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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1박2일, 살인 한파 녹여버린 감동 예능

by 피앙새 2011.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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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은 일단은 재미가 있어야죠? 그 재미란 게 한 번 웃고 나면 그 여운이 오래 가기 힘들죠. 그래서 요즘 예능에서 많이 다루는 것이 감동입니다. 감동은 재미보다 오래 그 여운이 남기 때문이에요. 눈물 콧물 쏙 빼는 감동 예능은 자칫하면 '오버', '억지' 등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제작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워요. 어제 '1박2일' 외국인 노동자편은 반전의 감동을 준 명품 예능 중의 하나였어요. 예능을 보면서 눈물을 쏟으며 보는 게 흔한 일이 아닌데, 왜 이리 가슴이 짜안할까요?

외국인 특집에 등장한 게스트의 나라들은 네팔, 방글라데시, 미안마 등 우리보다 못사는 동남아국가들이에요. 다섯 명의 외국인들은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15년간 한국에 머물면서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사람들이죠. '1박2일'은 이들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보다 5명의 게스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어요. 그리고 '가족'을 컨셉으로 내세워 이들에게 크리스마스 날 생애 최고의 선물을 안겨주었어요. '1박2일'이 선물한 건 바로 부모, 아내, 자녀, 동생 등 가족이었어요. 얼마나 보고 싶은 가족들이겠어요!


다섯 명의 외국인 모두 감동을 주었지만 시청자들에게 가장 큰 폭풍 눈물을 안겨준 것은 네팔에서 온 까르끼였죠. 나영석PD는 복불복 대신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며 고향에서 온 영상편지를 보여주었어요. 까르끼는 고향의 아내를 보자마자 바로 눈물을 주르르 흘렸습니다. 남편 없이 시부모 돌보며 아이들을 키우며 힘들게 사는 그의 아내를 영상으로 보자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던 것이에요. 이런 장면은 지난주 예고편에서 전혀 낌새를 주지 않아 시청자들이 느끼는 감동이 더 컸어요.

그런데 제작진이 준비한 폭풍 감동은 따로 있었죠. 바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가족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초청해 상봉하게 한 거에요. 영상 편지에서 아내와 자녀들을 본 후 마음이 뒤숭숭한 까르끼는 강호동과 잠자리를 위해 숙소로 갔는데, 강호동이 따로 준비한 선물이 있다고 하자 어리둥절해 했죠. 까르끼는 한옥집 방문을 연 순간 꿈에도 그리던 아내와 자녀들이 있는 것을 보고, 어깨를 들썩이며 또 눈물을 쏟았어요. 꿈에서나 그리던 아내와 자녀들이 바로 눈 앞에 있다니... 까르끼가 얼마나 기쁘고 놀랬을까요?


까르끼를 먼저 들여보낸 후 이를 지켜보던 강호동은 까르키가 등이 들썩일 정도록 폭풍 눈물을 쏟는 것을 보고 눈물을 쏟았어요. '사나이 울리는 ○라면'이 아니라 '강호동 울리는 까르끼'였죠. 제작진은 처음엔 영상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고향을 직접 찾았고, 그 다음엔 가족들과의 극적인 상봉으로 시청자들을 2단 콤보로 울게 만들었어요. 제작진의 기가 막힌 반전 연출이 감동을 두 배, 세 배로 만든 것이에요.

그동안 '1박2일'에서 강호동은 독선적이고 위압적인 모습을 보여 냉혈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까르끼의 눈물을 보고 마치 어린 아이처럼 펑펑 우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절대 감정선이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그의 눈물을 보고 시청자들도 덩달아 우는 사람이 많았을 거에요. 눈물은 전염된다고 하잖아요? 천하의 강호동이 우는데, 시청자들이 눈물을 쏟지 않을 수 없었을 거에요. 특히, 방송을 본 외국인 노동자들이 두고 온 가족 생각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네요.


강호동이 '1박2일'에서 어제처럼 눈물을 펑펑 쏟은 것을 처음 봤어요. 강호동은 '진행자는 울면 안된다는 철칙을 갖고 있는데, 오늘 무너졌다'며 닭기똥같은 눈물을 보였어요. 까르끼 부인은 남편을 꼭 끌어안으며 '혼자 살기 싫어요. 혼자 안 살래' 하면서 고향 네팔에서 힘들었던 것을 꺼억 꺼억 토해냈는데요. 얼마나 힘들고 남편이 그리웠으면 그랬을까 하는 마음에 가슴 한 켠이 짜안했어요. 어디 까르끼 뿐인가요? 칸, 예냥, 쏘완, 아낄 모두 가족을 만나 꿈에도 그리던 가족을 만나 진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1박2일'은 그저 웃고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예능 프로로 자리잡았죠. 그런데 재미만으로는 2% 부족하다고 느꼈을까요? 나영석PD 등 제작진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날 깜짝 반전, 폭풍 감동을 준비했네요. 부족한 2%를 채우기 위한 외국인 노동자들에 준 가족 선물은 시청자들에게 주는 최고의 감동 선물이었어요. '가족'이란 그 말만 들어도 눈시울이 붉어지죠. 동서고금을 통해 '가족'이라는 이름보다 더 위대한 힘과 소중한 것은 없다는 것을 나영석PD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어요.


일부 시청자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저지르는 각종 범죄 등을 들먹이며, 폭풍 감동을 애써 부인하고 있네요. 이는 나영석PD가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을 보는 것과 뭐가 다른가요? 어제 저녁은 몇 십년만에 불어닥친 한파로 몸을 움추러들게 했지만 '1박2일'을 보면서 정말 마음만은 가장 따뜻한 겨울 저녁이었어요. 겨울 바다를 배경으로 한 단체사진을 끝으로 도움을 준 사람이나 단체가 자막으로 깨알같이 스크롤돼며 올라가던데, 그만큼 제작진이 많은 신경을 써서 준비한 특집이란 거에요.

1편과 2편이 다소 지루했는데, 3편은 마치 감동의 휴화산이 폭발한 느낌이었어요.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큰 눈물과 감동을 주었으니까요. 말이 다르고 피부색이 달라도 내 자식은 그립고, 안쓰러운 게 가족의 마음이잖아요. 처자식을 위해 머나먼 이국땅에 와서 열심히 일하는 가장의 모습, 부모를 걱정하는 자식의 마음은 외국인이라고 우리와 다를 게 없어요. 그래서 시청자들 모두 눈물과 콧물을 쏟아가며 방송을 봤을 거에요. 이번 외국인 노동자 특집은 기록적인 한파를 녹인 진정한 최루탄 예능의 종결편이었고, '1박2일' 명품 특집 중의 하나였어요. 수고한 제작진에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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