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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놀러와, 정선희 재기를 응원하고 싶은 이유

by 피앙새 2010.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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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전부터 정선희의 '놀러와' 출연을 두고 게시판에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그녀의 출연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겠지요. 어제 정선희가 이경실, 이성미, 김제동, 김영철, 김효진 등과 함께 '37.5도씨 뜨거운 친구들' 특집편에 출연했습니다. 정선희 뿐만 아니라 여섯 명의 게스트 모두 인생의 산전수전을 다 겪은 터라 그동안 마음 속에 묻어두었던 뜨거운 속마음을 털어놓는다고 해서 관심을 갖고 지켜봤습니다. 예고편에 어디서도 공개하지 않은 못다한 이야기를 한다고 했으니까요.

게스트 중 가장 관심이 많았던 것은 역시 정선희였습니다. 그동안 남편 고 안재환의 죽음을 둘러싸고 남편 죽인 여자로 낙인 찍혀서 알게 모르게 마음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상당히 조심스러워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로 방송에 나오지 말고 평생 매장 당한 채 살아가길 바라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녀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며 꿋꿋하게 버티며 살아가길 바라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게스트로 출연했던 김제동 등 다섯명은 정선희의 아픔을 옆에서 어루만져주며 그녀의 재기를 응원해 온 사람들입니다.


사실 '뜨거운 친구들' 특집은 정선희를 사랑하고 위로하는 친구들이 모인 특집입니다. 정선희는 2년 만에 '놀러와'에 출연한 겁니다. 처음엔 다소 긴장되고 떨리는 표정이었지만 평소 자주 만나던 지인들과 함께 출연해서 마음이 놓였는지 시간이 갈수록 예전의 끼와 입담을 보여주었습니다.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방송에 나오고 싶어도 나오지 못하던 차에 '놀러와'에서 이번에 기회를 마련해준 것입니다. 게스트 중 김제동이 정선희를 위로한 말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고 감동을 주었습니다.

김제동은 '뜨거운 속마음' 코너에서 정선희에게 '제발 재능을 숨기지 말아요. 잘하는 건 당신 잘못이 아니야. 잘못하는 것두요. It's not your fault'라고 위로했습니다. 김제동이 영화 '굿윌헌팅'을 보면서
'It's not your fault' 대사를 듣고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서 정선희에게 해준 말입니다. 영화 속에서 스승이 제자의 상처를 감싸주며 'It's not your fault' 라는 말을 열 번이나 반복하는데, 힘들고 외로울 때 누군가 옆에서 잡아줄 수 있는 한 마디가 필요한 정선희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었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정선희 눈에는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만큼 김제동의 위로가 고마웠기 때문입니다.


김제동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안계신 것이 암묵적으로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30여년을 살아왔습니다. 외할머니가 입버릇처럼 김제동을 낳고 아들이 대신 죽었다고 한 말 때문이었습니다. 김제동 마음 속에 치유되지 않은 채 마음속에 쌓여가던 상처가 있었는데, 영화속 대사가 마치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같아 눈물을 쏟은 것입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 원문 그대로 10번 이상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정선희가 힘을 냈으면 하는 바람으로
'It's not your fault'라는 말을 해준 겁니다.

대중들의 시선을 받고 살아가는 연예인들의 '구설수'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인지 모릅니다. 작든 크든 구설수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시간이 지나면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거나 잊혀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정선희는 시간이 가도 잊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남편이었던 고 안재환과 시어머니, 그리고 고 최진실 남매의 죽음이 그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세인들이 믿고 있기 때문이죠. 정선희 인생 자체가 기구한데, 그 기구한 운명에 돌팔매까지 맞으니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정선희는 보기와 달리 마음이 여리고 소심합니다. 김제동 등 주변에 힘을 준 사람들이 없었다면 정선희는 아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정선희는 계속되는 비난에 세상과 단절하며 살고 싶었지만 부딪혀 살고 싶어 라디오 프로도 맡았고, 방송에도 출연했습니다. 다시 한번 세상과 소통하며 살고 싶었지만 계속되는 비난과 냉혹했던 현실에 너무 지쳐 도망을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으로 현실 도피를 했지만 그곳에서 만난 알렉스, 홍진경, 강수정 등과 만나 다시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어디론가 훌쩍 도망가고 싶은 일본 여행에서 가슴 따뜻한 지인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힘들 때마다 매 순간마다 신기하게도 정선희 곁에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한 명씩 나타나 어려움을 극복해 왔습니다. 그래서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하지 않고 하루 하루를 버텨온 것입니다. 연예계가 삭막하고 냉혹한 경쟁 사회라고 하지만, 이들의 뜨거운 가슴이 정선희에게 방송에 나올 용기를 준 것입니다. 김제동이 영화 속 대사를 인용해 정선희를 위로할 때는 모든 출연자가 숙연해졌습니다. 만약 정선희가 세인들의 생각처럼 나쁜 여자였다면 김제동이 방송에서 정선희를 위로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선희는 지금 이 순간도 모든 것이 감사하다고 합니다. '놀러와' 출연도 천만번도 더 망설였다고 합니다. 가슴 속 깊이 묻어두었던 얘기들을 꺼내면 또 다른 각도로 해석하고 파헤쳐져서 정선희가 지키고 싶은 것은 아무 것도 남지 않고 오직 비난만 남았습니다. 어제 방송 후에도 '놀러와' 제작진과 정선희를 성토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오르막 길도 있고 내리막 길도 있습니다. 지금 정선희는 오르막길에서 힘들어 하고 있는데, 대중들은 왠일인지 자꾸 그녀를 잡아 당겨 끌어내리려 하고 있습니다. 고 안재환과 관련해 아직도 수많은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꿋꿋하게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놀러와'에 출연한 정선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하루 빨리 재기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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