷(?)을 갖췄어요. 아직 발이 다 낫지 않은 정형돈은 심판으로 나섰지요. 여섯명의 맴버들이 동계올림픽 종목을 패러디한 경기를 펼치며 그 속에서 예능 특유의 재미와 웃음 뿐만 아니라 감동과 공익 네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어요.

영하 23도의 강추위 속에 강원도 평창을 찾은 '무도' 맴버들은 단 1분을 서 있기도 힘든데, 살이 쩍쩍 달라붙는 얼음판 위에 맨살을 부딪히며 '윗몸 일으키기'를 했고, 비인기 동계 스포츠종목인 컬링을 알리기 위해 '인간 컬링'으로 얼음판에 몸을 내던졌어요. 스키점프대에서 침낭을 타고 공포 속에 수직 강하를 하는가 하면 수직각도가 50도가 넘는 스키점프대를 올랐어요. 단체로 동계올림픽 유치기원 깃발을 흔드는 미션은 눈길 덧신만 신은 채 30도 각도의 슬로프 40미터를 지나 50도 각도 슬로프 구간 120도를 낙오자 한 명 없이 스키점프대를 올라야 하는 고난도 미션이었어요. 유재석 등 맴버들이 혹한 속에서 밤 늦도록 추위와 싸운 것은 단 하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응원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얼마 전 길이 그의 트위터를 통해 "15시간 50분째 녹화중"이라는 글과 사진을 남겼었는데, 방송을 보니 평창이었네요. 장시간 추위와 체력 저하 등 많은 악조건을 극복하고 맴버들 모두 힘을 합쳐 극적으로 스키점프대 위의 깃발을 차지한 것은 김태호PD가 의도한 대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도 남습니다. 바로 이것이 프로그램 제목처럼 진정한 '무한도전'이 아닌가 싶네요.

'무한도전'과 '1박2일'은 골치 아픈 맴버가 한 명씩 있다는 것도 비슷하죠? 어제 '무도' 동계올림픽 특집 방송후 일부팬들이 스키점프대를 오를 때 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을 두고 '길을 빼라', '시청자 의견 무시하는 김태호' 등 비난도 있지만 김PD는 길을 하차시키진 않을 듯 해요. 스키점프대를 오를 때 자막에 '조금은 늦더라도 같이 가자!', '길이도 할 수 있다'고 표기한 것은 김PD가 길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그동안 길이 비호감으로서 많은 비난을 받는 것을 김PD가 모를리 없죠. 어제 '동계올림픽' 특집에서 김PD는 길을 '무도' 맴버로 같이 끌고 가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거에요. 이는 마치 '1박2일'에서 김종민이 비난에도 불구하고 나PD가 함께 가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김태호PD의 의중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 바로 유재석이죠. 유재석은 스키점프대를 오르다 번번히 실패한 길을 위해 중간에서 줄을 잡고 있다가 밑으로 내려갔죠. 이는 길에게 용기를 주고, 끝까지 같이 가겠다는 것을 메시지로 보여준 거에요. 유재석은 길을 위해 도움을 주려했지만 길은 도움을 거부하고 혼자 해보려했지만 유재석이 뒤에서 길을 밀어준 끝에 가까스로 정상에 도착한 거에요. 이 역시 '1박2일'에서 김종민이 더 이상 '병풍'이 되지 않도록하기 위해 강호동이 배려를 해주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개인적으로 '1박2일'과 '무한도전' 모두 좋아합니다. 두 프로 모두 우리 예능을 대표하는 프로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거에요. 지난주와 이번주에 공교롭게도 두 프로가 동계 특집을 했는데, 감동+재미+웃음을 주었다는 것은 똑같습니다. 그런데 '무한도전'이 평창과 동계올림픽 유지라는 '공익'이라는 코드를 추가시켜서 그런지 같은 감동이라도 그 여운은 '무도'가 더 오래 남는 듯 하네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